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두 골프 세상만사] 골프에서 발견한 삼운일체(三運一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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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골프채로 골프공을 가격해 무한에 수렴하는 비거리를 낼 수 있을까. 시간을 초월하는 완벽한 속도는 없을까. 미국 소설가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에서 비행에 대한 꿈과 신념을 실현하고자 더 높이, 더 빨리 날려고 하는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에게 스승은 말한다. “너는 이미 도달했음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You must begin by knowing that you have already arrived).”
조나단은 동료들의 배척과 자신의 한계에도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는 자기수련을 통해 완전한 비행술을 터득한다. 그리고 마침내 무한한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초현실적인 공간으로까지 날아오른다. ‘갈매기의 꿈’은 모든 존재의 초월적 능력을 일깨운 우화 형식의 신비주의 소설이다. 물론 소설이란 허구의 개념이 내재된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독자들은 자신의 꿈에 꿋꿋하게 도전하는 갈매기의 인상적인 모습을 보고 자기완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인간은 완벽을 추구한다. 골퍼는 완벽한 스윙을 추구한다. 더 정확하게, 더 멀리 무한에 수렴하는 비거리를 원한다면, 스윙의 전체적인 메커니즘을 연구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새긴다는 검도처럼 골프에도 완벽한 스윙을 위한 삼운일체가 있다.
이슬(露)의 위(位), 전광석화(電光石火)의 위(位), 그리고 범종(梵鐘)의 위(位)가 바로 그것이다. 이슬(露)의 위(位)는 나뭇잎에 이슬이 가득 모이면 드디어 물방울로 낙하하듯, 검을 내려치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는, 공을 치기 위해 기를 모으는 백스윙의 동작이다. 무게중심 이동에서 몸의 척추 각이 절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정수리부터 꼬리뼈까지 꼬챙이가 꽂혀있다는 이미지를 머리에 각인하고, 척추 각을 유지하면서 좌우 중심이동을 한다.
그냥 휘두르는 게 아니라 호흡과 정신을 가다듬는 것이 스윙
전광석화(電光石火)의 위(位)는 번갯불이나 부싯돌의 찰나적인 섬광처럼 빠르고 강하게 한 칼에 두 동강이를 내는, 신속하고 날카로운 임팩트의 순간이다. 백스윙에서 가지고 있는 리버스 피벗, 크로스오버, 오버스윙 등의 불필요한 동작을 최소화 하고 보상 동작 등의 여러 요소로 힘이 분산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비거리를 내는 추진제를 스윙에 함축시킨다.
범종(梵鐘)의 위(位)는 범종의 종소리가 긴 여운을 남기며 울려 퍼지듯이, 타격을 하고 난 뒤 원상태로 돌아오는, 백스윙의 톱과 좌우대칭적인 모양을 이루는 피니쉬 동작이다. 정신일도하면 하사불성이라, 정신을 한 곳에 모으면 어떤 일이 이뤄지지 않겠는가. 즉 최선을 다했으므로 공이 어디로 얼마나 날아가는지는 신의 뜻에 맡기고 피니쉬 한다.
서도에서의 삼운일체란 점과 획을 처음 쓰기 시작한다는 기필(起筆), 가볍고 빠르게 막힘없이 써내려간다는 송필(送筆), 단숨에 끌어당겨 힘을 주어 끝내는 종필(終筆), 세 가지 과정을 말한다.
골프에서, 검도에서, 서도에서도 삼운일체를 지극히 중요하게 여기는데, 샷을 완성하는 때도 삼운일체의 정신을 실어야 한다. 정진해, 우리가 이미 경지에 도달해 있음을 문득 깨달을 때, 우리는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세상, 즐거운 몸짓으로 열리는 세상을 맞을 것이다.
(정리 = 김금영 기자)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