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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세월호 참사는 초고속 성장의 단면 “국가·기업이 신뢰 잃으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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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6호 김경훈 편집국장⁄ 2014.04.28 14:06:12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망을 보유하고, 세계에서 가장 좋은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세계 최고의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다 해도, 어린 아이들을 구조해 낼 능력이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가 최근 세월호(號) 침몰사고를 비판한 내용이다.

하루라도 꽃은 피어야 꽃이고, 새는 울어야 새다. 작가는 글을 써야 작가다. 국가는 국민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국가가 아니다. 잘 살고 못 살고는 다음다음의 문제다. 국가안위만큼 최고의 명제는 없듯, 국민행복만큼 최상의 과제는 없다. 어린 아이들과 학생, 여자는 사회적 약자다. 그들을 평상시 보호하고 위급할 때 구해내는 건 국가의 책무다.  


스마트폰·조선 세계1위…아이들을 구조 못하면 무슨 소용?

세월호 침몰은 승객 476명 가운데 302명이 실종․사망(4월25일 현재)한 초대형 참사다. 피해자 대다수가 수학여행을 떠난 고교생이어서 아픔이 더욱 크다. 사고를 일으키고도 승객을 버린 채 탈출한 선장과 승무원 때문에 충격이 더욱 크다. 피해가족은 충격과 비탄에 빠지고, 온 국민은 죄인의 심정이다. 사회는 집단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재난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체계적이고 정밀한 재난대응시스템과 매뉴얼이 있어야 국민이 믿고 안심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가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정부는 도대체 왜 있는지… 원초적 물음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쇼크’는 우리 사회의 후진적 단면이다. 구조와 수습과정은 더 큰 치부를 드러냈다. 세계 13위 경제대국에서 일어난 사고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충격이다. 한 국가나 기업의 수준과 능력은 재난과 어려움이 닥쳤을 때 판가름 난다. 위기에서 참모습이 드러난다. 나무와 풀은 큰 바람이 불어야 분간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바다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 (수능재주 역능복주 水能載舟 亦能覆舟) 진도 앞 ‘통곡의 바다’는 우리가 지내온 초고속 압축성장시기를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6․25동란의 폐허를 딛고 세계 7위의 수출대국이 됐다. 남들이 100년에도 하지 못할 일을 50년 만에 해냈다. 그러나 화려한 성장의 와중에 생명의 가치에 무관심했다. 안전의 소중함에 무신경했다.


초고속 압축성장 와중에 생명과 안전의 소중한 가치 잃어

생명과 안전은 단기간에 압축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공동체의식과 정비례하는 준엄한 가치다.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진리다. 지속가능 사회를 떠받치는 버팀목이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마지막 보루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고용창출을 통해 국부를 창출하고 국민경제를 살찌운다. 이게 국가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세월호를 운항하는 청해진해운은 캐면 캘수록 의혹투성이다.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외부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승무원의 안전교육비용은 로비비용의 10분의 1도 안 된다. 애당초 부실기업이다. 그럼에도 청해진해운 실소유주 유병언 씨는 수 십 억을 배당이익으로 챙겼다. 두 아들은 청해진해운 지주회사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를 지배하고 있다. 

세월호(世越號)란 이름은 유병언 씨가 지었다. 그는 횡령과 배임, 탈세, 뇌물공여, 재산 해외은닉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청해진해운은 한강유람선을 운항하다 1997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세모해운의 후신이다. 법정관리 허점을 악용해 위장회사를 앞세워 재인수했다.  당시 2000억 부도를 낸 후 ‘유령경영’으로 10년 만에 5600억 자산가로 군림했다. 

그런 사람이 버젓이 오너 행세하는 기업이 참사를 빚었다. 국가도 관리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배를 만들려는 사람에게 나무와 연장을 주지 말라 했다. 먼저 바다를 향한 동경(憧憬)을 가르치라 했다. 그동안 우리는 사리사욕에 눈멀고 무사안일에 귀먹어 영혼이 좀먹지 않았는지, 그래서 본연의 가치를 잃지 않았는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갈 일이다.

국가나 기업이나 신뢰를 잃으면 다 끝이다. (무신불립 無信不立)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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