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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연말 뮤지컬 홍수 속 내게 딱맞는 작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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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7호(창간기념호) 김금영 기자⁄ 2015.11.19 08:54:19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한 장면. 마거릿 미첼의 소설이 원작으로, 미국 남북전쟁 당시 시련에 무릎 꿇지 않는 여인 스칼렛 오하라의 삶과 사랑을 그린다. 사진 = 클립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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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공연계의 대표적 성수기인 연말이다. 개막을 앞두고 관객몰이 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개막 작품만 수십여 편에 이르는 가운데, 타입 별로 관람 포인트를 살핀다.

PART 1. 원작의 힘 믿고 간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레미제라블’

- 장점: 원작 명성에 배우 열연까지
- 약점: 원작 스토리 모르면 감동 덜할 수도

첫 번째 부류로, 이름만 대면 아는 원작의 힘을 믿고 가는 공연들이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마거릿 미첼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은 출간 이래 전설적 판매부수를 기록하며 1937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지금도 많이 읽힌다. 소설뿐 아니라 비비안 리와 클라크 게이블 출연의 고전 영화(1939)로도 유명하다. 비비안 리는 이 영화로 첫 번째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영화 또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10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미국 남북전쟁의 고난과 시련에도 굴복 않고 일어서는 강인한 여인 스칼렛 오하라의 삶과 사랑을 그린다. 예술의전당에서 올해 초 국내 초연을 가졌다. 원작의 감동을 기억하는 중장년층이 특히 공감했다. 재정비해 돌아오는 이번 공연에선 김소현·바다·김지우가 스칼렛으로 분한다. 스칼렛과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레트 버틀러를 남경주·신성우·김법래·윤형렬, 스칼렛의 첫사랑 애슐리 윌크스를 에녹·정상윤·손준호가 연기한다. 애슐리의 현명하지만 창백한 아내 멜라니 해밀튼은 오진영·정단영이 맡았다. 샤롯데씨어터에서 11월 17일~2016년 1월 31일.

‘레미제라블’ 또한 원작의 명성을 자랑한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뮤지컬 버전 또한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힌다. 국내에선 2012년 한국어 라이선스로 처음 선보였고, 당시 약 40만 관객을 동원했다. 흥행성과 더불어 작품성도 인정받아 2013년 제7회 더 뮤지컬 어워즈 5개 부문, 제19회 한국 뮤지컬대상 4개 부문 수상 기록을 세웠다.

기구한 운명의 청년 장발장의 삶을 통해 용서와 사랑을 이야기한다. 장발장은 빵을 훔친 죄로 19년을 감옥에서 지내고, 가석방된 후에도 전과자에 대한 세상의 배척과 멸시를 당한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딘뉴 주교의 고귀한 사랑을 경험하고, 이후 새롭게 자신의 삶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몸을 파는 여인 판틴, 그녀의 딸 코제트, 혁명가 마리우스까지 만난다. 한국어 초연의 초대 장발장을 맡았던 정성화와 일본 토호 프로덕션에서 장발장을 연기한 양준모가 다시 장발장으로 분한다. 여기에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동양인 최초로 판틴을 연기한 전나영이 출연한다.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11월 28일~2016년 3월 6일.

▲빅토르 위고의 소설이 원작인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2012년 한국어 라이선스 초연을 가졌다. 사진은 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식 포스터. 사진 = 레미제라블코리아

원작 팬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 이 공연들의 강점이다. 소설로 읽으며 상상했던 무대에 배우들의 열연까지 어우러져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다만 이런 강점이 동시에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원작을 접하지 못했다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 벅찰 수 있기 때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경우 초연 때 장장 4시간짜리 영화 스토리를 2시간짜리 뮤지컬에 집어넣느라 압축과 생략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기에 영화나 소설을 접하지 않은 관객은 갑자기 전체 이야기 중 몇 군데가 퉁 날아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재연은 ‘맘마미아’ ‘브로드웨이 42번가’ 등을 선보인 한진섭 연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김성수 음악감독 등 새 크리에이티브 팀이 맡아 각색 과정을 다시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와 스토리를 보강했고, 레트 버틀러와 딸 보니의 새 노래를 추가하는 등 원작을 접하지 못한 관객도 사로잡겠다는 포부가 강하다.

‘레미제라블’은 꾸준히 공연을 열며 관객에게 다가가고 있다. 2012년 11월 초연 당시 2013년 9월까지 긴 공연 기간을 거쳤다. 올해도 서울 공연에 앞서 10월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개막하며 관객맞이에 나선 바 있다. 


PART 2. 흥행 보증된 재연작들
‘베르테르’ ‘시카고’

- 장점: 입증된 스토리·음악·연출
- 단점: 또 해? 식상할 수도

수차례 흥행이 입증된 재연작들도 눈에 띈다. 먼저 ‘베르테르’가 있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로, 올해 창작 15주년을 맞았다. 롯데를 사랑하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베르테르의 이야기를 그린다.

