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맹녕 골프 칼럼] 봄의 왈츠가 펼쳐지는 골프장에서 인생을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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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맹녕 골프 칼럼니스트) 골프장의 봄은 아름답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코스의 아름다운 풍경은 생의 희열을 느끼게 할 뿐더러 겨울의 무거운 외투에서 해방되는 자유의 기쁨을 준다. 눈앞에 펼쳐지는 봄의 풍경이 우리를 오랜만에 기쁨으로 가득한 소년-소녀처럼 만들어 놓는다.
봄 골프의 진수는 일상생활을 잠시 잊고 새롭게 펼쳐지는 자연의 파노라마를 관조하는 데 있다. 나는 골프 코스의 그늘집 앞마당 돌 위에 걸터앉아 푸른 하늘의 눈부신 태양과 둥둥 떠다니는 구름과 산등성이를 넘어오는 남풍 그리고 화사한 벚꽃을 비롯한 진달래에 도취해 나 자신을 잊어버렸다. 무슨 말이 있을 수 있으며, 무슨 상념이 필요하리오. 그저 바라보고 그저 느끼고 그저 즐거워할 뿐이다.
봄 골프 코스의 풍경은 모든 골퍼를 시인으로 또는 철학자로 만든다. 존재하는 것이 기쁨이요, 생이 곧 법열이요, 여기 서 있는 것 자체가 해탈이어서 모든 골퍼를 선남선녀로 만든다. 소나무 숲과 참나무에도 봄이 찾아와 녹색의 푸름을 자랑하고 그 사이로 딱따구리가 집을 만드는 우람찬 나무 쪼는 소리가 봄의 열정을 더욱 느끼게 한다.
까투리를 부르는 장끼의 외침은 골퍼를 가끔 놀라게 하고 미루나무 위에서 울어대는 산비둘기의 구성진 소리는 OB 난 골퍼를 더욱 슬프게 만든다. 하늘 위를 나는 종달새는 마치 교향곡을 들으며 걷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봄의 필드에 나온 골퍼들의 마음은 온화해 보이고 행복과 희열, 밝은 희망으로 얼굴에는 생기가 돈다.
▲화사한 봄꽃 속을 누비며 라운드하는 것은 신의 축복이다. 사진 = 김의나
미국 속담에 ‘하루만 행복해지려면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깎아라. 1주일만 행복해지고 싶다면 결혼을 해라. 1개월 정도라면 말을 사고, 1년이라면 새집을 지어라. 그러나 평생토록 행복해지려면 골프를 쳐라’는 말이 있다. 골프는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특히 긴 겨울 동안 클럽을 잡지 못하고 동면에 빠진 골퍼에게는 봄의 골프 나들이는 생의 기쁨을 느끼게 한다.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는 이 화사한 봄도 앞으로 3주 만 지나면 초여름으로 변해버려 향락의 놀이터가 사라져 버린다고 생각하니 왠지 서운하고 쓸쓸하다. 작년 봄의 정기를 받으며 함께 라운드를 즐겼던 골프 친구가 올봄에 더는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봄과 더불어 인생과 골프도 함께 흘러간다.
(정리 = 박현준 기자)
김맹녕 골프 칼럼니스트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