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9호 정찬대 기자⁄ 2013.12.31 19:08:34
2014년을 바라보는 정치전문가들은 새해 키워드로 ‘소통과 통합’을 제시했다. 이는 박근혜정부 출범 첫해 국론이 분열되고 정치가 실종됐다는 비판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과 같은 불통 리더십을 유지할 경우 정치권의 대결구도는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치전문가들은 현 정부 일 년 평가에 대해 대체적으로 낮은 점수를 줬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과락’에 불과하다고 혹평했으며,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C+’를 줬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도 ‘불만족스럽다’고 평했다.
올 한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평균 50%대를 유지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전문가들은 집권 1년차에 대한 기대감에 따른 것이라며, 집권 2년차인 내년에는 올해와 같은 막연한 기대감으로 지지율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4년은 6·4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정치권의 지형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전문가들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했던 것과 달리 이번 선거는 새누리당이 일정부분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점쳤다. 그리고 이는 민주당의 약체와 안철수 신당의 출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6·4지방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현 정부 심판론보다는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헤게모니 투쟁과 안철수 신당의 약진이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대체적으로 야권재편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야권의 본거지인 호남의 지지층 분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내 변화에 대해선 집권 2년차인 내년에는 새누리당의 계파(친박근혜-비박근혜) 갈등이 불거지면서 당내 파열음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예견했다. 민주당도 친노무현계와 비노무현계가 지방선거를 전후로 갈등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북·외교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올해는 대체적으로 관리수준에 불과했지만 내년은 박 대통령 스스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못할 경우 외교 분야에 있어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갑오년 새해를 앞둔 12월 26일 CNB는 3인의 정치전문가에게 향후 정국전망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첫 전국단위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정치권의 지형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견되는 가운데 여의도 정가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민주-안철수, 호남 주도권 싸움 치열할 것”
김만흠 원장은 “내년 정치권의 가장 큰 변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형태의 리더십을 보이느냐에 따라 달렸다”며 “올해처럼 불통의 정치를 펼 것인가, 아니면 야당과 협상하고 대화하는 방식으로 갈 것인가에 따라 정치권의 대결 양상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갈 경우 대립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박 대통령의 스타일(불통 리더십)이 변수지만, 갑자기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나마 변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은 참모진을 어떤 성향으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지금의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내각과 참모진 구성에 따라 박 대통령의 변화 가능성을 읽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지방선거에서 긍정적인 효과 또한 가져 올 수 있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 지지율에 대해선 “현 정부를 뒷받침하는 힘이 됐지만, 되레 여론을 수렴하지 않는 독이 됐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간의 지지율을 분석해보면 비판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집권 1년차에 대한 기대감으로 50% 가량의 지지율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집권 2년차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이 같은 지지율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당내 변화와 관련 “새누리당은 청와대를 보조하는 역할만 했다는 비판이 많았다”며 “박근혜정부 출범 2년차가 됐기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파열음이 생길 수 있다. 당내 강경한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리고 이는 박 대통령 지지율에 따라 비판 수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경우 “국회의원 임기가 절반 이상 남은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분위기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친노세력으로 인한 갈등이 표면화될 경우 전체적인 분위기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6·4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비교적 여권이 우세할 것으로 점쳤다. 김 원장은 “2010년 지방선거는 야권이 우세했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현상유지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야권 몫인 호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이 반분할 가능성이 있다. 호남에서의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도권 역시 3자 구도로 치러질 경우 야권이 새누리당을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야권이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할 경우 박근혜정부의 기조는 더욱 강경해질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김 원장은 야권연대에 대한 국민적 정서가 좋지 않다며 과거와 같은 연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안철수 신당의 경우 출범 뒤 곧바로 연대하게 되면 그에 따른 명분이 약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이로 인한 야권분열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과거와 같은 전국적 연대는 불가능하지만 후보끼리 단일화하는 방식으로 연대할 가능성은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또 안철수 신당이 제1야당이 될 가능성에 대해선 “많은 유권자들이 새로운 기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인물에 따른 변수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지지율 상으론 안철수 신당이 제1야당 또는 제2당이 되겠지만, 선거 결과를 지지율만으로 얘기할 순 없다. 지지율과 당선율은 좀 더 복잡한 문제”라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김 원장은 “올 한해 대북·외교문제에 대한 박 대통령의 평가는 구체적 협상이나 문제해결이 아닌 각 국에 인사하는 단계였다”며 “이제는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하는 단계란 점에서 쉽지 않은 과제가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북문제는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한반도 국제정세와도 맞물려 있다”며 “북한 장성택 처형 이후 불안요소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주변국이 합심해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은 힘의 대결로 가고 있고, 일본 아베정권의 우경화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정세에 있어 박 대통령이 다각도로 문제를 풀어야할 단계”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 정부의 지난 일 년 평가에 대해서는 ‘과락’(科落) 수준이라며 “가장 큰 것은 당선시켜달라고 했던 그 명분을 모두 버렸다. 정치 쇄신과 통합을 내걸었는데, 이에 대해 실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 혹평했다. 아울러 현 정부의 대북·외교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역할을 못했다”고 꼬집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6월 지방선거, 전반적으로 새누리당이 유리”
신율 교수는 초반 정국이 내년 한 해를 가늠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철도노조 파업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초반 정국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당이 내년 초 선거정국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초반 정국은 각 당의 주도권은 물론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초반 정국은 각 당의 조기전대 가능성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 교수는 “초반 정국은 지방선거와 연관돼 있다. 그리고 이는 공천권과 맞물려 있다”고 언급한 뒤 “민주당의 경우 지방선거 앞두고 굉장한 계파갈등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철도노조 파업 사태가 잘 마무리 된다면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계파갈등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고, 파업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채 파장이 확산될 경우 이 문제가 연초 이슈를 잠식하면서 분위기가 야권으로 쏠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신 교수는 6·4지방선거와 관련 민주당의 약세와 새누리당의 강세를 점쳤다. 그는 “전반적으로 내년 지방선거는 새누리당이 유리하게 치를 가능성이 높다”며 여러 면에서 민주당이 불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수도권 역시 민주당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서울, 경기, 인천 등 지금 상태로 가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며 예견했다.
