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오랜 시간 쌓여져 온 사랑 어린 우정 혹은 우정 어린 사랑이 뜻하지 않게 무너져 버렸을 때 밀려오는 먹먹한 가슴은 그 무엇으로 어루만져야 할까. 또 다른 관계의 우정, 새로운 사랑이 망각의 시간을 돕고, 위안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인연이 아닌 것을 붙들고 있는 것은 집착이며 인생은 흐르는 데로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이 진리라는 공자님 말씀. 부처님 말씀, 하느님 말씀이 지당한 줄은 알지만 도저히 외면하기 힘든 것이 있다.
내 진심과 열정을 나눈 그대는 이 지구상에 하나라는 유일무이함. 흘려보내면 다시는 할 수 없는 그 관계 속의 유일한 경험이 너무도 소중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나는 추억에 대한 예의를 어디까지 지켜가야 할지 혼란스럽다.
함께 하는 것이 서로를 행복하지 못하게 하는 시점이 왔을 때 놓아주는 것이 배려인지 노력을 조금 더 해보는 것이 진정 현명한 길인지 선택하기란 때마다 어렵다.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었던 아름다운 기억, 배 아플 정도로 깔깔대던 웃음의 시간들을 뒤로한 채 서로를 등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현실은 인간에게 가장 잔인한 일처럼 느껴지는 오늘이다.
아무리 가슴이 아린 날일 지라도 나는 살아가야 하고 작품 앞에 선다. 작품을 바라본다. 관객이 발걸음 하기 전 갤러리 공간 한 가운데 서서 산림욕을 하듯 작품의 기운을 받아본다.
시간이 멈춘 듯 한 순간. 이 작품을 만들어내기 까지 작업하는 작가의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하고, 작업실에서 나눈 진지한 대화 속 피어났던 에너지를 떠올리면 소름이 돋기도 하고, 오픈식에 서있던 작가 가족 분들의 표정과 박수 소리, 한참 어른인 분들께서 깍듯이 내게 감사하다고 인사하시던 모습이 떠올라 청승맞게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초대장은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던 시간, 매번 쓰는 보도자료 이지만 또 다시 긴장하고 머리를 조아리던 시간,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특별한 도록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설레어 하고, 홀로 디자인을 할 때 맘껏 욕심 부리던 시간. 모든 순간의 단편 영상들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보면 뭉클한 하나의 드라마다.
내게는 매달 일어나는 일이지만 각각의 전시가 누군가에게는 일생에서 한번 있는 기념적인 일이다. 이벤트가 막을 내리면 작가는 세상과 소통하는 동안 흥분되었던 가슴을 가라앉히는 과정에서 비롯한 공허함을 다시 작업으로 채워나간다.
▲국립중앙박물관 오르세미술관전 관람객. 사진 = 왕진오 기자
▲영화 ‘역린’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