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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행근의 중국부자 이야기 ⑦]중국부자는 성적순(?)

칭화대 억만장자 84명 배출, 베이징대 제쳐…전문대졸 마윈 170조 세계최대 상거래업체 일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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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80호 송행근 중국문화학자⁄ 2014.05.29 08:57:07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부자가 되고 싶으면 관직을 맡지 말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5월 4일 ‘청년의 날’에 중국 최고 명문인 베이징대학교(北京大學)를 찾아 대학생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고 명문인 베이징대에서 부자가 되고 싶으면 관료가 되지 말라고 강력하게 언급한 이유는 무엇일까? 개혁개방 이후 중국에서 학벌이 부자가 되고, 고위 공직자가 되는 중요한 배경이 됐기 때문이다.

“나이 마흔에 4000만 위안(약 66억 원)을 못 모으면 내 제자라고 말하지 말라.” 중국 베이징사범대학의 한 교수가 인터넷을 통해 대학원생 제자들에게 쓴 글이다. 중국에서 부자가 되는데 정말 훌륭한 학력이 중요할까?

최근에 중국대학교협회가 ‘2012 중국 명문대학’을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명문대학인 칭화대학교(淸華大學)가 개혁개방 이후 모두 84명의 억만장자를 배출해 베이징대학(82명)을 제치고 영광의 1위를 차지했다. 세 번째로 억만장자를 배출한 대학은 항주의 저장(浙江)대학으로 66명이다. 상하이에 소재한 푸단(復旦)대학이 46명으로 4위, 베이징에 소재한 런민(人民)대학이 30명으로 5위, 상하이에 소재한 자오통(交通) 대학이 25명으로 6위를 각각 차지했다. 칭화대학을 졸업한 억만장자 84명의 재산 합계는 3000억 위안(54조 원)으로 1인당 평균 35억7000만 위안(64200억 원)이나 됐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부자들이 가장 많이 사는 베이징과 상하이에 소재한 대학들이 억만장자를 많이 배출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중국에서 부자는 성적순이다. 이런 배경 탓에 천만부호의 3/4은 자신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원천으로 학력과 인맥을 꼽았는데, 그 비율이 35%를 넘었다. 특히 30세 이하의 천만부호는 인맥과 학맥을 더욱 중요시했는데, 그 비율이 각각 87%와 45%를 넘었다. 천만부호는 학벌과 인맥이 부자가 되는 길이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이러한 확고한 인식은 천만부호들의 자녀교육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천만부호들의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녀교육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자녀들의 가장 좋은 방안은 해외유학이다. 실제 천만부호의 85%와 억만부호의 90%가 초등학교 혹은 중학교시기에 자녀들을 해외유학 시키려고 생각하고 있다.

▲중국 청화대학 MBA 동문회 2012년 이사회 홍보물


훌륭한 학벌이 부자의 길은 결코 아니다. 예외도 많다. 그 대표적인 인물은 알리바바(阿里巴巴)의 회장으로 중국부호 8위에 오른 마윈(馬雲)이다. ‘중국의 빌게이츠’라 불리는 그는 항저우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3류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나오고 대학 입학시험에 두 번이나 떨어져 삼수 끝에 전문대 격인 항저우사범학원 외국어과에 미달로 합격하는 보잘 것 없는 학벌을 가졌다. 하지만 오늘날 알리바바 창업 14년 만에 170조 원의 매출을 올려 세계 최대 상거래업체를 일구어내는 성공신화를 만들었다.

▲중국의 빌케이츠 알리바바 마윈회장

최근 학벌은 부자의 원천이 아니라 생존 그 자체이다. 올해 중국 대학 졸업자는 700만 명으로 역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구직난에 직면해 있다. 이 때문에 대학 졸업 후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는 현실 앞에서 ‘대학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더욱이 베이징의 경우 신규 대졸 취업자 월급은 평균 4000위안(72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취업 후에 필요한 방 한 칸의 월세는 평균 3000위안(약 54만 원)을 넘는다. 매월 4000위안을 벌어 과연 천만부호가 될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 말하면 거의 불가능하다. 로또가 되거나 운석을 주우면 몰라도.

중국에서 부자가 되는 또 하나의 길은 ‘꽌시(關係)’이다. 꽌시는 중국인에게 있어 피이자 생명이며 사회자본이다. 꽌시는 중국에서 큰 부자가 되는 핵심요소이자 국가의 경영이나 경제 시스템의 기저를 이루는 엄연한 실체이다. 현재 중국의 중앙 정부는 상하이의 인맥을 바탕으로, 전문 인력은 칭화대학(淸華大學) 인맥을 중심으로 포진돼 있다.

