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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국감 증인 채택의 부끄러운 실상…“1분 답변 들으려 기업인 부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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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49호 김경훈⁄ 2013.10.21 14:39:20

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汝矣島)는 원래 섬이 아니다. 홍수 때 한강의 토사가 쌓여 때론 섬이기도 했지만 때론 강기슭의 쓸모없는 땅이었다. 지명에도 ‘너(汝)나 가져라’ ‘아무나(矣) 가져라’ 는 의미가 들어 있다. 여의도에는 세 가지가 없다. 전봇대와 육교 그리고 연탄가게다. 정치와 금융의 중심지로 맞춤개발 되다보니 전선이 지하로 매설돼 전봇대가 없다. 도시 계획상 처음부터 육교를 설치하지 않았다. 일반 주택이 없으니 연탄가게가 없다. ‘여의도 3무(無)’에 한 가지를 추가하고 싶다. 부끄러움을 아는 염치(廉恥)다. ‘아니면 말고’ 식 마구잡이 폭로에 국정감사 본연의 취지가 퇴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 첫 국감, 출석 기업인 196명 사상 최고 박근혜정부 첫 국감이 한창이다. 국감대상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은 682곳에 이른다. 토·일요일은 쉬고, 대략 2주 동안 16개 상임위별로 이곳들을 진행하자면 하루에 3∼4곳 꼴이다. 눈코 뜰 새가 없는 일정에 의원들은 물론 증인이나 참고인들도 기진맥진해진다. 국감 무용론과 함께 부실과 한탄의 소리가 들린다. 이번 국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은 모두 196명이다. 국감 사상 최고다. 경제민주화부터 산업재해 등 경제 현안이 쌓이다보니 관심의 대상이 되는 건 맞다. 그러나 기업인은 물론 경제단체 관계자까지 ‘일단 불러놓고 보자’ 식 국감은 어딘가 문제가 있다. 정치가 민간영역에 지나치게 침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일부 기업인은 국감에 출석해 고작 1분 답변 하려고 하루를 날린다. 정작 국감장에선 정확한 내용도 모르면서 기업인을 윽박지르는 어차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다. 엉뚱한 질의응답이 오가고 무더기 증인 출석에다 내용은 부실해 시간 낭비다. 기업의 영업비밀 침해가 다반사다 보니 국정감사가 아니라 기업감사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무책임하게 폭로하거나 정치적 시각에서 기업을 재단해 피해를 주는 행태가 빚어지고 있다. 한정애 의원은 고용노동부 국감에서 “삼성전자가 의무고용 비율을 지키지 않아 내는 부담금이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62억원”이라고 했다. 일부 언론은 이를 근거로 삼성전자를 장애인 고용 기피기업 1위로 지목했다. ‘아니면 말고’ 식 폭로에 국가와 기업이 멍든다 그러나 삼성전자에 확인한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고용 의무비율이 59%로, 50% 안팎인 다른 기업보다 높은 편이었다. 임직원이 많다보니 부담금도 많은 것인데 이를 근거로 부도덕한 기업으로 몰아세우는 건 억울하다는 얘기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에 얽매인 일회성 ‘나 몰라라’ 식 폭로의 전형이다. 최민희 의원은 국감자료에서 “KT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직원 수는 10%정도인 약 3000명이 준 반면 임원 수는 150% 증가했다. 낙하산 수십 자리를 만들기 위해 수천 명의 직원을 정리했다” 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T 측은 “노동조합과 협의해 실시한 명예퇴직으로 직원 수가 줄었다. 임원 수 증가는 KTF 합병과 사업영역 확대에 따른 것” 이라고 말했다. 무분별한 증인 출석을 자제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환노위 국감에 출석한 김규환 쌍용자동차 노조위원장은 정리해고자 복직문제를 정치 쟁점화 하려는 의원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저희 스스로 노력하고 일해서 그들(해고자)을 보듬을 수 있는 시간들을 만들어 주는 것이 의원님들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염치없는 여의도’ 라는 오명은 빨리 벗는 게 국가나 기업을 위해 좋다. ‘너나 가져라’ 던 여의도는 사이비(似而非)를 원치 않는다. 남에겐 봄바람처럼 관대하게, 자기에겐 가을서리처럼 엄격해야 선량 자질이 있다. (대인춘풍 지기추상 待人春風 持己秋霜)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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