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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파워열전 - 김면수 엠에스뮤지컬컴퍼니 대표]“창작 공연은 사랑 먹고 자라, 세계인이 공감하게 만들 것”

뮤지컬 ‘온조’ 초연·재연 실패 딛고 세 번째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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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02호 김금영 기자⁄ 2014.10.30 08:45:17

▲김면수 엠에스뮤지컬컴퍼니 대표가 인터뷰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창작 뮤지컬, 그 중에서도 역사극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사진 = 김금영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토요일이면 대표님은 공연장에 계실 거예요.”

김면수 엠에스뮤지컬컴퍼니 대표를 만나고자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니 돌아온 대답이다. 공연제작사 대표가 사무실에서 근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공연이 열릴 때면 항상 공연장에 상주해 있다고 했다. 그래서 딱딱한 사무실이 아닌, 노래와 춤 그리고 연기의 열정이 가득한 공연장에서 그를 만났다.

현재 엠에스뮤지컬컴퍼니는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창작 뮤지컬 ‘온조’를 올리고 있다. ‘온조’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을 더한 작품으로, 고구려 주몽의 세 번째 아들이자 새로운 나라를 건국할 운명을 지닌 청년 온조의 이야기를 다룬다. 온조는 형 비류와의 대립을 거치고 또 그 속에서 사랑하는 여인 수를 만나면서 백제를 건국하게 된다.

김 대표는 지난 2013년 ‘온조’ 초연을 ‘미스터 온조’라는 이름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당시 “‘미스터 온조’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뮤지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당찬 포부를 보였지만, 흥행 성적은 저조했다.

하지만 초연을 선보인 같은 해 말 재정비를 갖추고 ‘미스터 온조’를 다시 무대에 올렸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공연도 아쉬운 결과를 보였다. 이쯤이면 그만할 법도 한데 모두의 예상과 달리 올해 ‘미스터 온조’를 ‘온조’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대본, 작사, 작곡, 무대 연출까지 모두 대대적으로 수정해 이 공연을 다시 무대에 올렸다. 도대체 왜일까?

▲창작 뮤지컬 ‘온조’ 공연 장면. 화려한 조명과 영상을 이용한 것이 특징이다. 사진제공 = 엠에스뮤지컬컴퍼니


“창작 뮤지컬을 올리는 게 굉장히 어렵다는 걸 저도 알아요. 뮤지컬 티켓 순위를 보면 창작 뮤지컬 중 ‘그날들’ 정도가 상위권을 지키고 있죠. 하지만 어떤 일을 하든 3년은 해봐야 입소문도 퍼지고, 인지도도 올라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초연 때 실패를 한 뒤 바로 사라져버리는 공연이 많은데, 그러기엔 ‘온조’가 지닌 발전 가능성이 아깝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재정비를 갖추고, 더 좋은 공연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계속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이 이번 ‘온조’에 집결됐다. 초연 때 다소 무겁고 지루했다는 평에 공감한 김 대표는 온조의 형 비류가 온조의 영토를 침범했다는 하나의 설에서 시작되는 스토리 라인을 강화했다. 온조와 여주인공 수 사이의 애틋한 사랑이 싹트는 과정과 비류가 지닌 복수심과 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어머니 소서노 등 명확하게 이어지지 않던 각 인물들 사이의 관계에 신경 썼다.


“‘온조’ 공연을 상설화 하는 데 전력”

무대 연출도 확 달라졌다. 초연 때 무대 조명이 어둡고, 소품이 많이 등장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소품을 줄이고 화려한 영상과 밝은 조명으로 분위기를 산뜻하게 바꿨고, 태권도 퍼포먼스를 넣어 극을 역동적으로 만들었다. 세 번째 공연이라고 안정화를 추구하기보다는 그야말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모험을 강행했다.

이에 공연 스태프와 배우들은 이번 공연에 대한 자신감과 애정을 보였다. 초연에 이어 올해 ‘온조’ 시즌3 공연에도 출연하고 있는 배우 이상현은 “초연 때 많이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초연 때는 주변 사람들에게 공연에 대해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바뀐 ‘온조’ 공연에는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어서 주위에 많이 소개하고 있다”고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다. 김 대표 또한 “이번 공연은 예전 ‘온조’와 비교해 아예 새로운 공연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작 뮤지컬 ‘온조’는 고구려 주몽의 세 번째 아들이자 새로운 나라를 건국할 운명을 지닌 청년 온조의 리더십과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사진제공 = 엠에스뮤지컬컴퍼니


창작 뮤지컬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지만 유독 김 대표는 역사극에 관심을 쏟고 있었다. 그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바로 세계적인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역사에 이렇게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모두 ‘온조’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송파구가 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 송파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됐다. 그때 백제의 역사가 살아 숨 쉰 송파구 지역의 특색을 살려 백제 건국왕 이야기를 공연으로 만들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김 대표가 냈다.