꽌시를 한마디로 말하면 인간관계 즉, 인맥이다. 꽌(關)은 ‘관문’을 뜻하고, 시(係)는 ‘연결’을 뜻한다. 사회적으로 보면 부정부패의 주요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비즈니스 측면으로는 성공을 결정하는 절대적 동력이다.

▲북경대학


꽌시는 오랜 세월 형성돼왔기 때문에 한마디로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꽌시의 구성요소는 인연(因緣)·인륜(人倫)·인정(人情)·체면(體面) 등 네 가지이다. 인연은 불교, 인륜과 체면은 유교, 인정은 불교, 체면은 유교의 속성을 각각 지니고 있다. 특히 인연은 혈연, 지연, 학연 등과 같은 소속의식을 깔면서 유교와 불교를 막론하고 중국사회에서 수천년간 가장 중요하게 인식했던 가치관의 하나이다. 또 인륜은 공맹(孔孟)이 말한 윤리의식에 기초를 두고 부모공경, 형제사랑 외에 믿을 수 있는 친구, 지기(知己)에 대한 신의까지 꽌시를 확대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꽌시는 이러한 문화적 배경을 갖지만 중국이라는 지리적 여건도 큰 작용을 했다. 중국은 예로부터 다민족에 사람도 워낙 많고 땅도 한반도의 44배나 될 정도로 광활해 중요한 사람을 만나거나 비즈니스를 할 때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려면 믿을만한 사람이 꼭 필요했던 것이다.

중국인들의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황금은 값을 따질 수 있지만 사람은 값을 매길 수 없고, 천금으로 집을 사지만 이웃은 만금을 줘야 살 수 있으며, 천금은 쉽게 얻을 수 있지만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는 얻기 어렵다.”(金有價人無價, 千金買房萬金買, 千金易的, 知音難求.) 꽌시를 중시하는 중국인의 생각을 단적으로 표현해 주는 말이다. 이 때문에 오늘날에도 중국은 법치(法治)보다 인치(人治)가 앞서고, 인치가 중국의 전반을 움직이는 독특한 사회구조를 형성했다.

▲루이뷔통 핸드백

다만 같은 유교문화권에 속한 우리나라의 인맥과 중국의 꽌시는 차이가 있다. 우리의 인맥은 혈연, 지연, 학연 등에서 형성된 소속과 서열에 중심을 둔다. 반면에 중국의 꽌시는 소속과 서열 외에 만나면서 알게 된 그 사람의 인성과 관계를 더 중시한다. 따라서 인성을 알고 신뢰를 쌓기까지 즉, 꽌시를 만들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꽌시를 형성하기 위해 천만부호가 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중국 천만부호의 3/4은 자신에게 가장 큰 힘이 돼 주는 것은 인맥을 넓히는 길이라고 인식한다. 그래서 인맥을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기는 각종 세미나에 참석하거나 EMBA 과정 또는 CEO 과정 등 다양한 연수과정을 재차 수강하려고 하는데, 그 비율이 70%나 된다.

둘째, 선물이다. 천만부호의 80%는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해서 선물을 한다. 비즈니스를 위해 천만부호들이 남성에게 선물하는 대표적인 품목은 시계이며, 여성에게 하는 선물은 루이비통이나 카르티에 같은 명품이다. 반면에 억만부호들은 와인을 선물한다. 그들은 아무 때나 선물하지 않는다. 비즈니스의 극대화를 위해 혼례와 축제 등 특별한 날에 선물한다. 선물하는데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이 부자들이다.

“비즈니스란 상품으로 하는 게 아니라 인간관계로 하는 것이다.” 중국을 무대로 한국, 일본, 프랑스, 미국 등이 벌이는 비즈니스 전쟁을 다룬 소설인 조정래의 <정글만리>에서 나오는 꽌시에 관한 말이다. 참으로 중국부자와 중국사회의 상관관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글귀이다.


송행근 = 중국문화학자로 전북중국문화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하시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중국시가의 이해’ 등 10여권의 저서가 있다. ‘송행근의 요절복통 중국’과 ‘송행근의 차이나리뷰’ 등 다양한 중국 관련 칼럼을 쓰고 있다.

- 송행근 중국문화학자 (정리 = 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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