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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홍대앞 관광특구 지정] 문화예술인들 "더 망치려드나" vs 마포구 "입장 충분히 반영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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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8호 김연수⁄ 2016.11.08 10:31:35

▲홍대앞 관광특구 지정 반대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뮤지션 '야마가타 트윅스터'(가운데)와 '홍우주' 조합원들.(사진=김연수)


10월 20일 ‘홍대 주차장 골목’으로 널리 알려진 길의 끝, 수많은 뮤지션들의 공연이 이뤄지는 롤링홀의 어귀부터 ‘걷고 싶은 거리’를 지나 홍대앞 경의선역 근처 광장까지 작은 시위 행렬이 이어졌다. 뮤지션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앰프와 컴퓨터를 밀대로 끌며 행렬을 이끌었다.
“문화-예술 죽이고, 동네 상권 죽이고, 예술가들 몰아내고, 임대료만 올리는 홍대 관광 특구, 홍대 관광 특구, 특급 펀치를 날리자”
일렉트로닉 음악 특유의 반복되는 선율에 스며든 가사는 시위 행렬의 퍼포먼스가 끝난 후에도 후크송처럼 귀에서 떠나지 않고 맴돌았다.

홍대앞 관광특구 지정?

이 퍼포먼스는 이날 낮 홍대 롤링홀에서 열린 토론회가 끝난 직후 벌어졌다. 예술가들이 주체가 돼 모인 '홍대관광특구대책회의’ 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홍대앞 관광특구 지정 반대’가 주제였다.

각 정당(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이날 극작가 정진세의 기조발제를 시작으로 퇴색해가는 홍대앞 문화를 걱정하는 문화-예술 종사자들의 절절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발제를 담당한 정진세는 올해 3월 마포구청이 발표한 ‘홍대 관광 특구 지정 계획안’을 소개하며 각 항목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그는 홍대앞 문화 네트워크를 연구하며, 예술가 한쪽만을 대변하는 입장이 아니라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입장들을 연구했다. 그는 부동산 업계가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장사를 잘해서 거리를 활성화시키면 그 권리를 대기업이 사가고 건물주가 투자 수익에 맞춰 임대료를 올림으로써 보존하는 것”으로 정의한다는 사실을 전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대안은 상가나 건물을 사는 것”이라고 덧붙인다는 것이다.

▲홍대앞 '주차장 골목'의 풍경.(사진= 위키피디아)


외국 자본의 고층빌딩이 들어서면 문화-예술은 어디로?

마포구청이 제안한 홍대앞 관광특구 지정의 목표는 “문화와 예술, 관광과 쇼핑이 어우러진 마포구 관광 명소 홍대앞 지역을 특구로 지정해, 글로벌 문화 관광 도시 이미지를 재고하고, 관광 환경을 조성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하는 것”이다. 특구는 외국인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 관광 관련 서비스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으로, 구청장이나 시장이 제안하고 관광진흥법에 의해 시장이 승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발제는 마포구의 특구 지정 계획 중 크게 4가지 오류를 지적했다. 그 첫 번째는 지정 특례 항목으로 행정 및 재정적 지원을 통해 국가와 지자체의 관광특구 진흥을 위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활성화 보조금 명목으로 지원이 가능한데, 2014년에는 4억, 2015년에는 4억 5000만 원을 지원했다. 이 지원금은 구청과 서울시가 5:5로 지원하는 것으로서 축제 지원이 40%, 관광 명소화 사업으로 30% 정도가 쓰인 전례가 있다. 그는 "마포구가 그리는 큰 그림에 비하면 매우 작은 금액"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법률에 관한 특례로서 관광진흥법을 완화 적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특급호텔 카지노업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있다. 정진세는 “이것은 외국 자본을 사회성 자본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한편, 판돈을 키워보겠다는 저의를 의심하게 한다. 카지노업과 리조트업 등이 그 쌍두마차라 할 수 있다”고 전한다. 휴게 및 일반음식점의 옥외시설 영업이 가능해지는 것도 그 일환인데, 어차피 약하고 힘없는 노점과 상가들이 쫓겨난 상황에서 그런 법의 완화 적용은 계급의 먹이사슬 형태로 나타날 뿐이라는 지적이었다. 