백제 건국왕 온조라 하면 누구나 알지만, 막상 역사 자료를 뒤져보니 온조에 대해서는 단 몇 줄밖에 나와 있지 않았다. 그래서 역사 공부를 많이 하게 됐다고. 인터뷰를 하면서도 그의 입에서는 여러 역사 이야기가 자연스레 술술 나왔다. 단순히 몇 시간 공부한 게 아니라 공연을 만드는 내내 역사 공부에 빠져 지냈다는 것이 느껴졌다.

“‘온조’ 공연을 준비하고 역사를 공부하면서 저도 백제의 문화가 찬란했다는 걸 느꼈습니다. 창작 뮤지컬이고 거기에다가 역사극이라 어려울 거라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우리나라 배우들이 우리 이야기를 해야 진정한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했습니다. 라이선스 뮤지컬도 물론 훌륭한 게 많지만 한국인만이 가지고 있는 정서를 담기엔 한계가 있죠. 외국에서 소재를 가져오더라도 그대로 모방해서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한국적으로 재해석해야 관객들과의 공감대도 커질 수 있다고 봅니다.”

김 대표는 “한반도는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관광객들이 어떤 나라를 방문했을 때 그 나라의 역사를 느껴야 더욱 기억에 남고 의미가 깊다. 단지 도시에 즐비한 고층빌딩만 보고 가면 한국이 어떤 특색을 가지고 있는지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이 어떻게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갔는지, 그 저변엔 역사의 저력이 있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공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작 뮤지컬 ‘온조’가 열리고 있는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만난 김면수 엠에스뮤지컬컴퍼니 대표. 사진 = 김금영 기자


한국적인 소재엔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연신 강조했다. ‘온조’의 경우 역사 이야기 속에서 온조의 리더십을 부각해서 보여준다. 다양한 계층이 빚는 갈등 속에서 힘으로 약한 계층을 누르려는 비류와 달리 온조는 모든 것을 포용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리더십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필요한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십을 온조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온조가 세계적으로 공감을 얻고 뻗어나갈 수 있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금융업 근무, 뮤지컬에서 새로운 가능성 발견

이처럼 한국적인 이야기에서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해 ‘온조’ 이외에도 한국의 태권도를 바탕으로 한 넌버벌 퍼포먼스 공연을 다음해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대표적으로 보는 공연이 ‘난타’인데, 태권도 퍼포먼스에 한국의 신화와 태극기 ‘건곤감리’의 정신을 담아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온조’도 거기에서 빠지지 않는다. 다음해에도 ‘온조’를 또 선보일 계획이라며 “최종 목표는 ‘온조’ 공연의 상설화”라고 말했다.

한창 공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가 엠에스뮤지컬컴퍼니를 차리게 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공연 전문학과를 나와 공연 관련 일을 계속했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원래 금융기관에서 종사했다. 그러다가 지인의 오케스트라 작업에 참여하면서 뮤지컬 몇 편을 만들게 됐는데, 그 때 뮤지컬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저는 원래 개척하는 걸 좋아했습니다. 우연히 뮤지컬을 접하게 됐지만 크게 발전할 수 있는 분야라는 걸 단번에 느꼈어요. 그래서 2008년 엠에스뮤지컬컴퍼니를 차리고 어린이 뮤지컬 ‘후토스’ 시리즈를 선보여 왔어요. 그러다 지난해부터 ‘온조’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네요. 한국 뮤지컬 시장은 많이 성장했지만 아직 미개척된 부분이 많습니다. 제 남은 여생 목표를 뮤지컬 분야 개척으로 삼았습니다. 저도 아직 배우는 과정에 있지만 계속 노력해서 관객들에게 자랑스럽게 내보일 만한 공연을 만들어 뮤지컬 발전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다음해 선보일 공연 계획으로 벌써부터 머리가 꽉 찬 현재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은 ‘온조’ 공연장을 계속해서 찾는 것이다. 원래 공연을 올리면 그 공연이 일정의 일순위로, 첫 회부터 끝날 때까지 다 보려고 하는 주의다. 이 기간만큼은 되도록 개인적인 약속도 잡지 않는다. 똑같은 작품도 계속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고칠 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관객의 호응도 또한 조사하고 있다. 그와 대화를 하며 앞으로 또 변해갈 ‘온조’의 미래 모습이 그려졌다.

“창작 공연은 사랑을 먹어야 자랄 수 있습니다. 어느 한 쪽만 노력해서는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일입니다. 공연을 사랑하는 관객들의 쓴 소리도 달게 받겠지만 애정 어린 시선 또한 부탁드립니다.”

창작 뮤지컬 ‘온조’는 11월 2일까지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열린다.

(CNB저널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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