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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나홀로 세계여행 - 우즈베키스탄] 우즈벡인의 예의바름, 신기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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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63-464호(신년)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5.12.31 08:52:16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지난 호에 이어 우즈베크 여행 6~7일차 여정을 이어간다.

우즈베크 고속열차

타슈켄트행 아프로시압(Afrosyab) 고속열차는 우즈베크 철도의 자랑이다. 사마르칸트-타슈켄트 300km 구간을 2시간 20분에 주파한다(2등석 미화 35달러). 객실에는 와이파이가 되고 간식과 음료까지 제공한다. 우즈베크 제1과 제2 도시를 잇는 간선 회랑답게 철로 양옆으로는 관개가 잘 된 비옥한 땅이 펼쳐진다. 쉬지 않고 이어지는 크고 작은 도시들의 동남쪽 멀리 타지크스탄 국경 방향으로는 험준한 산맥이 함께 달린다.

타슈켄트 무사 귀환

상쾌한 열차 여행이 끝나 타슈켄트에 닿으니, 고향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해진다. 사막을 벗어나 타슈켄트에 오니 조금은 덜 더운 것 같기도 하지만, 저녁 8시 현재 섭씨 33도다. 힘들었던 사막 여행이 무사히 끝났다. 타슈켄트도 신장 위구르 지나 천산산맥 넘어 아득한 서역인데, 그곳에서 600km를 더 서쪽으로 이동해 카스피해가 멀지 않은 부하라까지 다녀왔다. 호텔에 짐을 푸니 안도감에 저절로 잠이 온다.

7일차 (타슈켄트 → 서울행 출발)

반가운 우스펜스키 성당

오늘 일정은 여유롭다. 먼저 호텔에서 가까운 우스펜스키 성당으로 걸어서 간다. 모스크만 보다가 러시아 정교 회당을 만나니 낯설고도 반갑다. 마침 진행 중인 일요일 미사에는 타슈켄트에 사는 러시아인이 모두 모인 것 같다. 성당을 나와 역으로 향하다가 빙과를 사러 들른 슈퍼마켓에는 농심라면, 새우깡 등 한국 라면과 스낵이 많다. 

▲우즈베크를 다닐 땐 참혹한 더위를 뚫기 위해 트램을 많이 이용했다. 사진 = 김현주

▲호텔에서 가까운 우스펜스키 성당에 방문했다. 우즈베크를 여행하면서 모스크만 주로 보다가 러시아 정교 회당을 만나니 낯설고도 반가운 마음이 든다. 사진 = 김현주

참혹한 더위

트램과 택시를 바꿔 타고 도시 북쪽 외곽 TV타워를 찾아 간다. 입장을 위한 보안 검색이 매우 까다롭다. 그만큼 중요한 국가 시설이라는 뜻이다. 1985년 완성된 방송 타워는 375m 높이로, 16층 높이(100m)에 전망대가 있어서 시민들과 방문자들이 즐겨 찾는다. 타워 입구에는 세계 각국 방송탑 모형이 전시됐는데, 서울 남산 TV타워도 한 자리 차지했다.

전망대에서는 완전히 평평한 사막에 세운 푸른 도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북쪽 멀지 않은 곳은 카자흐스탄 국경이다. 타워를 나오니 오후 4시, 한낮의 더위가 살인적이다. 차가 지나갈 때마다 아스팔트 녹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 기온은 42도라고 한다. 사막 여행 일주일 끝에 기어코 더위를 먹었는지 식욕이 떨어지고 소화도 잘 안 되는 것 같다. 참혹한 더위다.

열차는 역사의 말없는 증언자

마지막 기운을 내 타슈켄트 역 건너편 철도박물관에 들른다. 중앙아시아 및 구소련의 기관차, 객차, 화차, 협궤 열차 등이 전시된 옥외 박물관이다. 증기기관차 중에는 1914년 소련제도 있다.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지바고 가족이 러시아 혁명의 혼란을 피해 우랄 산맥을 넘어 시베리아로 향하는 열차 장면이 생각난다. 물론 캐나다에서 촬영한 것이기는 하지만…. 연해주 고려인 강제이주, 러시아 혁명, 시베리아와 극동 개척 등 열차와 함께 이뤄진 많은 역사가 생각난다. 열차는 교통수단을 넘어 역사의 증언자다. 역사의 굴곡에서 피어난 수많은 사연과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모두 목격한 열차는 이제 퇴역해 이곳에서 영원한 휴식에 빠져 있다.

▲우즈베크 슈퍼마켓에서 한국 라면과 스낵을 마주했다. 러시아와 구소련 연방 어디를 가도 한국 상품들이 있다. 사진 = 김현주

까다로운 입출국 절차

호텔로 돌아와 짐을 챙겨 공항으로 향한다. 세관 검사와 이민국 여권 검사로 이어지는 출국 검사가 까다롭다. 특히 외환 관리는 매우 철저하다. 지갑을 일일이 검사하진 않지만 소지하고 있는 외환이 우즈베크 입국 시에 신고한 것보다 많으면 안 된다.

