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관 또한 독특하다. 무중력지대 대방동은 13개의 해상운송용 컨테이너를 쌓아 만들어졌다. 청년들이 여행을 하듯 자신의 꿈과 희망을 마음껏 펼치고, 상상을 현실로 조금씩 실현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특히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공간은 컨테이너가 비스듬하게 세워져 있는데, 이름 그대로 중력을 탈피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최근 제33회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무중력지대 대방동은 자유로운 청년들의 공간이다. 다양한 모임을 가질 수 있고, 함께 세미나와 공부를 하기도 한다. 일자리나 부채 상담도 이곳에서 받을 수 있다. 또 부엌에서 함께 요리하며 식사도 하는 열린 공간이다. 다른 카페나 스터디 룸처럼 돈을 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만큼 머물다 갈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젊은이가 무중력지대 대방동을 찾는다. 공부를 하며 잠시 쉬어가는 취업준비생부터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사장까지 공간을 찾는 목적 또한 다양하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무중력지대 대방동의 출입구. 사진 = 배승빈
무중력지대 대방동은 2011년 서울시가 진행한 ‘청년 일자리 정책 수립 워크숍’에서 “청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뒤 여러 논의를 거쳐 올해 4월 28일 개관했다.
총 8875㎡의 옛 미군 기지 이전 부지 중에서 일부(550㎡)가 청년을 위한 거점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무중력지대 대방동의 내부공간은 1-2층 총면적 393㎡ 규모로, 13개의 해상용 컨테이너를 조립해 만들었다.
건설 단계부터 여러 차례 포럼을 통해 청년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했다. ㈜생각나무 파트너스 건축사사무소의 강주형, 이강수 소장은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해상운송용 컨테이너처럼 무중력지대에서 청년들이 무한대로 꿈을 꾸고 펼쳐나갈 수 있도록 창조적인 열린 공간으로 구성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무중력지대 대방동은 건축가의 독특한 아이디어, 청년들의 의지, 지자체의 지원이 어우러져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탄생했다.
무중력지대 대방동의 운영을 총괄하는 손슬기 매니저는 “요즘 청년들은 많은 사회적 중력에 억눌려 있다. 취업을 비롯해 학자금 대출, 지나친 경쟁 등이다. 이런 것들에서 벗어나 제약 없이, 자유롭게 활동할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이 공간이 생겼다”고 소개했다.
▲계단 공간은 아늑하게 꾸며졌다. 컨테이너 사이 틈으로 자연 채광이 되는 미니 라운지로 활용되기도 한다. 사진 = 배승빈
개관한 지 6개월이 채 안됐지만 입소문을 타고 하루 평균 100명 내외의 청년이 이 공간을 주기적으로 찾는다. 현재 ‘청년활짝’이란 무중력지대 멤버십에 가입한 사람은 800명을 넘어섰다.
개관을 앞둔 지난 3월 공개 모집을 통해 선정된 분야별 5개 입주단체가 청년의 취업과 창업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지원한다. 지역의 커뮤니티 형성, 교육 지원, 주거환경 개선부터 부채 경감, 문화 활동까지 다양하다.
무중력지대 대방동은 열린 공간을 표방한 만큼 그 구성 또한 독특하다. 우선 규격이 일정한 컨테이너 모듈들이 건물 중앙의 라운지 공간을 감싸면서 중앙의 대규모 공간을 제공한다. 둘러싼 컨테이너 각각의 내부 공간은 세미나실, 부엌, 화장실, 사무 공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등으로 구성됐다.
이곳을 설계한 생각나무 파트너스는 “이런 구성은 외부 - 내부공간(컨테이너) - 내부공간(중앙) - 내부공간(컨테이너) - 외부 공간으로 이어지는 관계를 형성한다. 이를 통해 컨테이너 볼륨은 내외부의 관계를 풍성하게 해주는 공간적 켜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계단 공간은 아늑하게 꾸며졌다. 컨테이너 사이 틈으로 자연 채광이 되는 미니 라운지로 활용되기도 한다. 사진 = 배승빈
이를 기본으로 컨테이너 모듈의 조합과 개폐를 통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예컨대 사무 공간과 세미나실은 컨테이너 두 개 모듈을 하나로 터서 넓히는 식이다.