▲베르테르 폐인, 일명 ‘베사모(베르테르를 사모하는 모임의 줄임말)’를 배출한 창작 뮤지컬 ‘베르테르’에 새 얼굴로 규현(왼쪽)이 출연한다. 사진 = CJ E&M

2000년 초연 이래 총 10차례 재공연을 거듭하며 25만 관객을 동원했다. 뮤지컬에서는 이례적으로 실내악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주목받기도 했다. 2013년엔 도쿄 아카사카 ACT 씨어터에도 올라 글로벌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 작품은 큰 기복 없는 꾸준한 관객몰이로 유명하다. ‘베르테르를 사모하는 모임’의 약자인 ‘베사모’는 초창기 뮤지컬 동호회 문화의 산물이다.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11월 10일~2016년 1월 10일.

‘시카고’는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가 직접 인정했을 정도로 흥행불패의 신화다. 19년간 브로드웨이에서 7835회 공연됐고, 2014년 말엔 뮤지컬 ‘캣츠’를 제치고 현지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이어 사상 2번째 롱런 공연이 됐다. 34개 국, 475개 이상 도시에서 2만7100회 이상 공연됐고, 2900만여 관객을 동원했다.

▲뮤지컬 ‘시카고’ 벨마 역의 최정원(왼쪽), 록시 역의 아이비가 열연 중이다. ‘시카고’는 국내에서 올해 12번째 시즌 공연을 올린다. 사진 = 신시컴퍼니

국내에서도 인기다. 2000년 국내 초연 이후 어느덧 12번째 시즌을 맞는 이 공연은 평균 객석점유율 약 90%를 자랑한다. 지금까지 서울에서만 500여 회 공연으로 55만여 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다. 올 여름 오리지널 팀이 내한 공연을 가졌는데도 또 공연이 열릴 정도로 관객 호응이 좋다. 1920년대 재즈 열기가 가득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살인 사건을 저지른 배우 벨마 켈리와 코러스걸 록시 하트, 그리고 이들의 변호사 빌린 플린이 교도소에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디큐브아트센터에서 11월 14일~2016년 2월 6일.

두 작품은 발군의 인기가 자랑이지만, 수차례 반복되는 재연에 조금은 식상함을 느낄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고자 ‘베르테르’는 신선한 캐스팅, ‘시카고’는 정면 돌파에 나섰다. ‘베르테르’는 주인공 베르테르 역에 기존에 출연했던 조승우, 엄기준을 비롯해 슈퍼주니어의 규현을 새 얼굴로 캐스팅했다. 기존의 베르테르를 기억하는 팬에겐 친근함을, 새로운 베르테르를 원하는 관객에겐 신선함을 선사한다는 전략이다. ‘시카고’는 이미 이 공연의 상징 배우가 된 성기윤, 최정원, 아이비를 다시 캐스팅했다. 오리지널 팀 내한 공연 당시 한국 버전 시카고의 대표 얼굴들을 다시 보고 싶어 한 팬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PART 3. 재연 홍수 속 돋보이는 초연
국민배우 황정민의 컴백작 ‘오케피’

- 장점: 단연 눈길 끄는 신선함
- 단점: 전례 없었는데 재밌을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연말 뮤지컬 전쟁의 가장 큰 키워드는 ‘재연’이다. 원작의 명성과 흥행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 재연들이 줄이어 개막하기 때문. 그런데 이 와중 돋보이는 초연도 있어 주목된다.

올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베테랑’의 주역 황정민이 뮤지컬로 돌아온다. 그가 출연하는 뮤지컬 ‘오케피’(오케스트라 피트의 줄임말)는 지난 10월 티켓 오픈 동시에 예매율 1위에 올라 관객의 관심을 입증했다. 일본 작가 미타니 코키의 첫 번째 뮤지컬 작품이 원작이다. 화려한 무대 위보다 더 재미있는 무대 아래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김문정 음악감독의 지휘 아래 18인조 오케스트라가 라이브로 연주할 예정이다.

▲뮤지컬 ‘오케피’는 재연 홍수 속 유일한 초연이면서 동시에 배우 황정민의 뮤지컬 복귀작으로 주목받는다. 황정민은 극 중 지휘자를 연기하고, 공연의 연출까지 맡았다. 사진 = 샘컴퍼니

황정민은 오케스트라를 총괄하는 책임자이자 극의 중심축인 지휘자를 연기하는 동시에 공연의 연출을 맡는다. 그는 “‘오케피’는 앙상블 없이 13명 출연 배우가 모두 주연인, 유쾌하고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이야기”라며 “내 인생에 소중한 작품이고, 앞으로도 가장 중요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오만석이 황정민과 같은 역을 맡은 점도 화제가 됐다. LG아트센터에서 12월 18일~2016년 2월 28일.

익숙함 속 단연 눈을 끄는 신선함이 이 공연의 최대 강점이다. 반복되는 재연 속 새 공연에 갈증을 느끼는 관객층이 주요 타깃층이 될 듯하다. 

앞서 충무아트홀에서 최근 초연을 마친 ‘신데렐라’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 바 있다. 뮤지컬에 마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새 시도가 호평 받았다. 

‘오케피’ 또한 공연에 대한 관심을 호평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전례가 없는 상황이기에 가장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다. ‘재미있겠다’는 기대감이 개막 이후 ‘역시 재밌네’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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