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왕진오 기자) 쉬지 않고 돌아가는 기계소리, 가쁜 숨을 몰아쉬며 완성된 제품을 옮기는 작업자들의 땀 냄새가 새벽부터 어둠이 내린 심야시간까지 남아있는 공장이 예술 창작의 공간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새로운 전시공간으로 변신을 시키기 위해 잰 걸음을 걷고 있는 작가 배동기.
배동기 작가가 공장 미술에 주목한 것은 1995년부터 자신의 삶이 진행되고 있는 장소이자 하나의 예술적 창조의 공간으로서 실크스크린 기법을 활용해 패턴을 만들어내는 장소이기에 과정예술로서의 조건을 충분히 담고 있다고 생각한 수년전부터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배 작가가 공장 미술에 주목한 것은 "젊은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삶을 살아가는 장소이면서 삶의 모든 요소인 희로애락이 담겨진 이 장소를 하나의 예술적 맥락으로 담아가면서, 예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삶의 일부이면서 우리의 삶 자체가 예술이라 말 할 수 있는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포스트모더니즘인 '예술을 위한 예술'로 예술 내부만을 바라보았던 모더니즘과 달리 예술을 예술이기에 하는 '틀', 제도로 시선을 옮기면서 미술관이 지니는 제도 문제들을 비판한데서 모티브를 찾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공장미술의 커다란 형식은 과정미술이라고 말한다. 과정미술이란 불변의 미술작품 대신 창조적인 제작 과정을 추구하는 예술이기에, 작가 자신의 삶이 진행되고 있는 장소이자 하나의 예술적 창조 공간이기에 과정예술로서의 조건을 충분히 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배동기 작가는 하나의 시간이 함축되어 있는 각각의 산업 기계들과 부수기자제가 하나의 오브제로서 공장이란 공간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는 한순간에 만들어지기 보다는 본인의 삶속에서 능동과 예술, 경험과 반복된 삶 속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예술작품이 된다는 그의 생각이다.
이곳에서 축적된 수만 가지의 가구 디자인의 패턴들은 크게는 한국의 패턴 디자인의 흐름을 읽을 수 있으며, 작게는 본인이 작업해온 삶의 예술의 축적되고 보관된 장소이다.
공장이란 하나의 제품이 생산되어오는 공간이면서 그 모든 것이 축적된 또 다른 ‘행위축적’의 공간이다.
작가가 공장을 예술로 끓어 들인 이유 또한 이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공장이란 하나의 흐름 속 중간에 위치해 있으면서 그 흐름의 전반적인 모습을 지켜본다.
이는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 감에 있어서 물감에서 팔레트를 거치고 다시 캔버스로 옮겨가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생각을 한다.
문자, 이미지, 소리라는 모든 매체의 형식을 통하여 기록된 개인적, 사회적, 역사적인 시선과 개념들은, 개인적인 경험의 혹은 사회적 관념의 틀에서 벗어나 기억의 사유를 확장하며, 새로운 의미론적 관계를 형성한다.
배동기 작가의 작업에서는 공장이라는 공간속 기록을 통해 어떤 거대한 텍스트 안에 들어가는 것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기록들이 모여 거대한 역사를 만들어 내듯 작가와 함께한 공장이라는 공간 자체가 본인의 예술적 삶의 역사와 기록이면서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이다.
공장의 예술화는 공장이 끊임없이 돌아가면서 지나간 시간 속에만 흔적을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 올 시간 속에도 흔적을 남겨 둔다.
‘쓴다’라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텍스트를 통해 드러나고 ‘그린다’라는 행위는 이미지를 통해 드러난다.
기록은 개인이 중심에 있는 주체라는 관점에서 이루어지며 우리는 글을 쓰거나 그리기를 통해 개인의 흔적을 기록하듯 배동기 작가는 공장과 자신이 움직임으로서 삶과 예술이 공존하며 기록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 배동기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서양화과를 수료했다. 'CAYAF' 형형색색, 오늘을 읽다'전(킨텍스), 바람결의 제자들(인사아트센터), MBC미술대전(예술의전당), 대한민국 미술대전(현대미술관)등의 전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