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0일 중앙대병원에서 ‘가수’ 솔비가 아닌 ‘작가’ 솔비를 만났다. 솔비는 본명인 권지안으로 ‘누! 해피미’전에 참여하고 있었다. 중앙대병원에서 12월 16일부터 30일까지 열린 ‘누! 해피미’전은 ‘누구나 행복한 내가 될 수 있다(Anyone can be happy by themselves)’는 의미를 담은 자선 전시회였다.
연예인이 아닌 미술작가 솔비로 참여한 이번 전시회는 솔비와 미술을 사랑하는 4명의 여성 작가들(이정애, 박숙진, 윤선우, 김예슬)이 함께 했다. 이들은 손수 만들고 그린 작품들을 중앙대병원 2층 로비에 전시했다. 전시 기획은 문화·예술 전문업체인 씨에이치이엔티의 배수영 설치작가가 맡았다.
솔비는 이번 전시 외에도 과거 여러 전시회에서 작가로서 재능을 드러내왔다. 그래서 그의 남다른 그림 사랑은 이미 알려져 왔던 터다. 그런데 이번 자선 전시회를 제안 받은 게 아니라 솔비가 먼저 제안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솔비는 “함께 참여하는 작가들도 그림, 사진, 공예, 퀼트 등 미술 작업을 하면서 아픔을 극복하고 치유를 받아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이번 전시를 함께 하게 됐다”며 “예술의 힘을 직접 느낀 작가들이 고통 받고 있는 환우와 그 가족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해 그들이 있는 병원으로 직접 찾아가는 전시를 마련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연예인으로 8년 활동, 슬럼프 그림으로 극복
그림 그리며 받은 치유,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파
“가수로 데뷔한지 8년인데, 많은 일을 겪으면서 슬럼프가 왔었어요. 마음의 병이 있었죠. 그때 시작했던 그림이 제게 참 많은 위로를 줬어요. 그래서 제가 그림을 그리며 치유 받은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그림을 보며 치유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싶었어요. 그래서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연말이라 바깥은 화려한데 병원 안에서 병마와 싸우는 분들은 외로워요. 이번 전시가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하면 그림으로 의미 있는 만남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병원 앞에 서게 됐다는 것이 솔비의 설명이다. 그는 자선 전시회 행사에 앞서 중앙대병원 소아병동 환아들에게 선물을 증정하는 산타로 변신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대화를 나누는 내내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하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지 않을까”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최근 솔비는 연예인 성매매 사건에 휘말렸다. 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된 연예인 성매매 관련 찌라시에 그의 이름 또한 언급돼 있었던 것. 이에 솔비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12월 19일 검찰이 성매매 명단에 오른 여성 연예인 대부분은 이번 수사와 관계가 없다고 발표하면서 솔비도 의혹을 벗을 수 있었다. 그러나 힘든 일을 겪은 바로 다음날이 자선 전시회 행사날이라 솔비가 과연 행사에 참석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가 무색할 만큼 이날 솔비의 모습에서는 어두운 그림자를 찾을 수 없었다. 최근 불거졌던 일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솔직한 심경을 고백하기도 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하면서 원망스러울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연예인이기에 이런 자선 전시회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집중해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어떻게 생각하고, 이 직업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어제는 참 많이 울었지만 오늘은 이렇게 웃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요.”
솔비는 함께 전시에 참여하고 있는 작가들에 대해 소개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작품 옆에서도 밝게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또 그림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가급적이면 작품에 대해 많이 설명해주려고 노력했다. 전시회에는 루머에 휘말린 ‘슬픈 연예인’이 아니라 그림을 사랑하고 그림을 그리며 희망도 그리는 ‘행복한 작가’ 솔비가 있었다.
“제 작품을 보면 알겠지만 병원 전시에 맞게끔 ‘치유’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어요. 많은 분들이 제 그림을 보고 치유를 받았으면 좋겠네요. 전시회에 행복을 나눠드리러 왔지만 오히려 제가 행복을 가득 얻고 가는 것 같아요. 모든 분들이 2013년을 행복하게 마무리하고 2014년에도 행운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 김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