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진출 컨설턴트 신동원 칼럼 ②]취업도, 창업도 중국으로 오라
중국서 MBA하고, 중국뉴스 보는 청년에서 미래를 본다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신동원 네오위즈 차이나 지사장) ‘응답하라 1994’ 시절에 청년 취업 문제는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1998년 IMF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청년 실업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적어도 당시 대학생들에게는 그랬다. 아무리 공부를 안 했어도 학교에서 주는 추천장으로 삼성도 들어가고 중견기업도 어렵지 않게 들어갔었다. 나 역시 취업 첫 해 언론사에 떨어지고, 금융권과 IT 업계의 3개 기업에 합격했다. 대기업 공채 전이었지만 4학년 2학기 11월 1일에 첫 출근을 했다. 그러나 바로 한 학년 후배부터 매서운 취업 칼바람을 맞기 시작했고, 매년 ‘사상 최대 취업난’이란 기사는 17년간 계속되고 있다.
아시아 국가의 노령화는 앞에서 길을 비켜주지 않는 어른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뾰족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청년들에게 아픔을 안기고 있다. 어떻게든 공짜 인턴이라도 쌓아 나가야 정식으로 취업이 되는 판국이다. 나라 경제가 하도 대기업에 의존하다보니, 삼성이 샤오미에 밀린다는 기사만 떠도 온 국민이 불안해한다. ‘창조 경제’를 외치는 정부는 잔뜩 보따리를 풀고 있는데, 정작 이 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지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계획이 부족해 보인다. 그 주인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일 거다.
가짜 중국통, 가짜 글로벌 창업가
스스로 저주받았다고 여기는 청년들에겐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취업, 또 하나는 창업이다. 정부에서 개최하는 다양한 창업 경진대회에 몇 장짜리 아이디어로 참가했다가 창업의 길을 간 청년도 있고, 인맥으로 들어간 인턴이 첫 직장이 되기도 한다.
진짜와 가짜가 혼재되어 더 이상 어느 것이 짝퉁인지 알아보기 힘든 시대가 됐다. 장 보드리야르는 ‘시뮬라시옹’이라는 신조어를 통해 실제보다 더 실제적인 허구를 얘기했다. G2 중국이 하도 각광을 받다보니 여기저기 중국통이 참 많아졌다. 중국에 살아보지 않은 작가가 중국 관련 도서로 대박을 터트리면서 중국 강연을 다니고, 정부의 창업, 취업 자금을 비즈니스 기회로 노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상하이 벤처 데모데이’ 행사장에서 새 벤처에 대한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는 사람들.
어느 곳에서도 청년들이 위로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청년은 위로받을 대상이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 치열한 노력으로 숨은 진주가 되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평온한 시대에 영웅은 나오지 않았다. 전쟁이나 나라가 위기에 처한 절박한 시기에 영웅들이 피어났다. 청년들 또한 그러하다. 어려운 취업의 시대, 창업의 시대에 숨은 진주들이 탄생할 거라 믿는다.
진짜 청년 창업가
작년 한 해는 참 많이 바빴다. 인간관계를 줄이지 않고는 시간을 도저히 낼 수 없을 정도였다. 기존에 진행하던 모바일게임도 해야 하고, 스스로 손들고 시작한 글로벌 벤처 프로젝트(한국의 스타트업들이 중국에 진출하는 것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정부 또는 유관 기관에서 스폰서를 하고 있다)를 병행하다보니, 10월 한 달은 꼬박 감기몸살을 앓아야 했다.
하지만 큰 보람이 있었다. 진짜 청년 창업가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큰 기업들도 중국에 와서 실패와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지만, 열정 하나로 달려들고 눈이 벌게지도록 밤잠을 줄이며 노력하는 진정한 청년들을 보았다. 그리고 나 역시 과거의 청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 중에 일부 벤처들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작년 한 해 꽤 많은 대학생들이 우리 회사에서 인턴을 하고 갔다. 내가 직접 찾기도 했고, 알음알음 찾아오는 청년들이 손들고 시작한 경우도 많다. 나는 이런 ‘손드는’ 청년들이 마음에 든다. 어떻게든 뭔가 하려고 하는 의지도 의지이고, 손을 들 정도면 스스로 무언가 이미 준비가 된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취업과 창업 시장에서도 위너와 루저가 있다는 사실이다. 좀 더 똑똑한 청년이 국가 자금도 타 쓰고, 좀 더 미리 준비한 청년들이 복수의 기업에 합격한다. 아무리 취업난이라지만 될 사람은 어디든 들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취업과 창업 시장이 다른 것 같지만 실은 동일인이 창업을 했다가 취업을 하기도 한다. 적어도 그 사람에겐 두 시장이 모두 쉬워 보였다. 왜냐하면 그는 준비가 된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작년 서울에서 열린 ‘한화 드림플러스 데모데이’ 행사장에서 중국 기자(왼쪽 두 번째) 등과 대화를 나누는 신동원 칼럼니스트(오른쪽).
취업도 창업도 중국으로 나와라
대한민국은 이미 꽉 찼다. 외고를 졸업하고 과학고를 졸업하고 명문대를 나온 청년들이 꽉 잡고 있다. 대기업들도 그 아래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를 모르는 청년들이 짝사랑을 하고 혹시나 나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 기대하면서 토익과 자격증 준비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자본주의는 상품의 집적이다. 그 상품은 팔릴 시장이 있어야 하고, 그 시장이 커야 한다. 현재 KBS에서 방영 중인 7부작 ‘슈퍼 차이나’ 시리즈를 참고하시면 좋겠다.
글로벌로 나오자. 이젠 정말 나와야 한다. 더 늦으면 당신뿐만 아니라 당신 자녀도 길을 헤맬지 모른다. 중국어를 배우는 것, 중국 뉴스를 유심히 보는 것, MBA를 중국에서 하겠다고 다짐하는 것, 그 모두가 의미 있는 새로운 출발이다. 중국이라는 땅은, 과거 아메리칸 드림 만큼이나 매력적인 기회의 땅이다. 차이니즈 드림은 아직 유효하다.
신동원 = 네오위즈 차이나 지사장 / 연세대 신방과 졸업 / 미국 워싱턴대, 중국 복단대 MBA / 다음커뮤니케이션 중국 지사장(2004) 이후 중국 활동 / 2011년 ‘나는 중국에서 자본주의를 만났다’ 출간
(정리 = 최영태 기자)
신동원 네오위즈 차이나 지사장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