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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이들을 품지 못하는 시스템의 한계, 한효석 작가의 맨 살덩어리 '휴머니티'

국가와 개인 간의 사회적 기형(Social anomalies)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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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왕진오⁄ 2014.07.06 21:37:59

▲한효석, 'anomalies' 설치전경, 합성수지 인체 라이프케스팅, 2009-2014.

(CNB=왕진오 기자) "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대의명분으로 위장된 진실은 추악한 거짓과 무엇이 다를까?" "동물의 세계와 지금 우리 사회는 무엇이 다를까?"

선거 유세장의 한 표를 호소하는 위정자나 고고한 테이블위에서 이론을 탐구하는 학자들이 내뱉은 말이 아니다.

작가 한효석(42)이 40여 년을 살아온 공간에서 벌어진 일들을 목격하고 체험하며 아티스트로서 자연스럽게 몸에서 나온 세상에 대한 외침이다.

지난 4월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죽은 돼지를 전시장 천장에 걸어놓은 '자본론의 예언'이란 제목의 개인전을 펼쳤던 작가 한효석이 이번에는 인체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가지고 'anomalies(기형)'이란 제목으로 경기도 평택문화예술회관 전시관에서 10일까지 개인전을 진행한다.

▲한효석, 'anomalies'.설치전경, 합성수지, 인체 라이프케스팅, 2009-2014.

이번 전시에서 한효석은 그가 살아온 '평택'이란 도시를 동물화된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군 기지가 있는 곳, 어릴 때 미군 기지에서 뛰어놀았고, 아버지가 키우는 돼지 농장 바로 옆에 미군 기지가 자리하고 있었으며, 미군 아주머니가 이웃이 되어주던 평택에서 작가는 40여 년을 살았기 때문이다.

한 작가가 주목한 것은 용산 미군기지, 동두천미군기지 등의 평택 이전이 결정되고, 그것이 실행에 옮겨지면서 강제로 수용되는 과정에서 평택주민들이 반발하자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보다 시간을 끌며 사태의 충격을 은폐하는 정부, 원주민의 고통은 안중에 없이 자신들의 이해관계 안에서의 목소리에만 열중하는 또 다른 단체의 이기적인 작태이다.

자신의 고향인 평택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통해 작가는 정부도 민간단체도 언론도 원주민이 겪는 고통에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체험했다.

▲한효석, 'anomalies'. 설치전경, 합성수지, 인체 라이프케스팅, 2009-2014.

진실을 알리려는 사람들, 진실을 덮어버리는 기관들,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서 작가는 질문을 던진다. ‘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대의명분으로 위장된 진실은 추악한 거짓과 무엇이 다를까?’ 그리고 ‘동물의 세계와 지금 우리 사회(인간)는 무엇이 다를까?’

이번 전시에서 한효석 작가가 선보이는 '개인과 국가의 사회적 기형'은 법과 권력의 체계 내에서 소외되는 사회적 약자들, 생명을 가졌으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존재들의 상처, 외상과의 마주침이다.

작가는 일그러지고 기형적이고 흉측하게 그을린 생명들의 본질, 그 맨 살덩어리를 통해 '휴머니티'를 말하고 싶어 한다.

인간과 동물, 인종과 위계의 한계를 넘어서서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것,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소외된 이들을 품지 못하는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내 물신화되지 않고, 권력에 종속되지 않는 자율적 주체로 살아가는 것. 작가는 우리가 잃어가는 '인간적인 것', 살아있음에 대해 자신의 형상으로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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