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사람들 - 성동서 박종문 경사] 가정폭력 피해자들 위한 ‘안심주택’ 열어
▲성동서 피해자 전담 경찰과 박종문 경사. 사진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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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안창현 기자) 끔찍한 범죄를 당한 피해자들은 일상으로 복귀하기 어렵다. 범죄로 인한 물리적 피해, 경제적 손실에 힘들어 하는 것은 물론, 정신적 고통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피해와 고통은 피해자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범죄 후유증으로 고통스런 시간을 보낼 때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 마디와 작은 관심-도움은 큰 힘이 된다.
성동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서 피해자 전담 경찰관을 맡고 있는 박종문 경사(43)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박 경사는 경찰청이 정한 2015년 ‘피해자 보호 원년의 해’를 맞아 사건 피해자들을 돌보고 지원하는 일을 아끼지 않았다. 살인이나 강도, 교통사고나 성폭력, 가정폭력 등 범죄 피해자가 발행하면 사건 초기부터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경제적, 심리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그의 업무다.
지난 5월 박 경사가 근무하는 성동서는 성동구청과 함께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안심주택’을 오픈했다. 빈집을 활용해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이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 전국 최초의 사례였다. “안심주택이 피해자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박 경사를 만났다.
지금까지 경찰의 주요 업무는 가해자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사건 해결과 범인 검거가 중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경찰은 가해자뿐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범죄 피해자들의 피해 구제와 일상으로의 조속한 복귀를 지원하는 것 또한 경찰의 중요 역할”이라고 박종문 경사는 설명했다.
특히 다른 범죄와 다르게 가정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전담 경찰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주로 여성 피해자가 많은데, 이들은 피해자로서 본인의 권리를 알고 피해 회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해자 전담 경찰관은 이들에게 피해자 권리를 알려준다. 박 경사는 “피해 여성들이 당황하지 않게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처리 절차를 알려주고, 의료 서비스나 무료 법률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곁에서 돕는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다문화 가정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위한 단체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가정폭력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를 떼어놓는 일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더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가해자가 남편인 경우, 피해자는 아내뿐 아니라 직접적인 폭력이 행사되지는 않아도 자녀가 2차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안심주택 설치 및 운영을 위해 성동구청과 성동경찰서 관계자들이 4월 29일 협약식을 가졌다. 사진 = 서울성동경찰서
박 경사는 “이전에는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임시 숙소가 경찰서 인근의 숙박업소인 경우가 많았다. 따로 이들을 위한 시설을 마련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 보니 피해자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해했고, 반대로 숙박업소 쪽에서도 불편해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이런 점들이 경찰 차원에서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안심주택’ 마련의 배경이 됐다.
물론 안심주택 마련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경찰서뿐 아니라 구청의 협조도 필요했다. 실제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안심주택 설립 취지에 대한 공감이 있었기에 조금씩 일이 진척됐다.
성동경찰서는 성동구청과 피해자 임시숙소 설립과 운영을 위해 4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5월 안심주택을 개소했다. 서울시 협력사업인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와 연계해 구청이 빈집을 마련하고 리모델링하는 데 30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마침내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피해 여성들에게 안식처가 생긴 것이다.
“피해자 위한 안식처 확산됐으면”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는 무엇보다 심리적인 안정과 회복이 중요하다. 이런 점을 감안해 안심주택이 피해자들의 지친 몸과 마음의 상처를 달랠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박 경사는 전했다.
안심주택에는 2개의 침실과 주방, 가전 기기들이 배치된 쾌적한 공간에 함께 피해자들을 위한 심리 치료와 법률 상담을 진행하는 상담실까지 함께 있다. 입소한 피해 여성들은 신변 보호는 물론 심리 상담과 법률 지원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박 경사는 “안심주택 개소 뒤 이곳에 처음 온 피해자가 베트남 여성이었다. 가정폭력 사건으로 보호 조치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낯설어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눈치 보지 않고 이곳에서 편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안심주택의 필요성을 다시 느꼈다”고 강조했다. 그 베트남 여성은 다시 가정으로 돌아갔고, 후에 박 경사에게 베트남어로 감사의 편지를 보내왔다.
경찰관으로서 사회적 약자인 피해자들을 지원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는 박 경사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심리 상담 공부를 하고 싶다”면서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과 구청이 손을 잡고 추진한 만큼 안심주택이 다른 곳에서도 널리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