이 논리는 주택법의 적용과 함께 한다. 관광특구로 지정되면 50채 이상의 공동주택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해제된다. 그리고 그 주요 대상이 외국인 및 외국인 투자기업이다. 이는 곧 고층빌딩을 많이 올리려는 계획으로 해석됨과 동시에 외국 자본의 유입을 장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외국 자본의 무차별적인 침투로 골머리를 앓는 제주도의 경우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이들이 무엇보다 지적하는 것은, 관광진흥법에 의한 지정의 절차로서 홍대 지역의 주민, 관광업 종사자, 소상공인 등 다양한 주체들과 상생을 얘기한다고 했는데, 지난 4, 5월 열린 간담회에 초대받은 영세상인과 문화예술인들이 내놓은 목소리는 거의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론의 장이 지속적으로 마련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관광특구로 예정된 지역 안의 상인회만 지정 초대해 간담회가 이뤄졌다는 고발이 이어졌다. 행사 참석 예술인, 애호가들은 "마포구가 지속적으로 문화-예술인을 배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롤링홀에서 열린 '홍대앞 관광특구 토론회' 모습.(사진=오창훈)


영혼 없는 관용 행사

이 밖에도 마포구청 홈페이지에 관광특구 의견을 수렴한다는 공지가 잠시 뜨긴 했지만 짧은 시간 동안 요식 행위처럼 등장했을 뿐 금세 없어졌다. 관광특구의 구체적 계획 역시 외국인 관광 편의를 위한 시설 계획, 축제를 위한 홍보 계획, 제도 개선 계획, 관광버스 연결 방안 등 홍대앞 문화와는 전혀 상관없는 보여주기식 관용 축제와 단체관람만을 늘리기 위한 계획이라는 점 역시 지적됐다.

더불어 홍대앞 문화-예술의 젠트리피케이션을 해결하겠다는 세부 사업 항목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SH공사가 시행하는 임대주택을 활용하고, 구청 소유 시설물에 대한 이용을 촉진시켜, 문화 예술 공간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은, 당연히 마포구에서 지속적으로 해왔어야 하는 일이고, 굳이 관광특구와 연계시킬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들은 마포구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 강화로 젠트리피케이션이 해소된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될뿐더러, 마포구가 결론적으로 꿈꾸는 랜드마크 형성(이들은 양화로 양쪽으로 거대한 고층빌딩들이 늘어서 있고, 그 뒤로 쇼핑타운들이 형성되는 것을 예상했다)은 결국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가속화하고, 홍대앞 문화의 상업화만 더해질 뿐이라고 주장했다.

발제자 정진세는 이미 관광특구로 지정돼 이런 상업화 과정을 거친 쇼핑타운 명동이나 강남을 문화예술 거리라 부를 수 있는지 되물었다. 더불어 마포구의 공공정책이 주도권을 갖지 못하는 피해의식의 발현이 아닌지도 의심했다. 반대로 강남에 세워져 크게 조롱거리가 됐던 ‘싸이의 말춤 동상’ 역시 문화적 열등감이 표출된 피해의식의 발현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더불어 홍대앞 관광특구 지정 계획은 거품이 빠진 부동산들의 최후의 발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그는 밝혔다.

▲홍대앞 '걷고싶은 거리'에 설치된 젠트리피케이션 주제의 홍익대학생들의 '거리미술전' 작품.(사진=김연수)


다양한 주체가 경합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먼저

발제자가 인용한 도시사회학자 샤론 주킨(Sharon Zukin)은 그의 저서 ‘로프트 생활(Loft Living)’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공간에 대해 ‘장소적 미학성’의 개념이 작동한다고 했다. “좁은 골목길이나 낮은 주택들이 들어선 도시 조직은 예술적 영감을 더 불러일으키고 예술가가 이런 곳을 도회적 진정성이 물씬 풍기는 공간으로 느꼈기 때문에 발달이 된다”는 것이다. 평론가 차우진 역시 “홍대앞은 평편하고(고층 건물들이 많지 않은) 쉽게 구획되지 않는 공간의 특성 때문에 점점 더 (문화 및 분위기가) 확장된다”고 했다. 이미 문화적 분위기가 많이 퇴보했을지라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는 그나마 가지고 있는 보행권과 낮은 건물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발제를 마무리 하며, “막연히 홍대앞 문화를 우리 예술인들이 일궈냈으니까 우리가 다시 갖겠다거나 주도권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다양한 주체들이 토론을 하고 대화를 통해 경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높은 문화자본과 낮은 경제자본을 가진 예술가와 문화인의 입장이, 높은 경제자본과 낮은 문화자본을 가진 사업가에 의해 전복되는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분법적 개념을 떠나 충분한 공론을 장을 마련해야 하는 게 마포구가 택해야 할 입장이다. 계획을 보며 들었던 부끄러움은 도대체 누구의 몫인가? 마포구가 어떤 기여를 하고 ‘젊음과 문화 예술 낭만의 도시’라는 슬로건을 쓰는가?”라고 물었다. 덧붙여 그는 “공간의 미래를 위해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우리 앞에 주어진 항목들이 무엇이며, 홍대앞의 하늘과 거리를 어떻게 하면 빼앗기지 않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자유토론에서 나온 목소리들

