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CNB와 인터뷰 하는 김한표 의원. 사진 = 김한표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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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최정숙 기자) “세상에 대한 책임이 커지면서 한숨소리도 커지고 삭여야 할 아픔과 흘려야 하는 눈물도 쌓여가기 시작한다. 눈은 웃으면서도 슬픔을 말하고 울면서도 기쁨을 말한다.”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경남 거제)이 18년간의 공직생활, 경찰서장직을 내려놓고 지난 2008년 내놓은 저서 ‘다시 일어선다’의 한 부분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던 해, 소위 ‘경찰고시’를 보고 ‘민중의 지팡이’가 됐다. 청와대 경호실과 경찰청 근무, 대통령후보 경찰경호대장, 청와대 대통령경호실 가족경호부장, 경남 거제경찰서장 등을 거치며 여러 대통령을 모셨다. 거제에서 택시기사를 하며 민심도 읽었다. 국회의원인 현재는 ‘국민 희망의 한표’, ‘시민의 손과 발’이 돼 활동하고 있다.
김 의원과의 인터뷰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국가 최고지도자를 경호한 경험을 갖고 있지만 그의 눈매는 매섭지 않고 부드러웠다. 인터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들려줬다.
#When(언제)
경찰서장을 지내다 국회의원이 되셨어요. 언제부터 정치를 하고 싶으셨나요?
“과거 청와대 재임시절 전두환·노태우·김영삼 대통령을 연속해서 모셨어요. 세 분 대통령을 연속 모신 것은 대한민국 경찰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별난 전력이죠. 이후 김대중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오시고 한 달여 후에 거제경찰서장으로 부임했습니다. 민중의 지팡이로서 고향 거제에서 여한 없이 열심히 일했고, 거제경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어느 정도 제시했어요. 그 즈음 또 다른 인생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게 됐습니다. 경찰공무원 역할을 떠나 거제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앞장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청와대 근무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와 함께. 사진 = 김한표 의원실
아내를 비롯한 가족들의 만류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잘 나가는 경찰서장직을 그만두고 왜 정치에 뛰어드느냐고 아우성들이었죠. 하지만 어릴 때부터 잠재돼 있던 꿈이 떠올라 정치인으로서의 변신을 시도하게 됐고, 제16대 국회의원에 출마하게 됐습니다.”
사표를 던진 후 험난한 길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서장 시절 만났던 사람들을 정치판에서 보니 생각도 행동도 많이 달랐다. 간, 쓸개까지 다 빼줄 것처럼 다가오던 사람들도 돌아서서 비난했다. 인간 군상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됐다.
“다른 행동을 보인 사람들이요? 어찌 그분들은 욕할 수 있겠습니까? 수양이 부족하고, 어쩌면 인생 공부가 모자란 제 자신을 탓해야지요. 그래도 많은 거제 시민들께서 ‘정치 심부름꾼으로서는 김한표 네가 적임자’라고 해주신 것에
늘 감사드립니다. 지금 이 시간까지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면서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그분들이 내밀어준 손 덕분입니다.”
#Where(어디서)
김영삼정부 때 청와대 대통령경호실에 계셨어요. 청와대에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당시 현역 경찰 신분으로서 대통령경호실 가족경호부장이라는 핵심적인 자리에 임명됐습니다. 전무후무할 정도로 파격적이었어요. 클린턴 대통령의 초청으로 국빈 방문차 미국에 갔을 때였죠. 대통령께서 미국 국회의사당을 방문해 상원·하원 의원 앞에서 연설을 하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연설장을 들어갈 때 공식수행원 외에 대통령 수행경호부장과 영부인 수행경호부장인 저를 포함한 2명은 사전에 경호회의에서 출입이 허가된 상황이었습니다.
영부인을 모시고 의사당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덩치가 크고 인상이 험악한 미국인 여성에게 제지를 당했습니다. 의사당 출입을 담당하는 국회 여성 경위였는데 불친절하기가 이를 데 없었습니다. 영부인 수행 통역인을 통해 설명을 해도 막무가내로 출입을 통제했어요.
결국 제가 직접 그 경위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한국에서 온 영부인 경호책임자다. 나는 당신 나라와 경호회의 때 의사당 안으로 들어가기로 사전에 허락을 받았다. 그런데 당신은 나를 저지하고 있다. 나는 여기가 낯설고 손님이다. 당신은 손님에게 언제나 이렇게 불친절하냐. 당신은 의무적으로 친절해야 한다’고요.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김 의원의 체구는 작아 보였지만 노기 띤 얼굴로 쏘아대니 그제야 안으로 들어가라고 안내해줬다고 한다. 궁즉통(窮卽通), 즉 매우 궁한 처지에 이르니까 도리어 펴 나갈 방법이 생겼다고 그는 회상했다.
