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이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겨울시즌이 왔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추위와 눈이 몸과 마음을 위축시키는 겨울 골프가 시작되면 우선 마음가짐을 유연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해 드리고 싶다. 스코어에 연연해서 몸과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하고, 그냥 즐기고 돌아오겠다고 편하게 마음을 먹는 것이다. 이미 내리기 시작한 눈으로 인해 페어웨이 대부분이 얼어붙어 잔디가 가라앉아 있다. 또 클럽헤드로 정확한 다운블로샷을 구사해서 백스핀 컨트롤을 하는 것도 어려워졌고, 그린 역시 딱딱하게 얼어서 손끝으로 전해져 느껴지는 감각만으로도 정확한 퍼팅 스트로크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온이 떨어지게 되면 우리의 몸은 이미 근육이 굳어져 있고 옷도 두껍게 입게 되므로, 스윙이 부자연스러워 어깨의 힘도 위축된다. 아울러 비거리 역시 줄게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럴 때 아마추어 골퍼들은 단단하게 얼어붙은 페어웨이에서 멀리 보내고 싶은 욕심을 자제하기 어렵게 되는데, 이는 자칫 불의의 사고를 야기할 수 있으며 스코어 관리에도 당연히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겨울철에는 프로 골퍼들도 가장 많은 스코어를 경험하는 때인 것을 인정하고 자연에 순응하는 유연한 마음가짐으로 즐기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 평소와 같이 캐디와 함께 하는 간단 체조만으로는 충분한 스트레칭과 워밍업이 되지 않는다. 워밍업은 스윙에 참여하는 골격근의 온도와 연결된 혈관계통의 온도를 상승시켜 전신을 부드럽게 해주기 때문에, 이는 몸을 충분히 회전시켜 임팩트의 정확성을 유지시키고 자연스럽게 비거리 증진에도 기여하게 해준다. 따라서 골프장에 여유 있게 도착해서 굳어진 근육과 골격계를 움직일 수 있도록 몸을 풀어주기 위한 워밍업과 스트레칭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겨울 골프의 안전사고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골절사고다. 흔히 있는 경우가 준비운동도 없이 경직된 근육과 골격으로 얼어붙은 땅을 내리쳐 생기는 골절이다. 이외에도 얼어서 미끄러운 경사지에서 넘어져 입게 되는 골절 손상도 종종 발생하는 유형이다. 요즘 골프화에는 겨울철 골프의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필수 장비인 메탈 스파이크를 착용하지 않는다. 이는 골프장 측에서 사용을 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인데, 소프트 스파이크를 착용하고 미끄러운 경사면을 오르내리며 볼을 찾으러 다니는 것은 아주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꼭 피해야 할 일이다. 결국 겨울 골프는 추위와의 싸움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장비에서부터 철저한 준비가 그날의 성과를 판가름하게 된다. 우선 몸을 따뜻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온성이 좋으면서도 활동성이 뛰어난 의류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요즘에는 기능적으로 잘 디자인된 웨어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또한 여러 겹을 입기 위해서는 면 소재의 내의를 피하는 것이 좋다. 면의 특성상 땀의 흡수력은 좋으나 쉽게 땀을 말리지는 못하기 때문에 체온을 떨어뜨려 오히려 추위를 더 많이 느끼게 하는 단점이 있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그늘집에서 마시는 정종은 잠시 몸이 더워지는 듯해 추위가 가시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는 금세 몸이 더욱 위축돼 결국은 아무런 득이 되지 않으므로 피해야 할 것이다. 골프를 사랑하는 모든 골퍼들이 ‘역천자는 망하고 순천자는 흥한다’는 명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연에 순응하며 즐거움을 찾는 겨울 골프가 되시기를 바란다. - 유억윤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건국대학교 체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