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4호 강명식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2015.08.20 08: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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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강명식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골프를 하는 궁극적 목표가 무엇일까? 아마도 행복 추구. 즉 즐겁게 심신을 단련하는 것일 게다. 하지만 정작 골프 하는 당일엔 행복감으로 충만하기 쉽지 않다. 내기로 돈을 잃거나 동반자와의 불편한 언쟁, 나쁜 스코어, 컨디션 악화, 악조건의 코스 등 수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이런 악재로 골프 라운드 중 혹은 끝난 뒤 기분을 상한 적이 있다. 골프 마니아다 보니 웬만한 조건은 웃어넘길 수 있다. 하지만 유독 참을 수 없는 것이 에티켓 즉, 예절부분이다. 경기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의 소란스런 잡담,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시비, 남의 실수에 대한 악의적 조소, 코스 훼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옷매무새 등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매년 개정되는 ‘더 룰즈 오브 골프(The Rules of Golf)’의 1장은 에티켓(Etiquette) 즉, 코스에서의 행동(Behavior on the course)을 명시한다. 골프를 할 때 남을 배려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남의 행복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요즘 골퍼는 이런 예절에 매우 느슨해졌음을 느낀다. 필자가 처음 골프에 입문한 약 30년 전엔 선배가 예절에 대한 부분을 맨 처음 강조했고 상당히 엄격했다. 교습가도 예절과 매너를 귀가 따갑도록 가르쳤다. 예절이란 명문화(明文化)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몸에서 배어 나와야 하는 덕목이기에 그렇다.
최근 열린 주니어 시합 중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됐다. 골프 엘리트로 미래의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 매진하는 학생들의 예절과 심성에 대한 문제점이었다. 대회장 클럽하우스 내의 집기 훼손, 쓰레기 투기, 금연 화장실에서 흡연, 침 뱉기, 코스 훼손 등 이루 다 열거하기도 부끄럽다. 이를 훈육하는 선생이나 학부형이 없다는 게 더 문제다. 결국 대형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경기 중 퍼팅이 잘되지 않은 학생 선수는 홀을 거듭할수록 입에서 투덜거림과 욕이 흘러나왔다. 급기야 한 홀에서는 홀인이 되지 않자 퍼터로 그린을 찍어 버렸다. 이를 본 캐디는 경기과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기과가 손상된 그린을 촬영했다. 그러자 갤러리로 따라다닌 선수의 아버지가 캐디에게 큰소리로 항의와 욕설을 했다. 급기야 자신의 아들도 폭행했다.
골프장서 침 뱉고 욕설, 폭행까지
골프 예절 교육 강화 필요
결국 어찌어찌 마무리는 됐지만, 주관 연맹에서는 그 누구도 이 학부형을 제지하거나 페널티를 부과하는 등의 대처를 하지 않았다. 자격이 있는 경기 위원을 배치하지 않고 일반 선생들을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로 동원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단순히 일회성의 문제가 아니다. 어린 골프 선수의 소양 문제는 심각하다.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해 골프를 잘 치면 앞으로 스타가 돼 많은 돈을 번다고 생각하는 선수와 학부형의 오만함, 여기에 연맹 관계자의 눈치 보기가 결합한 잘못된 교육이 그 원인이다. 연맹은 그런 선수를 돈벌이에 이용하고, 학부형 역시 선수가 아닌 장차 돈을 벌어다주는 기계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골프 실력은 급성장해 세계 정상이다. 또한 여자 프로들의 KLPGA는 상금 규모나 대회 수에서 세계적이다. 불경기임에도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렇다보니 상금 랭킹 상위의 선수는 돈방석에 앉고 스타가 된다. 골프의 발전이 당연히 자랑스럽고 축하할 일이지만, 선수의 매너는 이런 교육 환경에서 세계적으로 지탄을 받을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골프 발전에 독이 될 수 있어 걱정이다.
“골프는 대부분 심판원의 감독 없이 플레이된다. 골프 경기는 다른 플레이어를 배려하고 규칙을 준수하는 사람의 성실성 여하에 달려 있다. 그리고 모든 플레이어는 경기하는 방법에 관계없이 언제나 절제된 태도로 행동하고 예의를 지키며 스포츠맨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것이 골프 경기의 기본 정신이다.” 골프 룰(Golf Rule) 제 1장에 있는 말이다. 하루 속히 골프선수의 소양 교육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시 강력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 기술보다 예절이 먼저다.
(정리 = 김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