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가 미래다 - 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나는야 직업 만들어주는 사람”
“창조경제보다 ‘창직’이 더 중요…나를 브랜드화 하라”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이진우 기자) 지난 반세기 동안 힘차게 돌던 고도성장의 엔진이 멈추고 저성장 시대에 돌입했다. 청년실업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평생직장의 개념이 무너지며 장년층의 은퇴는 빨라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공식적으로 등재된 직업의 수는 약 1만2700개라고 한다. 미국의 4만2000개, 일본의 2만7000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선진국으로 갈수록 직업이 세분화되고 다양하다는 의미다.
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61)은 “대한민국이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서 3~4만 달러로 도약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직업들이 많이 만들어져 최소한 2만개는 넘어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창직’보다는 창업이나 재취업에 관심이 쏠린다”면서 “퍼스널 브랜드를 잘 찾아내면 새로운 직업의 기회가 올 수 있다. 아울러 이러한 일이 재미있고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보람 있는 일이라면 수익은 저절로 따라오게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장은 지난 2010년 스마트폰을 처음 만났다. 그런데 당시 아들이 “아버지가 그것으로 뭐 하시려고?”라는 말에 오기가 생겨 인터넷, 유료강좌, 스마트폰 도사들을 찾아다니며 독학했다. 유튜브 동영상 만들기, 뉴스레터 발행, 앱 활용하기 등의 기능을 익힌 후에는 이를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워 주위 사람들에게 무료로 사용법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외국계 은행에서 근무하다 1999년 46세의 이른 나이에 퇴직한 후 전문경영, 부동산 관리 및 교육사업 등을 해온 경험이 있어서 코칭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처음엔 사람들 만나는 것이 재밌고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보람으로 무료로 코칭을 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2013년 4월에 맥아더스쿨을 열면서는 유료로 전환했다.
정 교장은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 활용법을 가르치며 새로운 직업을 만들고 있다.
“스마트기기들이 나오면서 없어지는 직종에 대한 우려도 많지만, 동시에 새로 생기는 직종도 얼마든지 있다. 일례로 은행에서 35년간 근무하고 퇴직한 정병길 씨는 그림에 소질이 있기에 ‘아이패드 화가’로 자신을 브랜딩한 뒤 새 삶을 즐기고 있다. 그는 아이패드를 통해 그림을 판매하고 그림교실을 운영한다.”
▲정은상 교장이 은퇴자들에게 ‘창직’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스마트기기 활용 ‘창직’ 통해 새로운 삶 개척
정 교장은 또 은퇴자나 젊은이들이 스텝 별로 직접 동영상을 보면서 요리를 할 수 있는 ‘모바일 쿠킹 교실’을 개설했다. 앱을 통해 레시피 등을 구입하면 재료 준비부터 요리 전 과정을 세세히 보며 따라할 수 있다.
지금까지 맥아더스쿨을 거쳐 간 은퇴자들이 벌써 160명이 넘는다고 한다. 더욱이 그들은 현재 전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데다 선순환 관계 형성으로 정 교장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한다. 코칭을 통해 새 직업을 찾기도 하고, 자신만의 브랜딩을 찾아 새 삶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맥아더스쿨의 네이밍 과정에도 재밌는 일화가 있다. 정 교장의 글쓰기 멘토인 고정욱 작가가 어느 날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서 맥아더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라고 했다. 검색해보니 맥아더 원수가 6.25전쟁에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며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을 때의 나이가 70세였던 것. 당시의 그 나이를 지금 평균수명으로 환산하면 85세에 해당한다. 신선한 충격을 받은 정 교장은 그 길로 인천자유공원에 맥아더를 만나러 갔다.
사람들이 은퇴할 때 임원까지 지낸 경우엔 60대 전후일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40대 중반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때의 나이를 맥아더와 비교한다면 고작 인생의 절반을 산 것에 불과하다.
창조경제가 따로 있나, ‘창직’에 답 있다
정 교장이 스마트기기와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하는 ‘창직’에 몰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에서 창조경제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창직에는 관심이 없고 창업이나 재취업에만 관심이 많다. 물론 예산을 움직여서 곧바로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굳이 효과를 따지자면 창직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아울러 은퇴 이후에도 75~80세까지는 적어도 현역으로 일하면서 살자고 권하고 싶다.”
그러면서 그는 ‘인생이모작’을 꿈꾸는 은퇴자들에게 여러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자신만이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개인을 브랜드화 하면서 홀로 생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개 은퇴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동업에 나섰다가 깨지는 사례를 숱하게 봐 왔기 때문이다.
은퇴 후 새로 찾는 일에서는 ‘재미’가 가장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정 교장은 “재미있다면 이미 성공한 거나 다름없다. 인생이모작에서 재미가 없으면 꽝”이라면서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타인을 진정으로 도와주는 것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 수익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소리다.
인생이모작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 더욱이 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거나 사업을 하고 있더라도 새 일을 찾는 노력을 하면 좋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투잡’은 이제 기본이 돼야 한다. 그런 기반에서 끊임없이 블루오션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들이대학교, 저질러학과, 뒷수습전공의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는 앞으로 퍼스널 브랜드 코치를 양성할 계획이다. 현재 그는 하루에 3~4명의 사람들을 만나 일대일 코칭을 하면서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코치의 양성이 매우 중요하기에 뜻있는 사람들이 코치에 나서줄 것을 제안하고 있다. 대기업 임원 출신 코치는 기업 출신들을 담당하고 고위 공무원 출신들은 공무원이나 금융기관 출신들을 담당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며 그는 오늘도 들이대고 저지를 준비에 바쁘다.
이진우 기자 voreol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