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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삼성 스마트폰을 빛내는 中企 기술…“국가경제 미래 뿌리산업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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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60호 김경훈 편집국장⁄ 2014.01.06 12:54:01

영등포구 문래동은 고려 말 문익점이 원나라에서 들여온 목화에서 지명이 유래했다. 문래근린공원엔 박정희 대통령 흉상이 있었다. 5·16혁명 당시 6관구사령부가 있던 곳이다. 김재규씨가 후임 사령관을 맡은 당시 세웠는데, 지금은 철거돼 구청에서 보관하고 있다.  
문래동 일대 예술촌은 산업과 예술이 동거하고 있다. 공장이 이전한 빈 건물엔 예술가들이 200여명 입주해 창작의 꽃을 피우고 있다. 녹물로 벌겋게 물든 을씨년스런 골목마다 각종 조형물과 총천연색 벽화가 가득하다. 녹과 땀이 서린 자리를 열정의 예술이 채우고 있다. 이곳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머잖아 헐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갤럭시 S4 카메라모듈 토대는 초정밀 금형기술
문래동은 한때 우리나라 철강판매 1번지였다. 철강관련 모든 제품이 이 일대를 통해 유통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0년대만 해도 1천개 업체가 있었다. 아직 드문드문 남아 있는 철공소 불빛에는 땀에 밴 장인정신의 뿌리가 담겨있다. 자동차와 전자, 조선, 화학 등 주력산업이 자리를 잡는 데 뿌리산업의 역할이 컸다. 뿌리산업은 제조업의 근간이다. 
뿌리산업은 제품형상을 만드는 기초공정이다. 소재나 부품을 완제품으로 만드는 기초산업이다. 제조과정에서 공정기술로 활용되고 있어 주력산업의 시장변화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른바 금형과 주조, 용접, 소성가공, 표면처리, 열처리 등 6개 분야를 일컫는다.       
자동차와 항공기의 핵심부품 80%가 뿌리산업에서 만들어진다. 국내 시장규모가 87조원에 이른다. 대략 26만개 기업이 있지만 대부분 10명 미만으로 영세하다. 제품의 공정상 3D산업으로 인식돼 제대로 된 정책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글로벌 초일류 제품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거기엔 우리나라 뿌리산업의 최고기술이 들어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러시 S4에 있는 1300만 화소 카메라모듈, 이 카메라렌즈를 대량 생산하려면 눈곱만한 렌즈가 균일한 반달모양으로 만들어지도록 금속을 정밀하게 깎아야한다. 나노몰텍이라는 금형업체 제품이다. 이 회사가 세계최고 수준의 초정밀 금형기술을 개발하지 않았다면 갤럭시 S4 카메라는 지금의 화질과 무게, 크기를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

부품·소재산업 무역흑자 100조 돌파의 원천은 ‘뿌리산업’
세계적 명차 포르쉐 카이엔에도 우리나라 뿌리기술이 담겨있다. 국내가격이 1억원을 웃도는 이 차의 계기판을 견우정공이라는 금형업체가 공급한다. 속도계와 유량계 등 계기판을 대량 생산으로 만드는 것도 열처리, 가공, 냉각 등 수백 가지 기술을 총집결한 기술 덕택이다. 
최근 우리나라 부품·소재산업 무역흑자가 100조원을 돌파했다는 낭보가 들려왔다. 수출주력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부품은 원자재에 1차 가공을 거친 반도체, 인쇄회로기판, 모터, 베어링 등이다. 소재는 금속과 화학, 세라믹, 섬유로 나뉜다. 이 분야에서 우리는 미국과 중국,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5위로 우뚝 섰다. 2020년에는 일본을 제칠 것으로 전망된다. 
부품·소재산업의 선전도 따지고 보면 뿌리산업 덕이다. 뿌리산업은 부품·소재를 완제품으로 만드는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과거 기반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제는 대규모 무역적자를 메꾸는 일등공신이 됐다. 아울러 자동차, 휴대폰 등 수출효자 품목이 부품·소재의 성장을 견인했다. 해외 생산기지를 세우면서 자동으로 이 분야 성장을 도왔다. 
국가경제의 미래는 뿌리산업에 달렸다. 뿌리산업에 대한 지원방안을 확대해야 옳다. 독일의 마이스터 같이 뿌리산업 종사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구인란에 허덕이는 상황을 그대로 둬선 곤란하다. 개미구멍을 무시하단 천길 둑도 무너진다. 사람은 산에 걸려 넘어지는 법이 없다. 흙덩이에 걸려 넘어진다.(질우산 질우질 跌于山  跌于垤) 국가도 마찬가지다.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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