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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사람들 - 금천서 박주만 경위] “봉사도 중독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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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68호 안창현 기자⁄ 2016.02.04 08:54:31

▲금천서 백산지구대의 박주만 경위. 사진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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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안창현 기자) 서울 여의도 KBS 홀에서 지난 연말 ‘대한민국 나눔 국민 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4회를 맞는 이 시상식은 평소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한 사람들을 위한 행사다. 감사의 표시로 시상도 하고, 나눔 문화를 널리 알린다는 취지로 열린다. 여기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수상한 경찰관이 있다. 바로 금천경찰서 백산지구대 박주만 경위(55)다.

박 경위는 “표창이야 어쩔 수 없이 받았지만 전혀 내세울 일은 아니”라며 인터뷰를 불편해했다. 시상식도 동료들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다녀왔다고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나눔 국민 대상’은 공중파를 통해 전 국민을 상대로 시상식이 생중계됐다. 본인이야 알리고 싶지 않았겠지만, 자연히 다들 알게 됐다. “봉사도 중독 같다”는 박 경위를 만났다.

“과분하게 상까지 받았다. 막상 시상식에 가보니 나보다 나이 많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본인 건강도 좋지 않으면서 다른 이들을 돕고 계셨다. 나는 정말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다.”

박 경위는 ‘2015 대한민국 나눔 국민 대상’ 인적 나눔 부문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 상은 지자체나 관련 단체에서 추천을 받아 각 부문 수상자를 정한다. 올해 수상자 중 경찰관은 박 경위가 유일했다. 경찰 대표로 자신이 받는다는 생각을 했다고 그는 겸손해했다.

박 경위는 2000년부터 지금까지 16년 동안 시간이 날 때면 어김없이 요양원이나 장애인 시설을 다니며 봉사 활동을 해왔다. “요양원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목욕 봉사’를 주로 했다. 어르신들 몸을 깨끗이 씻겨드리고 따뜻한 말동무를 해드리면 그렇게들 좋아하신다. 비록 내 몸이 피곤하고 힘들어도 뿌듯한 마음에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다.”

박 경위는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에 매번 요양 시설을 방문했다. 그는 또 거기서 어르신들을 볼 때면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가 생각난다고도 했다.

“1989년 8월에 경찰이 됐다. 경찰 초년병 시절, 이제 막 경찰 생활에 적응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나는 결혼하기도 전이어서, 어머니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그리움이 더 컸다. 아버지도 많이 힘들어하셨고, 93년에 아버지도 돌아가셨다.”

요양 시설에서 노인들 모시고 열심히 봉사 활동하는 일은 자신의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는 일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찰 일을 하면서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경찰 신입 시절에는 더욱 그랬다.

박 경위는 “경찰 생활하면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고, 또 부모님 생각도 나고 해서 봉사 활동을 틈틈이 했다. 그런데 당시에는 파출소와 지구대 근무로 마음껏 시간을 낼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가 지금처럼 비교적 자유롭게 퇴근 이후 시간이나 주말을 이용해 요양원과 쉼터, 장애인 시설을 찾아다닐 수 있게 된 것은 2000년 이후였다. 어느 정도 ‘경찰 밥’을 먹고 근무지도 금천경찰서 본서로 옮긴 뒤였다.

▲박 경위가 요양시설에서 즐겁게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 서울금천경찰서

박 경위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봉사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봉사 단체에 가입해 전국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아내가 봉사도 중독인 것 같다고 하더라. 적지 않은 나이니까 당신 몸부터 챙기라는 핀잔도 들었다. 그런데 정말 중독 같다”며 웃었다. 그는 “어떤 때는 ‘봉사하는 일이 나를 위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렇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주 토요일에도 박 경위는 두 아들과 함께 근처 노인복지시설에서 어르신들 식사 수발을 들고 말동무를 해드렸다.

“가끔씩 어르신들이 우실 때가 있다. 고맙다시면서 우는 거다. 자기 아들이 생각난다고 하시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도 울컥한다. 나 역시 아버지, 어머니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부모님 뵌다는 생각으로 요양원에서 봉사하고 있다.”

봉사 활동에 치중한 나머지 정작 경찰 일은 소홀하기 쉽지 않았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봉사 일에는 조심스레 입을 열던 그도, 금천경찰서 수사과에 있으면서 낸 실적은 스스럼없이 자랑했다. “2006년 수사과 경제팀에서 근무했는데, 당시 우리 팀이 하반기 실적에서 전국 1등을 했다. 바로 이듬해 지금의 경위로 진급했다.”

어쩌다 보니 사회복지사 자격증까지

이번 장관 표창을 받기 전부터 이미 박 경위 주변 사람들은 그가 참 열심히도 봉사 활동을 다닌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지난해 5월 중국 상해에서 열린 한 국제행사에서 봉사 부문 대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제2회 아시아-태평양 스티비 어워드(Asia-Pacific Stevie Awards)’라는 행사였다.

우연히 박 경위의 선행을 알게 된 지인이 추천을 했고, 봉사 부문에 선정돼 최종 대상까지 수상했다. 그 덕분에 난생 처음으로 중국 여행까지 했다. 한국 경찰관으로 국제행사에서 봉사상을 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라고 했다.

박 경위는 최근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땄다. 장애인 시설에 다니면서 사회복지사들이 너무 힘들게 일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장애인뿐 아니라 복지사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조금씩 공부했던 것이 자격증으로까지 이어졌다.

“봉사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뿐 아니라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도 참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꼭 요양원이나 쉼터에 직접 방문해 봉사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곁에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있다는 사실과 이들에 대한 관심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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