방문자가 건물 입구의 기울어진 컨테이너를 통해 내부로 들어오면 1층에는 아트리움과 중앙의 라운지, 세미나실 그리고 열린 주방이 있다. 휴식과 이벤트, 소통과 교육을 위한 공간을 바로 접하게 되는 것이다.
아늑하게 꾸며진 계단 공간에 대해 생각나무 파트너스는 “사선으로 기울어진 두 개의 컨테이너는 계단과 휴식, 전시를 위한 공간으로, 수직 동선을 해결하고 상승, 자유, 도약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계단실 어디서나 쉬고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자유로움과 편안함이 넘치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2층 공간은 창업 및 창작 활동을 하는 청년단체의 사무공간으로 쓰인다. 사진 = 배승빈
▲무중력지대 대방동은 은평구 청년 허브, 구로-금천 무중력지대 G밸리에 이어 세 번째로 올해 4월 28일 개관했다. 사진 = 무중력지대 대방동
컨테이너가 얹혀 생기는 틈은 자연 채광을 받는 미니 라운지로 활용된다. 2층은 창업 및 창작 활동이 이뤄지는 6개의 사무 공간으로, 아래층 아트리움이 내려다보이는 내부 발코니 형식의 복도로 나란히 이어졌다. 공간 운영자들을 위한 독립된 사무공간이 이 복도 끝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멀리서 봐도 한 눈에 띄는 주황색 컬러가 인상적이다. 손슬기 매니저는 “이곳의 대표색이 주황색이다. 컨테이너가 여행을 하듯 청년들이 마음껏 뻗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주황색은 또한 에너지 넘치는 청년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무중력지대 대방동은 상상지대, 나눔지대, 협력지대, 함께지대, 휴식지대로 구성돼 있다. 손 매니저는 “상상지대에서는 다양한 교육, 행사, 모임이 열리고 함께지대는 청년 활동을 하는 단체들이 입주한 사무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청년들을 위한 토크 콘서트가 열리기도 한다. 사진은 ‘시장이 두근두근’의 저자 이희준 씨가 초대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사진 = 무중력지대 대방동
특이한 공간은 나눔지대다. 방문 청년들을 위한 부엌으로, ‘함께 밥 먹으며 동료가 되는’ 장소다. 얼마 전 한 청년 봉사단체가 소외계층을 위한 도시락 준비를 이 나눔지대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서울시의 다른 청년공간들은?
서울에는 대방동의 무중력지대 외에도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 더 있다. 사실 무중력지대 대방동은 2013년 은평구의 ‘청년 허브’를 시작으로 구로·금천의 ‘무중력지대 G밸리’에 이어 3번째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무중력지대라는 동일한 이름을 사용하지만, G밸리와 대방동은 성격이 다르다. 우선 색이다. 손슬기 매니저는 “대방동의 주황색과 달리 무중력지대 G밸리는 파란색이다. 디지털 밸리란 지역 특성상 20~30대 청년 직장인, 창업가들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젊은 직장인들이 쉬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충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평균 100여 명의 청년들이 자유롭게 이 공간을 활용한다. 사진 = 무중력지대 대방동
운영 시간도 다르다. 대방동 무중력공간은 평일 밤 10시면 문을 닫지만 구로-금천 G밸리는 24시간 운영된다. 야근 뒤 쪽잠을 자러 G밸리를 찾는 청년들이 많다고 한다. 24시간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디지털 벤처 지역에 맞춘 운영시간이다.
은평구에 위치한 청년 허브는 서울시가 처음 만든 청년 허브다. 이곳에서 시범사업이 시작됐고, 이를 토대로 작년에 무중력지대 G밸리가, 올해 무중력지대 대방동이 연이어 오픈했다.
서울시는 2018년까지 2개 장소를 더 추가해 청년 공간 5개소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의 청년공간은 누구나 이용가능하다. 무중력지대 대방동의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밤 10시, 토요일은 오후 4시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