신 교수는 향후 충청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서(東西) 구도가 확실한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충청이 그간 선거 승패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인구와 자본이 늘어나면서 독자적 정치세력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새로운 정당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신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선거 판세와 관련해 “수도권뿐만 아니라 충청권 역시 새누리당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충청권은 새로운 정당이 생길 수 있다. 이를 통해 선거에 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개편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안철수 신당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성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이로 인해 민주당이 고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교수는 “다당제의 물꼬를 틀 정도는 아니지만 호남에서 약진할 가능성은 있다”고 안철수 신당을 평가했다.
이어 “현재 여론조사를 보면 안철수 신당이 출범할 경우 민주당의 지지율은 10%정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10%가 20%는 될 수 있지만, 40%를 차지하기는 어렵다”며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대북문제와 관련해 “지금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고 우려한 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이 안보위기를 조장함으로써 좀 더 유리한 국면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 일 년 평가에 대해 “점수로 매긴다면 C+정도”라며 “갈등조정 기능이 전혀 없었다. 경제민주화나 복지도 거의 성과가 없었다. 다만 외교에 있어서는 잘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여타 부분의 평가가 너무 안 좋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큰 점수를 줄 수는 없다”고 총평했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
“내년은 ‘선거의 해’…관전 포인트는 야권재편”
윤희웅 센터장은 “정부여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시민사회 및 노동계의 압박 등으로 내년은 박근혜정부에 적잖은 부담감이 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부의 이 같은 요인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허약하기 때문에 여권이 상대적으로 전체적인 타격을 입기는 어려울 것이며, 박근혜정부 또한 안정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윤 센터장은 내년을 ‘선거의 해’라고 규정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첫 전국단위 선거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그는 “야권이 정부여당에 대한 평가나 심판구도로 선거를 치르고자 하겠지만, 심판정서를 확산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2010년 지방선거처럼 심판론이 강하게 작용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윤 센터장은 이번 지방선거의 관전 포인트로 정부여당에 대한 평가보다는 야권재편에 따른 헤게모니에 비중을 뒀다. 그는 “박근혜정부 심판론보다는 야권의 경우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사이에서의 헤게모니 투쟁이 지방선거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분위기로 보면 안철수 신당 쪽에서 대중성 있는 인물을 내세울 경우 호남에서 민주당과 일합을 겨루고, 성과도 거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결국 야권이 두 세력으로 나뉘면서 여당에게 유리한 측면이 강할 것”이라고 전체적인 판세를 분석했다.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서는 “안철수 신당 측에서 후보를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막판까지 박원순 시장과 대립각을 세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중도 사퇴(후보단일화) 가능성을 내다봤다.
윤 센터장은 안철수 의원이 과거 박원순 시장을 지지하며 사퇴한 상황에서 박 시장과 겨룰 후보를 내세운 다는 것은 명분이 서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민 정서상 이를 수용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 시장을 지지했던 안 의원이 이제와 후보를 낸 다는 것은 정서상 수용하기 어렵다”며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경쟁할 후보를 내세우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서울시장-경기지사 야권단일화 빅딜’ 가능성에 대해선 “서로 양보하고 주고받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공식적인 선거연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후보 차원에서 단일화가 진행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패할 경우 현 정부의 조기레임덕이 찾아올 수 있다는 일부 시각에 대해 “여권의 지지기반 자체가 흔들릴 정도로 대패할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는다”며 거듭 야권재편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윤 센터장은 현 정부 일 년 평가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했다. 일 년 내내 정치권의 갈등이 장기화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박 대통령의 리더십 또한 발휘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교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대중 평가는 긍정적이지만 경제나 인사문제에 있어서는 여전히 과제를 남기고 있다”고 평했다.
- 정찬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