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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경훈 CNB뉴스 편집국장) 코이의 법칙은 꿈과 운명은 비례한다는 거다. 어떤 꿈을 꾸고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다. 코이(Koi)는 비단잉어과 관상어다. 작은 어항에서 키우면 약지손가락만 해지고, 커다란 수족관에서 키우면 손바닥 크기로 자란다. 그러나 강물에서 자란 코이는 팔뚝만하고 큰 건 1m가 넘는다. 같은 물고기라도 어디서 어떻게 크느냐에 따라 확연히 다르다.
코이라는 물고기는 종종 기업에 비유된다. 유망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대어로 성장해야 국가의 미래가 밝다.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하려면 기업가정신을 가다듬고 기업체질을 바꿔야 한다. 레드오션에 갇혀 아등바등하지 말고 인식과 발상을 전환해야 제대로 큰다.
재벌 3세 기소 첫 수감된 조현아…군자불기(君子不器) 배워라
지난 1월 5일 새해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도 코이라는 물고기에 대해 얘기했다. 아울러 올해가 경제를 살리고 회복시킬 골든타임이라 했다. 지금까지 분단 70년, 광복 70년 기적의 역사를 써왔다면 앞으로 70년은 희망을 써야 한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헤쳐갈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올해는 국가 미래와 관련해 여러모로 뜻 깊은 시기다.
우리는 그동안 폐허와 결핍을 딛고 한강의 기적을 넘어 경제 강국으로 도약했다. 이제부터 미래 70년을 설계하면서 ‘오래된 미래’의 교훈을 되새기면 좋겠다. 오래된 미래는 언어학자에서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쓴 책으로 50개국에서 발간됐다. 티베트 고원지대 라다크에서 배우는 공존의 교훈을 담았다. 오래된 미래는 뿌리깊고 바람직한 미래다.
공존의 가치를 파괴하는 불행의 씨앗은 지극히 사소한 데서 자란다. 태어날 때부터 금 수저를 물고 나오는 사람들이 주로 저지른다. 이들의 철없는 행위는 결국 반기업 정서를 확산시킨다. 연말연시를 뜨겁게 달군 대한항공 조현아(41) 전 부사장의 갑질 논란이 대표적이다. 남부교도소에 수감된 그를 복기하는 건 다름 아니다. 진부하지만 함의(含意)가 크기 때문이다.
재계 2∼3세 비리와 탈선이 종종 등장하지만 기소돼 수감되기는 조 씨가 처음이다.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안전운항 저해 폭행,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업무방해, 강요 등 혐의다. 모두 공존을 파괴하는 악성 바이러스이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좀먹는 수치다. 1개월간 인천∼뉴욕간 운항정지처분이 내려지면 370억 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한다.
재벌 3세 최초 여군 장교 최민정…친기업 정서 불렀다
그는 16년 전 탈세 혐의로 구속됐던 조양호 회장의 장녀다. 26살 이른 나이에 대한항공에 들어와 후계 수업을 받아왔다. 입사 1년 만에 임원이 되고, 14년 만에 대한항공 호텔사업부문 총괄부사장과 한진관광 대표이사를 맡았다. 오너일가를 특별히 대우하는 건 재벌가의 관행이다. 그러나 원활한 오너경영을 위해서라도 전문경영인을 우대하는 게 공존의 순리다.
조현아가 반기업 정서를 일으킨 장본인이라면 최민정(24)은 친기업 정서를 불러온 주인공이다. 최씨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차녀로 해군 학사장교로 임관해 최근 함정병과에 배치됐다. 재벌 3세로, 더욱이 여성의 신분으로 장교로 자원입대한 첫 사례다. 소위 임관식에는 횡령 혐의로 의정부교도소에 수감 중인 아버지 최 회장을 대신해 큰아버지 최신원 SKC 회장이 참석했다.
최 씨는 그동안 재벌 오너집안 티를 내지 않았다. 고교시절 신분을 속이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 용돈을 벌었다. 하루 11시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던 와인 바에서는 잔을 너무 많이 깨 쫓겨난 경험도 있다. 중국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해 주위를 놀랬다.
조현아와 최민정을 코이에 비유하면 전자는 작은 어항에서 옹졸하게 자랐고, 후자는 강물에서 원대한 블루오션을 키웠다. 우리나라 반기업 정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갑질’ 감시 블랙박스는 항시 작동한다. 야구로 치면 견제구다. 진루를 탐해 베이스에서 너무 떨어지다간 견제구에 걸려 횡사한다. 큰 그릇은 무겁고 소리가 없듯, 큰 인물의 그릇됨은 편협치 않다.(군자불기 君子不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