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사람들 - 남대문서 명동파출소 전재용 경사] ‘SNS 치안 인프라’로 환전사기 신속검거
▲남대문서 명동파출소 관리반장 전재용 경사. 사진 = 안창현 기자
명동파출소 순찰3팀이 주간 근무를 하고 있을 때였다. 한 환전소에서 파출소로 사건 제보가 들어왔다. 당시 환전상이 제보한 사건 내용은 이랬다.
남자 2명이 환전소에 나타나 달러를 원화로 바꿔달라고 한다. 환전상으로부터 원화를 받은 다음에는 자신이 준 달러 지폐의 개수가 맞는지 다시 세어봐야겠다고 요구한다. 그리곤 달러를 돌려받아 세는 척하면서 고액권의 원래 지폐 대신 저액권을 중간 중간 끼워 넣는다.
전형적인 밑장빼기 수법이었다. 환전상은 이 수법으로 남자 2명이 1000만 원 상당의 금액을 속여 달아났다고 했다. 전재용 경사는 제보를 받자마자 관내 환전상들에게 SNS 연락망을 통해 범죄 발생 일시, 장소, 피해 내용, 범행 방법, 용의자 인상착의, 신고 요령 등을 신속히 전파해 주의를 당부했다.
“사건이 발생하면 조속하게 범인을 검거하고 또 다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과 상인들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경찰 인력만으로 사건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그래서 평소 SNS와 메신저를 통해 상인들과 신속한 연락망을 구축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이번에 제보를 받았을 때도 이 연락망을 통해 다른 상인들에게 사건을 알릴 수 있었다.”
전 경사는 명동 관내의 환전상들을 일일이 만나 다시 한 번 내용을 숙지시키고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확인하고 또 점검했다. 명동 지역과 함께 환전소들이 밀집한 동대문 상가 일대에도 같은 내용이 전달됐다.
전 경사는 “명동의 환전상들이 파출소로부터 전달받은 용의자의 범행 사실과 인상착의 등을 평소 잘 알고 지내는 동대문 상인들에게도 전파하며 조심하라고 알려줬다. 동대문 지역은 중부경찰서 을지로지구대 담당이었다. 명동파출소와 을지로지구대끼리도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협력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사건 용의자들이 동대문 환전소에 나타났다. 명동의 환전상이 알려준 용의자들과 인상착의가 똑같은 남자 2명이 달러를 원화로 바꿔달라며 동대문의 한 환전소에 나타난 것이다. 수법도 똑같았다.
▲SNS 연락망을 통해 관내 환전소 상인들에게 범죄 발생 사실이나 용의자 인상착의 등을 신속히 알릴 수 있었다. 사진 = 서울남대문경찰서
이에 동대문 환전상은 바로 명동 환전상에게 연락했고, 명동 환전상은 다시 명동파출소로 신고했다. 전 경사는 “파출소에서 연락을 받고 즉시 동대문 관할 을지로지구대로 공조 요청을 보냈다. 밑장빼기 용의자 2명은 그렇게 현장에서 바로 을지로지구대 경찰관들에게 검거됐다”며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는데 다행이라고 했다.
“민·경 협력의 치안 성과 입증해 뿌듯”
범행 발생 3일 만에 용의자가 검거될 수 있었던 것은 명동파출소가 평소 지역 상인들과 유지했던 연락망 덕분이었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동대문 환전상과 명동 환전상, 그리고 을지로지구대까지 상호 협력해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다.
명동파출소는 도심 혼잡 지역의 치안 활동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일찍이 다양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미아 방지를 위한 ‘헬프콜 수호천사’나 협력 단체와의 치안 정보 공유 등의 활동은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전 경사는 “처음에 파출소가 지역 주민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일일이 순찰을 돌고, 직접 상인들을 방문해 활동을 알리는 것도 필요했다. 이번 사건이 민과 경이 함께 협력해 치안 활동을 하는 것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필요한 일인지 입증하는 좋은 사례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했다.
‘경찰의 날’이었던 지난 10월 21일, 전 경사는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 아들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마냥 어린 줄로만 알았던 둘째 아이는 편지에서 “범인을 잡거가 불량배들을 멋지게 처치하는 무서운 사람으로만 경찰을 생각했는데, 아빠를 보니 경찰은 정말 다재다능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단다.
전 경사는 “아들이 말한 것처럼 경찰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지역 주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번 사건 해결을 통해 그런 점을 더 실감했다. 앞으로도 주민들에게 친밀하게 다가서 함께 하는 경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