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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책 ‘삼성의 몰락’을 통해 보는 한국 전기차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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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18-419호 최영태 CNB저널 편집국장⁄ 2015.02.24 09:07:20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최영태 CNB저널 편집국장) 이번 호에는 작년 독일에서 잘 팔린 전기차 톱 10 관련 기사를 실었습니다. 세계 자동차 업계에선 ‘듣보잡’에 불과했던 미국의 테슬라(Tesla)라는 업체가 ‘100% 전기차’를 느닷없이 독일 시장에 내놓아 돌풍을 일으키는 동안, 독일 명차 업체들이 넋이 나갔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톱10 전기차 판매 수치를 보니, 그래도 BMW가 현대차 한전부지 땅 구입액의 절반 정도만 투자해 개발했다는 i3 전기차가 1등을 차지했으니 역시 자동차 강국의 면모가 드러납니다.

여기서 한국 전기차의 현실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특히 1995년 삼성자동차 발족 당시에 기획팀에 참가했었다는 심정택 씨의 책 ‘삼성의 몰락’을 읽어 보니, 더욱 한국 전기차에 대한 걱정이 무럭무럭 솟아나네요.

심 씨는 올 1월 29일 출간된 이 책에서 “신수종 사업을 육성해야 하는 삼성으로서는 1995년에 본격 참여한 자동차 산업에서 철수한 것이 두고두고 천추의 한이 될지도 모른다”고 발언합니다. 전기차 시대에 뒤처진 한국이 땅을 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염려지요.

전기차는 자동차기술과 IT-전자기술이 혼연일체된 21세기의 총아입니다. 한국은 자동차 생산실력(세계 5위)으로 보나,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IT-전자기술의 수준으로 보나, 최소한 전기차 분야에서 미국-일본과 톱3에 낄 것처럼 생각되지요?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답니다.

테슬라로 대표되는 미국 전기차, 닛산 리프(Leaf)로 대표되는 일본 전기차, BMW i3로 대표되는 독일 전기차가 선진국의 도로를 달리고 있지만, 이런 한국 전기차는 현재 없습니다. 앞으로 나올 예정도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일반인 입장에선 “아니, 전기차가 그렇게 중요한 신산업이라면 한국 자동차를 대표하는 현대기아차와, 세계 1등 전자업체 삼성전자의 힘을 합치면 되는 거 아니냐”라고 생각하게 되지요. 아니, 재벌 1-2등으로서 자존심 다툼을 하는 삼성과 현대의 손잡기가 불가능하다면, 정부라도 나서서 국가 경제정책으로서 전기차 대책을 세울 것도 같지만, 현재의 한국 정부는 그런 일 하는 데가 아닌 것도 같습니다.    

세계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세계 전기차 업계에서는 “현대는 어딨냐?”는 질문이 나오지만, 한국 국내에선 이런 의논이 들리지 않습니다.

현재 한국인의 정신을 빨아들이는 건 정치 문제입니다. 그 누가 되든 별 상관이 없을 것 같은 국무총리 임명에 온 국민과 언론의 시선이 쏠려 있습니다. 한국의 정치가 제대로 이뤄져 국민이 신경을 꺼도 되는 상황이라면, 언론이 이런 주제들, 즉 ‘삼성의 전자기술과 현대의 자동차기술을 어떻게 전기차라는 그릇에 합칠 것인가’, 아니면 ‘중국의 전기차 질주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등의 주제가 언론을 장식할 수도 있겠지만, “경제 때문에 죽겠다”는 한국에서 이런 경제 보도는 드물지요.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 목소리는,
시끄러운 한국 정치의 소음에 묻혀버리고

스마트폰 분야에서 삼성과 대척점에 서 있는 업체로 중국의 폭스콘(애플 아이폰의 위탁생산 업체)이 있습니다. “타도 삼성전자”를 외치며 미국-일본 업체는 물론 한국의 SK그룹과도 손을 잡은 기업입니다. LCD 생산시설을 지어 삼성-LG의 독과점적 지위를 위협하겠다는 이 업체는, 또한 중국 시안에 50억 위안(8291억 원)을 투자해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애플의 등에 업혀 삼성전자를 부수고, 전기차로는 현대차를 부수겠다는 소리로도 들립니다.

새 총리가 임명되면 정치를 잘 하셔 이런 경제 걱정을 안 하게 될까요? 아니면 태산이 너무 크게 울리면 결국 쥐밖에 안 나온다고 했듯, 임명절차가 이리 요란하니 결국 또 다른 ‘대독 총리’만 태어나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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