1994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내니이까?’가 당선되며 등단한 민혜숙의 네 번째 작품집 ‘목욕하는 남자’가 소명출판사에서 출간됐다. 민혜숙의 ‘목욕하는 남자’는 그간 문학지 등에 발표했던 ‘사막의 강’, ‘목욕하는 남자’를 포함 총 여덟 편의 단편소설이 담겼다. 사회생활, 사랑, 결혼, 꿈, 죽음 등을 소재로 한 이 작품집을 관통하는 가장 큰 모티프는 단연 삶이다. 화려하지고 그렇다고 불쌍하지도 않은 평범한 우리의 이야기를 편안하고 세련되게 풀어나간다. 표제작 ‘목욕하는 남자’는 쪼아대는 상무와 날로 더해가는 책임으로 시달리는 제약회사 부장의 수상한 목욕탕 외출을 그렸다. ‘목욕하는 남자’와 ‘목욕하는 여자’에서 목욕탕은 일종의 해소의 장이다. 하지만 ‘목욕하는 남자’의 목욕탕이 산업화 선배세대와 디지털 시대 젊은이들 틈에서 끼인 처지를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는 사색과 치료의 공간이라면, ‘목욕하는 여자’의 목욕탕은 모든 소리가 모이는 곳이다. ‘목욕하는 여자’에서 가정주부인 저자는 목욕탕 안에서 온갖 농과 교육정보, 이웃집 가정사까지 듣는다. 목욕탕은 소리를 듣는 공간임과 동시에 그 소리를 물로 씻고 흘려보낼 수도 있는 해소의 공간인 것이다. △지은이 민혜숙 △펴낸곳 소명출판 △344쪽 △정가 15000원.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