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사람들 - 강북서 삼양파출소 김삼주 경장] 떡볶이가 맺어준 11살 소녀와의 인연
▲강북서 삼양파출소의 김삼주 경장. 사진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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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안창현 기자) 얼마 전 서울경찰청 페이스북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밥 한 끼 못 사줘서 미안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사진이었다. 이 사진에는 분식집에서 경찰관과 자연스럽게 떡볶이를 먹고 있는 어린 소녀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경찰관과 이 소녀의 사연은 페이스북을 통해 많은 이의 관심과 격려를 받았다. 공개된 사진 속 주인공은 강북경찰서 삼양파출소에 근무하는 김삼주 경장(36)과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김소영 양(가명·11)이었다. 김 경장을 만나 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삼주 경장이 소영 양을 알게 된 것은 근무 중이던 파출소에 신고가 접수되면서였다. 술에 취한 중년의 한 남성이 “알코올 중독에 걸린 아내가 어린 딸을 데리고 집을 나갔다”며 딸을 찾아달라고 삼양파출소로 신고한 것이다.
김 경장은 신고가 접수된 강북구 소재 주택으로 출동했고, 신고한 아버지를 직접 만났다. 그런데 딸이 걱정된다며 신고한 아버지는 술에 잔뜩 취해 있었다. 자초지종을 묻는 김 경장의 질문에 횡설수설할 뿐이었다.
“더 늦기 전에 빨리 아이를 찾아야 할 것 같아 아버지에게 아이의 인상착의를 묻고 집 주변부터 찾기 시작했다”는 김 경장은 한참을 헤매다 어둑해진 골목길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소영 양을 발견했다. 그는 “다행히 아이가 집 근처에 있었고, 빨리 발견해 다행이었다”고 당시를 전했다.
▲서울경찰청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 사진 = 서울강북경찰서
무사히 아이를 집에 데려다줄 수 있었지만, 선뜻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이도 집에서 겁에 질린 표정으로 쭈뼛하고 있었다. 김 경장은 아직도 술에 취해 있는 아버지에게 양해를 구하고, 저녁밥이라도 먹일 생각에 아이를 근처 분식집으로 데려갔다.
“계속 괜찮다고 안심시키고, 이것저것 말도 붙이니까 아이가 조금씩 안정을 찾는 것 같았다. 저녁도 못 먹었다고 해서 떡볶이랑 튀김을 시켰다. 그런데 소영이가 먹지 않고 계속 바라만 보고 있는 거다. 그리곤 ‘아저씨가 먼저 먹으면 같이 먹겠다’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왠지 더 마음이 아팠다.”
김 경장은 소영이와 떡볶이를 함께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얘기도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소영이의 어머니가 일을 다니시는데, 그날 술에 취한 아버지와 말다툼이 있었다고 했다. 가끔씩 그렇게 다투신다고.
“소영이를 집에 데려다주면서 ‘아저씨가 밥 한 끼 제대로 못 사줘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아니라고, 아깐 너무 무서웠는데 지금은 괜찮다고, 고맙다고 했다. 힘내라는 말밖에 해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김 경장은 소영이에게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파출소에 놀러 와서 아저씨를 찾으라고 연락처를 건넸다.
“주변을 돌보는 관심 필요해”
김 경장은 소영이의 밝게 웃은 얼굴을 잊을 수 없어, 아이가 더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간식거리를 챙겨 다시 소영이 집을 방문했다.
“경찰이 그렇게 방문하면 주변에서 오해할 수도 있고, 소영이 부모님도 부담을 느낄 수 있어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소영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찾아갔다. 그리고 소영이 부모님과 진지하게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김삼주 경장이 소영이(가명) 집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서울강북경찰서
김 경장은 평소 술을 과하게 마시는 소영이 아버지가 금주를 약속하고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고 있다고 웃으며 전했다. 어머니도 일 때문에 바쁜 와중에도 더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겠다고 약속했다. 집에 찾아갔더니 소영이가 무척 반겨 찾아가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김 경장은 말했다.
파출소에 소영이를 초대하기도 했다. “나중에 여자 경찰관이 되고 싶다”는 소영이에게 파출소를 속속들이 구경시켜주기도 했다. 소영이는 경찰이 하는 일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등 관심이 많았다.
이날 소영이는 “감사의 선물”이라며 김 경장의 모습을 그림 그려 선물하기도 했다. “고사리 손으로 그림을 그리더니 내게 선물이라며 주더라구요. 그러면서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하는데, 크게 도움을 준 것은 없지만 뿌듯한 생각이 들었어요.”
김 경장은 최근 강북경찰서의 유관단체인 지역 청소년지도육성회에 소영이의 사연을 전했다. 소영이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지역 단체들의 도움을 얻기 위해서다.
“우리 주위에 힘든 환경에 처한 아이들이 참 많이 있어 안타까워요. 관심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소영이와의 인연도 그렇게 조그만 관심에서 출발했으니까요. 모두가 어려운 때일수록 주변을 돌아보는 관심을 필요합니다.”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