#Who(누가)
택시운전도 하셨어요.
처음엔 동료기사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고 하는데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제게 지지와 성원을 보내준 거제 시민께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택시 운전대를 잡으며 봉사하고 싶었고요. 주위 분들과 상의했습니다. 의견이 분분했어요. ‘진심을 모르는 사람들은 쇼라고 생각할 거다’라는 의견부터 별 얘기가 다 나올 거라는 거죠. 그래도 하다보면 제 진심을 이해해줄 것이라는 용기가 생겼고, 단호히 결정을 내렸습니다.”
▲택시기사로 근무할 당시 김한표 의원. 사진 = 김한표 의원실
처음에는 일부 동료기사들이 시비도 걸었다. 하지만 조금씩 친해지면서 나중에는 서로 어려운 일이 있으면 의논도 하고 위로해주는 사이가 됐다. 김 의원이 이미자 씨의 노래 ‘엘레지의 여왕’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자신이 듣던 카세트테이프를 선물한 동료도 있었다.
“이런 일도 있었어요. 사장이 배차를 하는데 새 차를 배차해준 겁니다. 전 제게 배당된 차가 새 차인지, 헌 차인지 몰랐어요. 그냥 몰고 나갔죠. 그러다가 온 지 얼마 안 된 기사한테 새 차를 배차해준다는 볼멘소리가 들렸어요. 안 되겠다 싶어 사장에게 헌 차를 배차해 달라고 건의했지요. 그 밖에도 손님을 만나기 위해 승강장에서 기다리던 일, 술에 만취된 손님을 모시고 차비 한 푼 못 받았던 일, 손님이 차에다 토한 분비물을 닦아내던 일, 철판을 실은 큰 차에 끼여 죽을 뻔했던 일 등 택시에 몸을 싣고 다니면서 참 많은 인생 공부를 했습니다.”
#What(무엇을)
국회의원으로서 기억에 남는 의정활동을 꼽는다면 무엇이 있는지요
“거제의 백년대계(百年大計) 초석을 놓은 ‘거제 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지정’을 이끌어낸 것입니다. 기존의 국가산업단지는 정부가 조성했기에 미분양에 따른 재정적 부담과 산단 운영에서 발생하는 비용 등을 정부와 LH공사 등 공공기관이 져야 했었습니다. 때문에 산단 조성이 제대로 안 되면 정부와 공공기관의 부채가 급증하는 문제점이 발생했습니다. ‘거제 해양플랜트 국가산단’은 정부가 지정합니다. 주도적인 추진은 지자체와 민간이 함께 해서 경제성과 입지 수요를 높이고 정부 재정 부담은 없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대규모 공유수면 매립 인허가 불확실 △입주수요 검증필요 등의 사유로 ‘거제 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지정을 반대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뚝심을 갖고 관계부처 장관 등을 만나 설득했습니다. 국회에서는 대정부질문과 상임위 정책질의 등의 노력을 펼쳐 정부의 입장을 바꿨습니다.”
▲김한표 의원 가족의 단란한 모습. 자녀들은 현재 모두 성인이다. 사진 = 김한표 의원실
김한표 의원은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이다. 산자위는 산업·통상·자원 분야에서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 산업별 균형 발전 등 서민경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정책들을 정부와 함께 추진한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변동에 민감한 전통시장, 골목상권 등의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대책, 그리고 우리나라 수출 역군의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의 활성화 대책에 항상 관심을 갖고 정부와 면밀한 협의를 통해 바람직한 정책대안 마련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해외자원개발 추진과 관련해 문제가 된 사업은 과감히 일벌백계(一罰百戒)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사업 등 투자 대비 효과성이 높았던 사업들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해외자원 개발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고려해 바람직한 대안을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중FTA 체결 이후 농수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이 차지하는 내수시장도 값싼 중국산 수입제품에 시장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농어촌에 대한 지원, 그리고 중국에 수출하는 국내 중소기업이 중국의 각종 내수산업보호와 비관세 장벽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관심을 갖고 정부 정책을 면밀하게 살피고 있습니다.”
