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파워열전 - 박주형 와뮤지컬그라운드 대표]“미생·막돼먹은 영애씨와 비교? ‘정글라이프’만의 특별한 점 있다”
‘뮤지컬계의 미생’, ‘제2의 막돼먹은 영애씨’ 꼬리표 떼고 발돋움
▲박주형 와뮤지컬그라운드 대표가 인터뷰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콘텐츠들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장그래가 프로입단에 실패한 뒤, 전쟁터와 같은 직장생활에 던져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 ‘미생’은 12월 6일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했고, 6주 연속 콘텐츠파워지수 1위를 달성했다. 그리고 대표적인 직장인 콘텐츠로 꼽히는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또한 노처녀 캐릭터 영애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직장인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시즌13까지 방송됐고, 시청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시즌 14 제작 소식을 알렸다.
이 콘텐츠들이 인기 있는 것은 드라마에 단골 소재로 등장하지만 좀처럼 현실성 없이 멀리 떨어져 있는 재벌가 이야기 등과 달리 직장에 몸담고 있는 바로 우리네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공감되는 이야기에 ‘뮤지컬계의 미생’이자 ‘제2의 막돼먹은 영애씨’로 불리는 창작 뮤지컬 ‘정글라이프’가 합세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박주형 와뮤지컬그라운드 대표가 있었다.
‘정글라이프’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 잦은 야근과 회식, 암암리에 이뤄지는 뒷거래와 라인타기, 공을 가로채는 얄미운 직장상사까지 직장생활의 다양한 잔혹사를 담은 뮤지컬이다. 2013년 11월 초연됐고 2014년 2월 2차 공연을 거쳐 현재는 대학로 예술마당 1관에서 공연되고 있다. 박 대표는 이 공연의 연출과 프로듀서로서 첫 시작부터 함께 했다.
“2013년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 사업 뮤지컬 시범공연 부문에 ‘정글라이프’가 선정돼 같은 해 6월 대학로 정미소 극장에서 쇼케이스를 했어요. 창작 뮤지컬은 사전 데이터도 없고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공연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정글라이프’는 쇼케이스 뒤 많은 러브콜을 받았어요. 덕분에 이후 KT&G 상상아트홀에서 또 공연을 했고 지금 대학로에서도 3차 공연을 열고 있죠.”
늘 따라붙는 ‘뮤지컬계의 미생’, ‘제2의 막돼먹은 영애씨’라는 타이틀 때문에 매 공연 때마다 두 작품과 비교당하는 게 다반사다. 특히 ‘막돼먹은 영애씨’는 드라마 뿐 아니라 뮤지컬로도 만들어졌기 때문에 더욱 비교 대상에 많이 오른다. 하지만 ‘정글라이프’엔 차별화된 점이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정글라이프’가 여타 비슷한 작품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음악이에요. 대표적인 창작 뮤지컬 ‘빨래’나 ‘김종욱 찾기’를 살펴보니 한(恨)의 정서가 내제돼 있다고 느꼈는데, 이런 우리의 정서를 표현할 수 있는 게 음악이라는 생각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래서 스토리 이전에 음악적 칼라를 먼저 선택했죠. 타악기가 굉장히 많이 사용되고, 독특한 아프리카 음악에 한의 정서를 실었어요.”
또 신경 쓴 부분은 캐릭터와 무대 구성이다. ‘정글라이프’는 말 그대로 정글과도 같은 직장생활에서 살아남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호랑이와 사자를 연상케 하는 ‘오레오 상무’와 ‘홍호란 부장’, 여기저기 라인을 타며 기회를 살피는 원숭이와 하이에나를 떠오르게 하는 ‘이원순 사원’과 ‘하예나 대리’ 등 각 등장인물의 이름을 특성에 맞게 맞추고 마치 정글 안에서 동물처럼 노는 듯한 장면을 무대 위에 연출했다. 배우들은 동물과도 같은 몸짓을 하며 사자후를 내뱉고, 가볍고 관능적인 몸짓으로 무대 위를 날아다닌다.
배우 이야기가 나오다보니 자연스레 캐스팅 이야기가 이어졌다. 유명한 배우와 알려져 있는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면 공연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어느 정도 줄어든다. 하지만 ‘창작 뮤지컬 사랑 외길’을 고집하는 박 대표는 스타 캐스팅, 라이선스 뮤지컬보다는 신선한 얼굴 그리고 우리 이야기를 다루는 창작 뮤지컬을 만드는 데 몰두하고 있다.
▲창작 뮤지컬 ‘정글라이프’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정글 생활에 비유한 뮤지컬이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 잦은 야근과 회식, 암암리에 이뤄지는 뒷거래와 라인타기, 공을 가로채는 얄미운 직장상사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사진 = 김금영 기자
‘빨래’처럼 롱런할 수 있는 창작 뮤지컬 만들고 싶어
‘정글라이프’에도 유명 아이돌이 아닌 정통 뮤지컬 배우인 문혜원, 박태성을 중심으로 김윤지, 원종환, 이든, 조환준, 고현경, 이시유, 한수연, 이세나, 김채은을 캐스팅했고 거의 신인급인 김수민, 김태이를 주연급으로 과감하게 내세웠다.
“공연을 흥행시키고 싶은 제작자라면 티켓파워가 있는 배우를 어떻게든 캐스팅하는 게 맞겠죠. 저 또한 공연의 흥행을 바라요. 하지만 딱 현재만 보는 게 아니라 최종적으로 작품이 오래 가기 위해서는 늘 보는 스타 캐스트가 아닌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지닌 예비 스타를 발굴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뭐든지 고착화되는 게 아니라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해요. 그런 점에서 이번 캐스팅은 제게도 모험이었지만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요.”
그가 2011년 창단한 와뮤지컬그라운드 창작집단 또한 정체되지 않은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 예로 과감한 캐스팅에 이어 ‘정글라이프’를 매번 선보일 때마다 무대 구성과 조명부터 많은 수정을 거치고 있다.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된 공연에 계속 변화를 거치는 건 번거로운 작업일 텐데 참 특이하다.
“기발한 상상력엔 끝이 없어요. ‘이제 이 정도면 괜찮지’ 하는 생각으로 멈추고 싶지 않아요. 전 ‘정글라이프’를 ‘빨래’처럼 롱런하며 사랑받는 창작 뮤지컬로 만들고 싶거든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브로드웨이에 우리 이야기로 만든 세계적인 창작 뮤지컬을 선보이는 게 목표죠. 그 과정의 일환으로 ‘정글라이프’를 매년 변화를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이고 싶고요. 다음엔 6.25 전쟁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준비 중이에요. 앞으로 어떤 작품들을 선보일지 기대해 주세요.”
한편 박 대표가 연출을 맡은 창작 뮤지컬 ‘정글라이프’는 12월 31일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1관에서 공연된다.
(CNB저널 = 김금영 기자)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