쓰다 남은 우즈베크 화폐가 얼마 있어 재환전하려고 했으나, 재환전 자체가 되지 않아 맥주를 사서 마시고 평소답지 않게 기념품까지 샀다. 달러 한 푼이 아쉬운 우즈베크가 달러 유출을 엄격히 통제하는 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엿새 동안 마음 편하게 다녔던 이 나라 곳곳에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는 사회주의의 흔적을 보며, 통제사회라는 엄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의 구소련 ‘~스탄’ 국가들은 대체로 입출국 절차가 까다롭다. 가장 변방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변화가 더딘 것으로 이해한다. 우즈베크 입국을 위한 비자 신청 절차만 봐도 그렇다. 관광 비자라 해도, 한국에서 신청한 후 우즈베크 외무부의 허가가 텔렉스로 한국 소재 우즈베크 대사관에 전송돼야만 비자 발급이 시작되는 복잡한 구조다. 비자 발급비 또한 단순 1주일 관광 비자가 여행사 수수료 포함 15만 원이다.

한때 지구상에서 가장 세계적이었던 실크로드 교차로가 오늘날 가장 폐쇄적인 오지로 낙오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다행히 카자흐스탄은 최근 한국인 여권 소지자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시행하고 있고, 키르기즈스탄은 무비자, 심지어 타지키스탄도 도착 비자를 시행하는 등 빗장을 열기 시작했다.

▲타슈켄트 도시 북쪽 외곽에 있는 TV타워. 중요한 국가 시설인지라 입장 때 보안 검색이 매우 까다롭다. 사진 = 김현주

▲사마르칸트 여행을 끝내고 타슈켄트행 고속열차 아프로시압에 몸을 실었다. 우즈베크 철도의 자랑인 이 열차는 사마르칸트-타슈켄트 300km 구간을 2시간 20분에 주파한다. 사진 = 김현주

동양도 서양도 아닌, 그렇다고 정통 이슬람도 아닌…

뜨거운 사막의 땅을 떠난다. 그래도 이 더위를 이길 수 있게 해준 것은 수없이 만난 우즈베크 사람들의 따뜻하고 친절하고 순수한 마음씨다. 중동 방향으로 가는 항공기를 타면 늘 발아래로 지나치는 곳이지만, 정작 와보니 중앙아시아는 참으로 머나먼 곳이다. 거리는 5000km지만 심리적으로는 북미, 유럽, 혹은 남미보다도 먼 곳에 다녀온 느낌이다.

언제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까? 동양도 아니고 서양도 아닌, 그렇다고 정통 원조 이슬람 세계도 아닌 곳이 바로 중앙아시아다. 한때 실크로드의 상인들과 유목민들로 북적였지만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 버릴 뻔 했던 땅이다.

8일차 (서울 도착)

찬란한 문명의 후예

우즈베크 사람들로 가득한 인천행 항공기 안도 조용하다. 우즈베크 사람들의 조용한 품성과 예의 바름, 그리고 세련됨의 근원이 무엇일지 계속 궁금하다. 시내버스에서 노인에 무조건 자리를 양보하고, 돈을 받을 때는 왼손을 가슴에 얹고 허리를 살짝 구부리며, 보행자에게는 무조건 양보하는 운전자들까지, 선한 눈망울의 사람들을 잊을 수 없다. 외국인인 내게 무조건 미소로 먼저 인사를 해오는 그들의 환한 눈빛을 잊을 수 없다.

▲타슈켄트 역 건너편 철도박물관에 들렀다. 중앙아시아 및 구소련의 기관차, 객차, 화차, 협궤 열차 등이 전시된 옥외 박물관이다. 사진 = 김현주

한때 과학과 기술이 우수하고 학문을 중시했던 찬란한 문명의 후예라는 자긍심 때문일까? 단지 말을 잘 달리고 활을 잘 쏴서 영토를 넓혔던 자들의 후손은 결코 아님을 말해 준다. 이제 역사의 뒤안길을 벗어나서 아시아의 중앙에서 동서남북 각 방향으로 거침없이 뻗어 나가기를 기원한다.

항공기는 오전 8시 25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북풍이 잘 불어줘서 그랬는지, 서쪽으로 갈 때보다 거의 두 시간 적은 5시간 40분 걸렸다. 푸른 서해 바다가 반긴다. 비까지 내려주니 메마른 사막 여행에 지친 몸이 생명수를 공급받는 느낌이다. 바깥은 섭씨 24도로 아직은 후덥지근하지만 익숙한 늦여름 날씨다. 비록 작지만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자리 잡은 반도는 기후와 자연 환경으로 축복받은 땅이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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