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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뉴스] 버려진 게 아닌, 잠깐 멈춘 공간의 역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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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5호 김금영 기자⁄ 2015.11.05 09:08:19

▲박천강·조남일, ‘일시적 강연 & 상영을 위한 플랫폼’. 2015.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나 쓸모 있어!” 버려지거나 제 기능을 못하고 있던 공간이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꽃 피며 주목받고 있다. 기존 공간의 특성을 활용하면서 새 이야기를 풀어내 끊겼던 사람들의 발길을 다시 잇는 시도들이다.


버려진 공간의 재활용 시험의 장
‘리-플레이: 4개의 플랫폼 & 17번의 이벤트’전

‘리-플레이: 4개의 플랫폼 & 17번의 이벤트’(이하 ‘리-플레이’전)는 유휴 공간을 주제로 한다. 제 기능을 못하고 버려진 공간을 지역 거점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실험적인 건축 프로젝트다.

서울시립미술관은 “1980년대 이후 서구에서 도시 재생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이는 문화 콘텐츠를 통해 후기 산업 도시를 재활성화하고, 낙후한 도시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도시 문화 정책을 포함한다”며 “국내에서도 2000년대부터 창조 도시의 개념과 함께 유휴 시설을 문화와 접목해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래되고 빈 건물을 활용한 도시 재생 과정에서 사용자와 지역 커뮤니티에 대한 고려, 그리고 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콘텐츠 및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지적 또한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기에 관객과 커뮤니티가 직접 참여하고 창작 등 문화 활동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과 활동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번 전시도 그런 맥락에서 이뤄졌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네임리스건축(나은중, 유소래), 박천강·조남일, 신형철@shinslab, 안기현·신민재(AnLstudio) 등 4인/팀의 건축가는 일시적으로 멈춰 있는 공간을 다시 재생시키기 위한 건축적 상상력을 담아 4개의 플랫폼을 제안한다.

플랫폼으로 관객을 유도하는 역할을 맡은 정소영은 전시장 전체를 아우르며 다양한 높이와 물성으로 구축된 공간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이야기하려는 큰 주제는 ‘유휴 공간의 재고’다. 작가가 구축한 공간이 역동적인 가능성을 품은 ‘잠깐 멈춤’의 상태임을 보여주며, 이 간극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안기현·신민재(AnLstudio), ‘워크숍을 위한 플랫폼’. 2015.

박천강·조남일은 과거에 KBS 송신소로 사용됐으나 일부 개조돼 지금은 평생학습관으로 사용되는 구로구평생학습관의 유휴 공간을 모델로 삼는다. 여러 개보수로 마치 동화 속 미로를 연상시키는 공간을, 창작과 배움의 지역거점 문화공간으로 제안한다. 상영관을 겸한 강연장은 지식 교류의 장으로서 가능성을 시험한다. 네임리스건축은 구로구평생학습관의 야외 부지를 활용해 야외 작업실과 그 외 커뮤니티 공간을 새롭게 제안한다. 이용되지 않고 비어 있던 공간에 야외 작업실과 필요에 따라 전시, 놀이, 휴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공간 활용 방안을 제시한다.

안기현·신민재는 워크숍을 위한 플랫폼을 주제로, 도시 곳곳의 유보된 공간에 규정되지 않은 형식의 워크숍 구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시 기간 동안 이 플랫폼에서는 여섯 차례에 걸쳐 연구, 발표, 제작 등 다양한 형식으로 청개구리제작소의 비평적 워크숍이 진행된다. 신형철은 곧 폐교될 한울중학교의 4층 공간을 활용해 멘토링 스튜디오를 제안한다. 가르침과 배움이라는 학교 고유의 장소성에서 출발해, 상하관계에서 벗어나 수평적으로 배우고 가르치는 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새롭게 정의한다.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12월 13일까지.


병원이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
‘파일럿프로그램 터와 길’전

‘파일럿프로그램 터와 길’전은 2009년부터 기능과 가치를 상실한 채 휴면 상태에 있던 옛 제주대학교병원을 문화 예술 공간으로 전환한다. 재주문화예술재단 측은 “옛 제주대학교병원은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인 ‘폐산업시설 문화 재생 사업 - 예술로 공간 재창조’ 대상지로 선정돼 제주종합문화예술센터(가칭)로 조성될 계획”이라며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제주도의 대응 투자로 진행되며, 제주문화예술재단은 문화 예술 콘텐츠 운영 계획과 공간 콘텐츠 개발 등을 담당한다”고 밝혔다.

▲손몽주, ‘익스팬딩 스페이스(Expanding Space)’. 고무 밴드, 가변설치, 2013.

제주대학교병원은 과거 ‘눈썹 밑의 백성들을 살핀다’는 의미로 찰미헌(察眉搟)으로 불렸고, 해방 직후엔 제주도립병원으로서 100년 동안 제주 의료의 중심지가 됐던 곳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과거 속 새로운 공간, 다시 치유와 희망을 이야기 하다’다. 오랫동안 비워진 건물 날것의 현 상태를 유지하는 가운데, 참여 작가 13명의 퍼포먼스와 설치미술로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선보이는 형태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제주의 과거, 현재, 미래를 표현하면서 공간적 치유와 재생 그리고 희망을 선사하는 것이 목표다.

임흥순과 고승욱은 제주 4.3 사건에 대한 추념과 애도를 표한다. 임흥순은 이미지와 사운드를 중심으로, 역사적 비극 앞에 무력한 인간의 존재를 말한다. 고승욱은 4.3 사건에서 희생된 이름 없는 자들의 죽음을 추도한다. 조습, 박정근, 서인희, 김옥선, 옥정호는 제주 해녀의 삶, 제주를 상징하는 자연의 풍경 등에 대한 기록을 통해 제주인의 삶을 보여준다. 해녀의 힘찬 물질, 제주의 다양한 나무 등을 만끽할 수 있다. 변금윤, 루니, 재주도 좋아는 재생의 윤리와 미래의 감각 주제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병찬, ‘어번 크리처스 - 스페이스 디스토션 - 어 로얄(Urban Creatures - Space Distortion - A Royal)’. 가변크기, 2015.

고승욱 전시기획자는 “전시가 진행되는 장소는 과거 제주의료원이 자리했던 곳으로 제주 의료 역사 100년을 담은 오래된 터다. 자혜의원을 거쳐 해방 이후 도립병원 시기엔 제주 4.3 사건의 도화선이 된 3.1 발포 사건이 일어난 현장이기도 하다. 이곳은 시대의 아픔을 오래 간직한 곳이지만, 한편으로는 생의 약동을 지켜낸 희망의 현장으로 제주인의 기억에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도민의 생명을 지켜온 제주대학병원이 2009년 아라동으로 이전한 이후, 제주대학 병원 건물은 과거의 기억을 간직한 채 지금까지 휴면 상태에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런 기억의 공간을 문화 예술 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한 첫 실험”이라며 “제주인의 삶과 기억, 그 생애의 역사를 통해 치유와 재생의 의미를 묻고, 과거의 터에서 미래의 길을 찾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옛 제주대학교병원 지하 1층, 지상 3층에서 11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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