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CNB 왕진오 기자) 전시감독 선정 문제로 내홍을 겪었던 부산비엔날레가 20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공식 개막식을 갖고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전시 작품들을 공개한다.
올리비에 케플렝 전시감독은 '세상 속에 거주하기'를 주제로 "위기 상황에서 예술가들이 간접적인 방법으로 능동적으로 서로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의 장"이라며 "예술을 보여주기 보다는 담론 형성하는 공간이다“고 말했다.
'세상 속에 거주하기'라는 주제가 가장 잘 표현됐다는 본 전시장은 27개국 작가 77명이 참여해 25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6개 섹션으로 구성된 부산시립미술관의 본전시에는 프랑스 출신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장의 곳곳에 설치되어, 마치 프랑스의 미술관을 방문한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다양하고 실험적인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선택한 공간인 부산시립미술관이라는 전형적인 전시 공간으로 확장성과 전위적인 작업을 보여주려는 현대미술 작품들이 함께하기에는 ‘갓 쓰고 양복’을 입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아쉬움 점을 남겼다.
여기에 불을 지핀 것은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한국현대미술 비엔날레 진출사 50년'전이다. 미술전문지 월간미술 편집장을 최근에 관둔 이건수씨가 비엔날레 데뷔를 한 전시로 공개 이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처럼 이미 다 알려진 작가들의 뻔 한 작품을 모아 국제적 미술의 발신지를 지향하는 부산비엔날레라는 타이틀로 세상에 공개하기에는 어딘가 모르게 궁색함이 드러난다.
전시장 입구에는 서울의 유수 갤러리에서 보았고, 지금 현재도 전시가 열리고 있는 작가들인 강애란, 권오상, 최우람, 최정화 등의 작품이 전시장 입구부터 설치가 되어 있어, 우리나라 화단에 큰 획을 그은 대가들이 참여한다는 기획 취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들게 하는 작품들이 가득했다.
그나마 1955년 베니스비엔날레 최초의 한국관 참여 작가인 전수천 화백이 현장에 나와 구색을 맞추는 모양새를 보인 것은 최근 유행하는 '의리'를 지키기 위한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드리웠다.
비엔날레측은 "한국 최초로 국제 비엔날레에 참여했던 1961년 파리청년비엔날레부터 최근까지의 한국 현대미술 해외진출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미술계 인사는 "잘 알려진 작가들의 회고전이냐? 여느 상업화랑에서 마련한 기획전도 이것보다는 더 심도 있고 다양하게 작품을 조명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굳이 비엔날레 특별전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2억 대의 예산을 들이고서 만든 전시가 이정도일 줄 몰랐다"고 말했다.
고려제강 수영공장에서 진행하는 또 하나의 특별전인 '아시안 큐레토리얼전'은 '간다, 파도를 만날 때 까지 간다'가 유일하게 케플렝 감독이 밝힌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라는 말에 어느 정도 접근한 전시라는 평을 듣고 있다.
한국의 서준호, 일본의 하나다 신이치, 중국의 리우 춘 청, 싱가포르의 조린 도 등 총 4명의 큐레이터들이 공동으로 기획한 이 전시에는 총 9개국 36명 125점의 작품이 출품되어 아시아 각국의 실험적인 작품들을 펼쳐놓아 본전시와 아카이브전을 통해 실망감을 느낀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 위안을 주고 있을 뿐이다.
특히 전시에 참가한 금선희 작가의 '천국의 문, 화해'는 죽인 사람에게, 죽음을 당한 사람에게, 상처를 입은 사람에게, 상처를 입힌 사람에게도 동등하게 사랑과 빛을 함께 보내줄 것을 주장하는 퍼포먼스를 펼쳐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4 부산비엔날레가 보여준 과정은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을 판단하지 못하고 개인의 욕심이 지나치게 부각이 되어, 우리라는 공동의 목표를 잃어버린 시대의 해프닝으로 기록이 될 것이다.
'세상 속에 거주하기'를 주제로 부산시립미술관, 부산문화회관, 고려제강 수영공장 등에서 진행되는 2014 부산비엔날레는 11월 22일까지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