#How(어떻게)
대표적인 법안 발의는 어떤 것이 있고, 지역구 활동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요.
“서민경제와 가장 밀접한 중소기업 살리기를 위한 정책대안 마련에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개정안 발의입니다. 실리콘밸리가 창업의 아이콘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창업에 유리한 환경과 도전에 실패한 기업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정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창업과 벤처기업 설립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실패한 기업인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주는 방안은 없었습니다. 때문에 창업에 실패한 청년들이 좌절하고, 또 은퇴자들은 평생 번 돈을 사업에 투자했다가 실패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부작용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한 번 실패했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정부가 재창업을 준비하는 분들께 재창업 자금 지원, 연대보증 완화 등 재정과 관련된 사항 이외에도 재창업을 하려는 분들에 대해 보다 제도적인 뒷받침을 할 수 있도록 재창업 교육, 재창업에 장애가 되는 각종 부담과 규제 개혁 등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중소기업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있습니다. 우수한 제품 개발 및 생산 역량을 갖춘 중소기업이 제대로 물건을 팔아서 수익이 날 수 있도록 기업에는 판로망 확보에 필요한 각종 내용을 지원하고, 정부·공공기관은 중소기업제품 전용판매장 개설 등의 노력을 펼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조선·관광의 도시인 거제와 관련된 사업들이 제대로 추진되도록 점검해 나가는 일이 중요하기에, 김 의원은 올해 의정활동에서 이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조선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세심하게 살피고자 합니다. 또한 산업적인 측면에서 물류비 절감을 할 수 있고, 관광측면에서 보다 많은 관광객이 거제를 방문할 수 있는 ‘남부내륙 고속철도’ 추진이 조속히 확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국정계의 ‘킹메이커’로 불린 고 김윤환 전 민주국민당 대표(왼쪽)와 함께. 사진 = 김한표 의원실
현재 거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온누리 상품권’과 ‘거제사랑 상품권’이 있습니다. 온누리 상품권을 사용하는 분들은 거제보다는 부산·울산 등 근접한 대도시로 가서 사용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래서 거제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거제사랑 상품권’이 보다 많이 발행되고 거제에서 사용되도록 대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이뿐 아니라 소상공인의 경쟁력 강화로 소득을 높일 체계적 교육과 지원 및 소상공인 역량강화를 위한 전문교육원 설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제가 이 내용에 대해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중기청장에게 필요성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냈습니다. 향후 교육원 설치가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점검해 나가겠습니다.
거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조선산업 도시입니다. 조선산업 활성화와 조선 분야의 선박 발주 및 수주, 에코십 등 고부가가치 선박기술 개발 등을 위해 정책자금 융자제도·기술개발 지원 확대 등 구체적 대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정부와 면밀한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습니다. 현재 추진 중인 지역 사업들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 시민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거제시와 협의해 항상 시민이 원하는 바람직한 대안이 마련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Why(왜)
인생에 영향을 준 위인이 있다면 왜, 어떤 영향을 받았나요.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의 수많은 정치지도자들이 국가를 위해 헌신했습니다. 정치란 과거와 현재를 거울삼아 내일의 비전을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제 인생에 영향을 줬습니다.
건국의 아버지인 이승만 대통령은 해방 공간의 혼란과 무질서를 극복하기 위한 메시아적 이미지를 강조했습니다. 가난을 끝내겠다고 나선 박정희 대통령, 황야의 바람처럼 한 시대를 휩쓸었던 전두환 대통령, 물의 정치를 몸소 실천한 노태우 대통령, 닭의 목은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던 투사형 지도자 김영삼 대통령, 인동초 꽃처럼 살면서 햇볕정책을 만든 김대중 대통령,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한 노무현 대통령 등이 우리나라를 이끌어 온 국가 최고 경영자들입니다.
지도자에게는 역사의식과 소명의식, 도덕성, 결단력 등 많은 자질이 필요합니다. 또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잘사는 사회가 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배려해야 합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장점을 보고 경제성장과 함께 분배의 개념을 실천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공자는 ‘서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정치야말로 가장 좋은 정치’라고 말했다. 김한표 의원은 “무섭고 가혹하고 무능한 정치는 진정한 정치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서민정치, 생활정치, 봉사정치를 정치관으로 삼고 있습니다. 국민 모두가 성공하는 세상을 위해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평소 생활철학입니다. ‘서민들의 진정한 대변자’, 그것이 제가 지금 정치를 하는 이유입니다.”
최정숙 기자 most_silen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