발제 이후에는 참여한 각 정당 관계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신종갑 구의원(더불어민주당)은 “반대 입장이나 찬성 입장을 함부로 밝힐 수는 없다. 하지만 발생이 예상되는 임대료 폭등 문제에 대해 좀 더 많은 고려를 해달라고 마포구청 쪽에 이야기할 것”이라며 “홍대앞에 미술인들과 갤러리들이 많았는데 이제 다 떠나고 술집들밖에 남지 않아 압구정이나 신촌처럼 공동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에 공감한다. 문화 주체들이 있어야 건물 주들도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데 그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 안타깝다, 최악의 상황에 안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행정에서 하는 관광 정책은 거의 하이재킹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관광특구 지정 요건을 봐도 연간 관광객 수 50만 명 이상이 돼야 요건이 되는데, 50만 명이 될 때까지 해당 관계기관이나 관청에서는 별로 노력한 게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관광특구든 문화특구든 간에 행정 관청에서 미리 지정을 해 놓고 시작하는 이런 관행이 21세기에 맞는 것인지도 의심스럽다”며, “관광특구를 지정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이 지역에 맞는 관광 개발은 가능하다. 지역 사회와 충분히 협의해 이곳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관광객들도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동선 정의당 마포지역위원장은 “교육문화 도시라고 하는데 교육하고 문화는 다 사라졌다. 아이들한테는 힘이 없으면 다 밀려난다는 것을 보여주고, 홍대앞 문화를 만들어온 예술인들을 다 물러나게 하고 무슨 문화를 지키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관광특구 백지화를 위해 힘쓰겠다"고 전했다. 

녹색당 서울당의 우승인 활동가는 “문화라는 것이 빠르게 생기는 문화도 있고 역사처럼 느리게 쌓이는 것도 있다. 이렇게 생긴 문화의 특성은 사라지고 나면 재생되기 힘들다는 공통점이 있다. 홍대앞을 보면서 맘이 아팠다”며, “홍대앞 문화 생태계의 특성을 알고 전반적으로 재진단한 뒤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밖에도 자유토론에선 “어느 순간 상인회가 문화예술인들을 대변하는 집단처럼 돼버렸다” “자생적으로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제발 오래 머물 수 있게 그저 놔둘 수는 없는가?” “이번 기회에 하나의 힘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단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문화예술 종사자의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특히, 메탈 음악 전문 레이블과 유통업을 하고 있다는 참여자는 “예전 홍대앞에 오던 관객을 만나면, ‘홍대앞이 너무 지저분해져 더 이상 오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들 한다”며, “사람들이 돈에 눈이 뒤집힌 형상이다. 현재 홍대앞은 ‘전국에서 가장 비싼 쓰레기장’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며, 한탄과 화가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홍대 관광특구 지정 범위가 나타난 지도 이미지.('홍우주' 제공)



마포구청의 입장

현재 사업진행 계획은 특구 지정 계획의 2차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온 상황이다. 11월 8일 최종 결과가 나오면 서울시에 제안될 예정이다. 홍우주 조합을 비롯한 관광특구 반대자들의 연대는 현재 마포구청 쪽에 2차 연구 용역 결과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CNB저널이 마포구청 관광과 관광특구 이팔형 정책팀장에 확인한 결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법률 제 9조에 의거, 의사 결정 과정 또는 내부 정보는 비공개라 보여줄 수 없다”고만 답변했다. 

이것은 관광진흥법에 따라 ‘홍대앞 지역 주민, 관광업 종사자, 소상공인 등 다양한 주체들과 상생을 위해 얘기한다’는 특례 항목과 상충되는 지점이다. 이와 연관해 현재 반대 의견들을 내고 있는 예술인들은 "왜 의견을 내는 자리에 우리 입장은 반영되지 않는지"를 묻고 있다. ‘홍대관광특구대책회의’가 마포구청 측에 요구할 때마다 구청 측은 "공문을 보내라"고 요구했고, 계속되는 요구 끝에 마포구청 측이 "의견을 들을테니 오라"고 하기는 했다. 이에 홍우주 측 역시 "기록을 위해 구청 쪽도 공문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구청 측은 "공문을 줄 수 없다"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팔형 팀장은 "법인처럼 공인된 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서 진행된 간담회 등에 예술인 단체가 배제된 이유에 대한 답변이기도 했다.

또한 "젠트리피케이션과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구체적 계획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김명식 문화진흥과 문화기획팀장은 "10월 28일 일자리경제과와 건물주들이 모여 상생협약을 맺었고, 문화-예술 공간 조성을 위한 20억 예산을 구의회에 신청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상생협약은 임대료를 조금만 올리자는 취지의 협약이며, 20억 예산이 통과돼 공간이 확보되면 창작 레지던시, 복합 문화 전시홀 등의 계획이 있다며,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공간 사용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김 팀장은 “내부적으로도 젠트리피케이션 극복 계획과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마포구의 문화적 기반은 홍대앞이며, 홍대앞 문화를 만든 것이 문화-예술인인 것도 잘 알고 있기에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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