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림동에 위치한 대안공간 산수문화는 김상균 작가의 개인전 '불편한 스펙터클'을 11월 18일~12월 8일 연다.
스펙터클은 새로운 볼거리나 화려한 장관을 지칭할 때 쓰인다. 길거리, 스마트폰, TV 등 일상 속 거의 모든 곳에서 우리 시선을 잡아끄는 모든 것이 바로 스펙터클이다. 그런데 이 스펙터클은 획기적인 광고나 장엄한 영화에서보다 일상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삭막한 아파트 단지 벽면에 그려진 산의 절경을 본 적 있다면, 작가가 말하는 '짝퉁 산'을 곧바로 연상할 수 있다.
"아파트가 산을 품을 수 있는가? 산이 가지는 모양, 돌과 나무, 흙 등 구성요소 등을 이미테이션해 놓는다고 그것이 각 개인에게 산이 될 수 있는가? (중략) 생생한 개인적 경험의 세계와 공통으로 제공되는 스펙터클 세계의 충돌, 이것이 불편한 감정의 이유다." 작가는 이 불편한 충동을 드러내기 위해서 매력적으로 박제된 스펙터클한 풍경을 일상과 가까운 풍경 속으로 끌어들였다. 일상에서 접촉하는 평범한 환경에 스펙터클로 제공되는 풍경 이미지가 끼어들면서 경험과 인식 사이의 충돌이 발생한다.
김상균은 자신의 작가 노트에서 이 스펙터클에 대해 "시각적으로 자극적이지만 바람도 없고 냄새도 없는 그런 풍경이다. 동시에 내 주변의 풍경들을 하찮게 만드는 풍경"이라고 서술했다.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극적인 자연의 스펙터클은 이내 주변의 풍경을 소외시킨다.
영화 세트장의 배경 벽처럼 이미지의 경계가 드러난 산의 골짜기가 바다 한가운데에 서 있다. (‘인공 섬’) 잘 찍힌 풍경 사진처럼 선명한 산 이미지는 화려하고 극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이미지 너머 세상은 그와 비교해 흑백 사진처럼 빛을 잃고 입체감도 덜하다. 네모난 틀로 인해 평면 이미지로 상상할 수 있는 산의 스펙터클은 역설적이게도 뒤편의 입체 세상을 납작하게 만들어버렸다.
‘인공 섬’뿐만 아니라 ‘필로티(건물의 상층을 떠받치는 지층의 독립 기둥)’ 연작에서도 스펙터클의 부조리를 찾아볼 수 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영화에서 발견한 두 가지 다른 풍경을 다른 층으로 쌓아 올렸다. 마른 나뭇가지가 나뒹구는 황량한 겨울 벌판에 키가 큰 나무들이 필로티처럼 서 있고, 그 위로 알프스의 설산 같은 이미지가 대형 광고판처럼 자리했다. 알프스 관광 엽서처럼 이상적인 설산 이미지에 시선을 둔 이후부터 주변의 풍경은 어느새 초라해진다.
매 순간 무차별적으로 접하게 되는 스펙터클 이미지는 우리의 시각과 소유욕을 자극하는 한편, 주변에 있는 진짜 경험의 세계로부터 분리시킨다. 달콤하고 톡 쏘는 콜라가 다른 음식의 맛을 가리듯 어느새 우리의 시각을 점유한 스펙터클 이미지가 작가는 불편하다고 지적한다. 전시는 12월 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