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어렸을 적에 “결혼하지 않고 엄마와 살겠다”는 말을 자주 했더니, 주위에서 한다는 말이 “그런 말 하는 사람이 더 일찍 시집간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런데 그런 말을 했었다는 사실도 나중에서야 누군가가 일깨워줘서 기억해 낼 수 있었지만, 필자는 어쨌거나 여자로서는 좀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그 말이 지키지 못한 호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철이 덜 들었을 시절, 필자는 39세가 되면 “자살해버리겠다”고도 했다. 그 이유는 막연하게 여자 나이가 40이 넘으면 삶이 너무 재미없을 것 같아서였다. 이때 주위에서는 “원래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한 사람들이 그런 소리를 하는 법”이라며 필자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끈기 있게 오래오래 살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필자가 39세에 자식이 생길 것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했던 실언이었음을 인정해야 했다. 누군가의 보살핌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어린 새끼를 둔 어미는 맘 편하게 아플 시간도 없음을 몰라서 한 소리였다. 결국 필자는 커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열심히, 그리고 악착같이 살겠다고 다짐하며 맹세했었다. 또 필자가 담배를 끊겠다고 공언을 했을 때도 주위의 지인들은 갖가지 이유를 대며 실패를 예고했다. 특히 담배에 대한 필자의 지극한 사랑을 아는 한 지인은, 임어당 선생의 ‘담배를 끊는 사람은 진정으로 담배를 사랑하지 않은 사람이다’라는 위대한 명언(?)까지 들추어내기도 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필자는 아직도 멀리 떠나보낸 담배가 가끔씩 그립다. 사실 가족들은 필자의 끽연을 진저리치게 싫어했다. 그리고 필자는 담배보다는 가족을 더욱 사랑한다. 그래서 가족 몰래 밀애를 즐겨보라는 유혹의 그림자를 떨쳐내느라 무척 괴롭다. 지난해 필자는 드라이버샷의 비거리를 늘려 레드티가 아닌 아마추어 남성골퍼나 여성 프로골퍼들이 사용하는 레귤러티에서 티샷을 하겠다고 공언한 적이 있다. 이에 필자의 가장 가까운 한 지인은 ‘탐욕이 끝이 없다’고 핀잔을 주면서,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모든 샷의 비거리가 필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친절하고 자상하게 이해를 시켜주기까지 했다. 그 순간, 필자는 지난 어느 봄날 라운드에서 파4홀도 아닌 파3홀에서 ‘이 홀에서 만약 김 작가가 버디를 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대놓고 말했던 사람이 불현 듯 생각났다. 그 당시 캐디를 비롯한 모든 동반자들 역시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표를 던졌지만, 필자는 티샷을 한 후 10m도 넘는 내리막 퍼트를 보란 듯이 성공시키며 기어코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장을 지진다는 것’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인 줄 몰라 어영부영하다가, 그에게 필자가 왜 버디를 못하리라고 장담했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못했다. 탐욕이 끊임없던 필자는 고뇌에 빠졌다. ‘나이가 들면 비거리가 줄게 돼 있다’는 그 나이는 도대체 얼마일까? 30살일까, 50살일까, 70살일까, 아니면 90살일까. 완벽한 스윙 폼을 갖춘 골퍼라면, 50살에서 70살 정도 사이에서는 헤드스피드가 떨어지며 비거리가 줄어든다는 것은 상식으로 통한다. 보통의 골퍼들은 드라이버샷의 거리를 늘리기 위해서 대개 장비를 교체한다. 인체공학, 신소재, 반발계수, 헤드페이스의 곡률과 면적이 어쩌고 하는 등 광고 문안에 현혹돼 많은 비용을 지불하기까지 한다. 물론 이것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방법이기는 하다. 하지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평범한 골퍼들은 골프로봇이 구사하는 듯한 ‘완벽한 스윙 폼’을 가지고 있지 않다. 만약 누군가가 완벽한 스윙 폼을 가지고 있다면, 그는 절대로 평범한 골퍼로 초야에 숨어있을 수가 없을 것이다. 적어도 지난해보다는 필자의 드라이버샷의 비거리가 늘었다. 구질도 좋아졌다. 앞으로 더 향상되리라는 희망도 품고 있다. 비거리를 늘리는 쉽고도 명쾌한 답은, 아니 어렵고도 고생을 자초하는 길은 ‘완벽한 스윙 폼’을 향해 한발자국씩 다가가는 것이다. - 김영두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