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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사람들 ⑯ 강서서 청문감사관실 김영훈 경위] 아파트 1층 화재를 몸던져 막아

“아내는 걱정하지만 할 일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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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1호 안창현 기자⁄ 2015.03.12 09:13:48

▲강서서 청문감사관실 김영훈 경위. (사진=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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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안창현 기자) 안전 불감증이 많은 사건사고를 일으키고 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충분히 사고를 예방하고 큰 손실을 막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주는 현상이다. 그런데 최근 한 경찰관이 출근길 자신의 아파트에서 화재를 목격하고, 큰 사고로 번지기 전에 헌신적인 구조활동을 펼쳐 많은 관심을 받았다. 강서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 근무하는 김영훈 경위(44)는 신속한 조치로 일가족 5명의 목숨을 구하고, 아파트 주민 1백여 명이 무사히 대피할 수 있게 했다. “경찰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당연한 의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하는 그를 만나봤다.

“여느 때처럼 출근하기 위해 오전 6시경에 집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지난 1월 7일 양천구 목동의 아파트에 사는 김경훈 경위는 평소처럼 1층에 도착해 아파트를 나섰다. 그런데 순간 무언가 타는 냄새가 코끝을 스치는 느낌이 들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을 만큼 약한 냄새여서 처음에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침 출근에 바쁜 김 경위도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한번 주변을 둘러보게 됐다고 했다. “처음부터 화재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평소와 크게 다를 것은 없었는데, 그래도 희미하게 냄새가 나서 밖으로 나와 아파트를 살펴봤다”고 그는 말했다.

▲지난 1월 7일 양천구 목동의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현장. (사진=서울강서경찰서)

그때 1층 출입구 옆의 베란다 안쪽에 검은 연기가 뿌옇게 차 있는 것을 발견했다. 김 경위는 다시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 해당 집의 현관문 밖으로 연기가 조금씩 새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급하게 문을 두드렸지만 응답은 없었고, 다행히 현관문이 열려 있어 곧바로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집에 들어가니까 현관 앞까지 검은 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 바로 앞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고, 일산화탄소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누구 없냐’고 소리를 질러도 인기척이 없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밖으로 나온 김 경위는 119와 112에 화재 신고를 한 후 다시 아파트 내부로 진입했다. 인기척은 없었지만, 화재 현장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잘 보이지도 않고 숨도 쉴 수 없어 쉽지 않았다. 들어가서 수색하고, 숨쉬기 위해 밖으로 나오는 일을 반복했다.

다행히 그는 베란다 창문 쪽에 쓰러져 있는 여성을 발견해 대피시키고, 그녀에게 아직 남편과 시아버지, 아들 2명이 안에 있는 것을 듣고 구조 활동을 계속했다. 그 와중에 주변을 순찰 중이던 경비원을 만나 “화재가 났으니 방송해 아파트 주민에게 알리라”고 요청했다.

얼마 뒤 현장에 도착한 119 소방관들은 점차 거세지는 불길을 진압하고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자칫 큰 화재로 번질 뻔했던 사고는 김 경위의 빠른 조치 덕분에 사망자 한 명 없이 진압될 수 있었다.

▲(사진=서울강서경찰서)

화재가 난 아파트의 일가족 5명과 부상당한 47명은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고, 나머지 주민 100여 명은 아파트 관리사무실과 경로당에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다.

이 화재사고 후에 김 경위는 일산화탄소 과다흡입으로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나중에 CCTV를 확인해 보니 내가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더라. 인명피해가 없어 정말 다행”이라고 그는 웃었다.

“경찰관들의 행실을 감찰하는 게 내 일인데,
남들만 제대로 하라고 하면 안 되죠”

처음에는 집안 가득한 연기와 불길이 무서웠지만 그는 가족들을 무사히 대피시킨 뒤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가 베란다 문을 열어 연기를 빼고, 화재에 놀란 주민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등 종횡무진 구조 활동을 펼쳤다.

“당시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일단 생명부터 구해야겠다고 생각했고, 화재가 더 크게 번지면 다른 주민들도 위험해진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김 경위의 활약을 많은 사람들이 아낌없이 칭찬해줬지만, 딱 한 사람만은 그럴 수 없었다. 바로 그의 아내였다. “위험을 무릅쓰고 그렇게 열심히 구조 활동을 하면서 어떻게 자기 가족은 생각하지도 않았냐”는 소리였다. 멋쩍어하는 김 경위는 “그렇게 말하지만 아내도 경찰이라 속으로는 이해해 줄 것”이라며 “얘들은 아빠가 아파트 사람들을 구해줬다며 좋아한다”고 말을 돌렸다.

초등학생 딸과 유치원 다니는 아들을 둔 김 경위는 17년차 경찰이다. 그동안 주로 수사과나 형사과에서 근무했던 그는 작년 2월부터 강서서의 청문감사관실에서 근무했다. 청문감사관실 업무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청문감사실은 감찰 외근업무를 담당한다. 직원들의 복무규정이나 의무 위반에 대해 감찰조사를 하고, 경찰공무원으로서 잘못된 점이 있을 경우 징계 등의 불이익을 주는 업무도 한다. 물론 선행이나 모범공무원을 발굴해 표창하는 일도 한다.”

청문감사관실에 근무하는 경찰답게 이번 일로 경찰의 모범을 보인 그는 “주변 동료들이나 아파트 주민, 심지어 사건이 알려지면서 기사에 덧글을 다는 네티즌까지 내 건강 걱정과 칭찬, 응원의 메시지를 정말 많이 보내줬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과분한 칭찬을 들어 정말 고맙다는 마음이다. 힘이 많이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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