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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전시]역사가 된 순간의 기록, 사진이 세상을 바꾼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역대 퓰리처상 수상작 연도별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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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85호 왕진오 기자⁄ 2014.07.03 08:50:55

▲퓰리처상 수상작을 설명하는 시마 루빈 큐레이터. 사진 = 왕진오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왕진오 기자) 순간의 기록으로 세상을 바꾸는 강력한 단 한 장의 보도사진을 위해 사진기자들은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그 순간, 자신마저 버릴 각오로 임하는 이들의 직업 정신은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의 박수를 받는다.

언론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퓰리처상 사진전이 한국을 찾았다. 6월 24일부터 9월 1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순간의 역사, 끝나지 않은 이야기-퓰리처상 사진전’은 1942년 이후 역대 퓰리처상 수상 사진들을 연도별로 소개하는 전시다.

전시장에는 1951년 한국 전쟁, 1969년 베트콩 즉결심판, 1973년 네이팜탄 폭격, 2001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공격 장면 등 주요 사건이 선별되어 당시의 긴박한 현장을 보다 심도 있게 볼 수 있다.

한국에서 개최되는 세 번째 퓰리처상 수상 보도사진전을 위해 1972년 6월 ‘네이팜 소녀 사진’으로 잘 알려진 ‘베트남-전쟁의 테러’사진을 찍은 당시 AP통신 베트남인 사진기자 닉 우트(Nick Ut)가 내한해 당시 현장의 생생함을 증언했다.

닉 우트는 1973년 ‘베트남-전쟁의 테러’, 소위 ‘네이팜 소녀’라 불리는 사진으로 가장 젊은 나이에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종군기자로 사진을 찍다 전쟁터에서 생을 마감한 형을 본받아 21살의 나이에 베트남전의 현실을 기록했다.

▲1969 베트콩 사형집행(Viet Cong Execution) by Edward T. Adams, Courtesy of The Associated Press.


전쟁의 공포를 담은 사진 한 장이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형의 희망처럼, 폭탄투하 후 불타는 마을을 뒤로한 채 온몸에 화상을 입고 도망치는 ‘네이팜 소녀’의 모습을 담은 그의 사진은 베트남 전쟁을 종식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의 사진은 당시 나체사진을 싣지 못하는 AP통신의 규정에 따라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할 뻔 했다. 베트남 AP사이공 국장이었던 호스트 파스가 강력하게 주장해 실리게 됐고 역사를 초월해 많은 사람에게 전쟁의 참혹함과 잔인함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섭씨 3000도에 이르는 네이팜탄 화염에 불타버린 옷을 정신없이 벗어던진 채 울부짖으며 잿더미가 돼버린 집을 뛰쳐나오는 소녀를 포착했다. 사진을 찍자마자 카메라를 내려놓고 ‘벌거숭이 소녀’를 병원으로 데려갔다.”며 당시의 처절함을 전했다.

닉 우트가 찍은 ‘전쟁의 테러’라는 사진은 전쟁이 무엇인지조차 생경했던 어린 소녀가 폭력에 말려든 모습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전쟁 중에는 어느 곳도 안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전시된 사진들에는 거리에서 베트콩 포로를 즉시 총살해버리는 사진 한 장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 사진 한 장이 많은 미국인이 반전으로 돌아서게 했으며, 또 한편으로는 사진 속 베트남 장군이 평생을 비난 속에 살아가게 만들었다.

이 사진으로 1969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애덤스는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돈을 받고 있었다니”라며 당시의 불편한 마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1973 베트남 - 전쟁의 테러(Vietnam - Terror of War) by Huynh Cong Nick Ut, Courtesy of The Associated Press.


베트남전 종식에 기여한 종군사진가 내한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시마 루빈은 사진기자들에 대해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해주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게 해 주며, 우리 모두를 이어주는 것에 대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존재”라며 “순간을 역사로 남긴 것이 사진기자들의 몫이었다면, 이 역사의 순간들을 엮어내어 우리가 사는 세상에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자신의 의도이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전쟁 발발 64년을 기억하기 위해 ‘6.25, The Forgotten War(잊혀진 전쟁)’이 마련되어 전후 세대들에게 한국 전쟁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폭격으로 뒤틀린 대동강 철교를 필사적으로 탈출 하는 피난민의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맥스 데포드(Max Desfor)가 전쟁 발발 3개월 후인 1950년 9월부터 12월에 이르는 한국전쟁에서 가장 긴박했던 4개월을 보여준다.

전시는 인천상륙작전 이후 서울 수복, 평양탈환, 중공군의 개입, 흥남철수 등 총 4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이 전시의 제목이 상징하듯 전쟁은 이 땅에서 벌어졌지만, 풍요로운 오늘에서는 다소 먼 거리에 위치해 있다.

“한국인들은 전쟁의 시작만을 기념합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전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라는 맥스 데스포의 말은 역사 인식의 부재에 대한 엄중한 경고로 관람객들에게 다가온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사진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시대의 단면을 기록한다. 그 속에는 전쟁의 재앙과 가난의 고통, 승리의 기쁨과 구속에서 풀려난 환희가 담겼다.

포토저널리즘의 고전으로 꼽히는 수상작에서 우리는 시대의 비극과 승리를 찾아 볼 수 있다. 여기에 전쟁과 폭력이 있다. 영웅적인 행동과 인간에 대한 연민, 그리고 굶주린 이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사진가는 존경을 담아 사진으로 표현했다.

▲흥남 철수(Hungnam Evacuation) 1950 by Max Desfor, Courtesy of AP Max Desfor Collection.


강력한 이미지는 거울과 같다. 우리가 누구인지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모두 보여준다.  “우리는 역사의 앞자리에 앉아 있다. 그리고 우리는 말한다. ‘아, 그래. 이거  나도 기억해’ 퓰리처는 사실을 영원히 보여주는 거울이다”라는 사진가 존 화이트의 말이 떠오른다.

‘순간의 역사, 끝나지 않은 이야기_퓰리처상 사진전’은 우리 역사의 증인이다. 이들은 시대를 초월해 영향을 발휘하는 사진의 힘을 보여주는 좋은 자료다.

퓰리처상은 저명한 언론인 조지프 퓰리처(1847∼1911)의 유산 50만 달러를 기금으로 1917년 만들어졌다. 언론·문학·음악 등 3개 분야에 걸쳐 시상하며, 90여 년에 걸쳐 명성을 쌓아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보도사진 부문 수상은 1942년 처음 시작되어, 1968년 특종 사진(breaking news)과 특집 사진 분야(feature photography)로 나뉘어져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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