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게 비지떡은 아니다. 싸구려는 좋은 게 없고, 좋은 건 싸지 않다는 말도 맞지 않다. 쓸데없이 비싼 게 너무 많다. 싸면서 좋은 게 얼마든지 많기 때문이다. 최근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의 빛나는 경영실적을 보고 든 생각이다.
저가항공으로 불리는 저비용항공사의 시장점유율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선과 국제선을 통틀어 전체 항공시장의 21%를 차지한다. 2005년 취항 이후 8년 만이다. 5명 중 1명꼴로 이용한다는 얘기다. 일부 노선에서는 대형항공사를 앞지르고 있다. 김포∼제주 노선은 무려 60%다. 외국계 저비용항공사의 국내 취항도 날로 늘고 있다. 글로벌 항공시장은 춘추전국시대다.
이스타항공은 승무원이 직접 기내청소 맡기도
국내 저비용항공사는 모두 5개다. 제주항공(애경그룹)을 비롯해 진에어(대한항공), 에어부산(아시아나항공), 이스터항공(새만금관광개발), 티웨이항공(예림당) 등이다. 국내외 30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지난 해 전체승객 가운데 국내선의 48%, 국제선의 9.6%를 점유했다. 2005년 우여곡절 끝에 제주∼청주 노선에 취항한 한성항공(티웨이항공 전신)이 시초다.
저비용항공사는 비용절감을 통한 효율성을 중시한다. 항공료를 보면 국내선은 대형항공사의 80%선, 국제선은 70%선이다. 항공료를 낮추는 대신 기내식 등 무료서비스를 줄인다. 수하물 규정도 엄격 제한한다. 기내에 싣는 물의 양을 조절해 연료를 절감한다. 서비스 질이 낮은 게 아니라 불필요한 서비스를 줄여 저렴하다.
저비용항공사의 눈부신 경영실적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작은 실천이 모인 결과다. 탑승권도 비용을 줄여 작다. 탑승권을 발급할 때 자리번호 대신 자리구역만 배정하기도 한다. 고객응대시간을 줄이고 탑승시간이 빨라져 항공편 지연횟수를 줄인다. 심지어 승무원이 직접 기내청소를 맡는다.(이스타항공) 겉멋 부리고 행세하는 데 익숙한 타성을 과감히 벗어 던진 결과다.
딱딱한 기내방송도 재미있게 바꾼다.(진에어) 유머가 담긴 경영과 재미있는 마케팅이 직원행복과 경영성과로 이어진다. 저비용항공사의 유머경영은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을 벤치마킹한 결과다. 1967년 허브 겔러허 회장이 설립한 이 항공사는 동종업계 보다 이직률이 낮았다. 직원과 고객을 가족처럼 대했다. 신바람 나는 회사를 통해 직원과 고객을 감동시킨 결과다.
파산한 일본항공 2년 만에 부활시킨 ‘아메바경영“
프레임을 바꿔야 이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재미있는 금연 기내방송은 경영학 교과서에 실려 있다. “꼭 담배를 피워야 한다면, 날개 위의 흡연구역을 이용하세요. 거기 계시는 동안 비행기 내부에서 상영하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감상하셔도 좋습니다.”
지난해 대한항공(176억)과 아시아나항공(112억)은 영업 손실을 냈다. 대한항공은 5년, 아시아나는 4년 만이다. 두 회사가 밝힌 실적부진 이유는 경기불황과, 환율변동, 경쟁심화, 항공화물 시장침체,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 등이다. 모두 외부요인 탓이다. 그러나 답은 내부에 있다. 혁신은 무언가를 크게 만드는 게 아니다. 기존 패러다임을 바꿔 작은 변화를 실천하는 거다.
일본 교세라그룹의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파산한 일본항공 회장을 맡아 2년여 만에 살려냈다. 최근 펴낸 책 ‘이나모리 가즈오 1155일간의 기록’을 보면 눈물겨운 투쟁기가 나온다. 조종사와 승무원, 탑승권판매원, 정비사 등이 현장에서 매일 각 조직의 채산성과 기여도를 기록하고 확인했다. 조종사는 종이컵 대신 자기컵을 들고 비행기에 올랐고, 승무원은 친절하게 기내면세점을 팔았다. 이른바 ‘아메바경영’(부문별 채산제도)이 이룩한 놀라운 변신이다.
저비용항공사의 눈물겨운 효율경영, 일본항공의 부활은 많은 걸 시사한다. 10원은 100원의 3년 치 이자다. 주인의식이 살 길이다. 공기업의 방만경영은 국가경제를 좀먹는다. 절간(절실하고 간절한)의 마음이 절실하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 (염일방일 搛一放一)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