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가 - ‘선과 면의 만남, 편병’전]면과 면이 만드는 선의 심플美
▲국보 179호 ‘분청사기 박지연어문 편병’(왼쪽)과 보물 1456호 ‘분청사기 박지태극문 편병’. 사진 = 호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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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왕진오 기자) 둥그런 도자기를 옆에서 눌러 편평하게 만든 것이 편병(扁甁)이다. 편병에도 둥근 것, 길쭉한 것, 네모난 것, 뾰족한 것 등 여러 가지가 있다. 15∼19세기의 만들어진 조선 시대 편병은 각기 개성을 드러내면서 질박한 형태미를 뽐낸다. 그러한 형태에 다양한 기법으로 더해진 문양은 그 자유로운 표현법으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조선 시대 도자기 중 편병이 지닌 미술사적 가치에 집중한 전시 ‘선과 면의 만남, 편병’이 7월 7일 서울 신사동 호림박물관에서 막을 올렸다.
도자 편병은 조선 초기 분청사기에서 가장 먼저 확인된다. 국보 179호 ‘분청사기 박지연어문편병’과 보물 1456호 ‘분청사기 박지태극문 편병’ 등 70여 점이 대표적인 편병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분청사기 편병의 대다수는 박지(剝地, 무늬 이외의 바탕을 긁어 완성하는 도자기 문양 기법의 하나)와 조화(彫花, 도자기에 꽃무늬를 새김) 기법으로 문양을 꾸몄다.
질박한 편병의 면에 귀얄(풀이나 옻을 칠할 때 쓰는 솔의 하나)로 백토를 분장한 후 자유분방한 면과 선으로 표현한 세계는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백자 편병은 일부 지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경기도 광주의 관요(官窯)에서 중점적으로 제작됐다. 일반적으로 납작한 원반 모양의 몸체는 분청사기 편병과 달리 처음부터 물레로 성형하고 측면을 의도적으로 각지게 다듬어 만들었다.
백자 편병은 단순간결한 선과 함께 순수한 백색이 어우러지며 백자만의 이상적인 조형미를 보여준다. 흑자 편병은 분청사기와 백자를 모방해 만들었지만 흑갈색을 띠는 독특한 유색(釉色)이 주목되며, 흑자 편병을 주로 사용한 당시 서민들의 미의식을 엿볼 수 있다.
질박함 속에 빛나는 조형미
조선 시대 초기에는 상감과 무문(無文)의 편병이 주로 제작되며 중기에는 철화 편병이 새롭게 등장한다. 후기에는 이전 시기에 비해 조형의 변화가 뚜렷하다. 측면에 동물이나 고리 모양의 장식을 부착하고 양각과 청화기법으로 문양을 장식한 편병이 유행했다.
전시는 조선 시대 편병이 현대 디자인에 영감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우수한 조형성을 가진 점에 주목했다. 현재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심플함 강조의 디자인이 조선 편병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심플한 디자인은 선과 면이라는 미술의 기본 요소를 완성된 조형 속에서 감추지 않고 본래의 모습 그대로를 강조함으로써 완성된다. 편평한 면과 면이 만나 도자기 표면에 선이 살아나고, 그 선은 다시 면과 만나면서 조화를 이룬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