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맹녕 골프 칼럼] 원숭이 떼가 출몰하는 말레이시아 랑카위 골프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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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맹녕 골프 칼럼니스트) 필자는 병신년(丙申年) 새해, 원숭이와 인간이 자주 만나는 말레이시아 랑카위(Langkawi) 섬 소재 다타이 베이(The Golf Club Datai Bay) 골프클럽을 다녀왔다.
말레이시아 서북쪽 끝단에 있는 랑카위 섬은 ‘안다만의 진주’라고 불릴 만큼 99개의 아름다운 섬으로 구성돼 있다. 섬 전체의 65%가 열대우림으로 덮여 있어 동물과 조류의 낙원이다. 이 자연생태공원 마칭찬 산 중턱에 다타이 베이 골프클럽이 있다.
1922년 오픈한 다타이 베이 골프클럽은 18홀(파72, 5900m)로 랜드마크 버하드가 설계했다. 다양한 샷을 구사하는 수준 높은 싱글 핸디 캐퍼 만이 자유분방하게 코스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심한 도그렉 홀과 상·하향 홀, 좁은 페어웨이, 개천, 깊은 러프, 4단 그린 등 수많은 장애물이 골퍼 앞에 전개된다.
워낙 경치가 수려하다 보니 공이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찾을 수가 없고 찾으려고도 하지 말아야 한다. 숲이 깊어 각종 독충이나 독식물이 창궐하기 때문이다.
코스 곳곳에는 수령 500년의 오리나무가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고 페어웨이 양편에는 이름 모를 각종 열대나무도 도열해 있다. 마치 영화 타잔의 장면에서 나오는 정글 속에 골프장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원숭이들의 괴성과 밀림 속에서 울려 퍼지는 동물과 새들의 외침은 골퍼들에게 전율을 느끼게 한다.
▲다타이 베이 골프클럽 전경(왼쪽 사진). 골프장 곳곳에 원숭이를 조심하라는 경고성 간판이 있다. 사진 = 김의나
그러나 골프 파라다이스에는 항상 장애물이나 함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곳 천혜의 아름다운 골프장에는 원숭이가 골퍼들에게 스트레스와 위협의 대상이 되고 있다. 주위의 경관에 매료되거나 골프에 정신이 빠져 카트에 신경 쓰지 않으면 금방 원숭이 떼의 습격을 받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원숭이 떼가 하도 극성을 부려 골프장 측은 여러 곳에 주의 간판을 붙여놓고 있다. 원숭이들은 음식은 물론 선글라스와 휴대전화, 여성의 핸드백까지 몽땅 들고 숲 속으로 사라진다.
한 번은 원숭이가 여권이든 손가방을 들고 숲 속으로 줄행랑을 치는 바람에 전 직원을 동원해 수색했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골프장 측은 아예 귀중품을 코스에 들고 가지 말라고 조언을 한다.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원숭이 발정기 때에는 골퍼들을 공격할 수도 있으니 불필요하게 원숭이를 자극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원숭이가 골퍼의 해방 꾼이 된다는 사실을 이 골프장에서 실감하고 돌아왔다.
(정리 = 박현준 기자)
김맹녕 골프 칼럼니스트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