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골프 세상만사] 블루(우울한) 집 나와 골프를 쳤더라면!
(CNB저널 =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장) 과감히 내 친구 흉부터 좀 볼까 한다. 그 친구는 카지노에서 수십 억을 날렸는데, 30여 년 이상 어렵게 번 돈 쉽게 잃는 데는 채 세 달도 안 걸리더라고 했다. 그때 난 말했다. “친구야. 골프를 하라니까! 네겐 껌 값에 지나지 않은 아주 적은 비용으로 엄청 재밌는, 아주 짜릿짜릿한 운동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친구는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빨리 말을 해주지.” 사실 그 친구도 잠시 골프에 입문을 했었다. 그러나 ‘시간과 돈 많이 들고 친구 찾기 힘든 불편한 운동’이라며 이내 때려치워 버렸었다.
대우그룹과 김우중 회장을 기억할 것이다. 그는 잘 나아가던 시절에 자랑삼아 말했었다. “오늘의 대우를 일군 것은 제가 골프도 하지 않고 오직 일밖에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가 100조인가 하는 돈을 부도내고 폭삭, 아주 폭삭 망해 버렸다. 외국에 나가 살고 있는 그가 지금은 골프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그때도 이런 식의 지적을 했다. 내 말에 다른 사람들은 의아해했고. “그 양반, 골프했더라면 대우라는 대기업이 절딴나지 않았을 거야.”
또 한 사람. 정치생명 이미 회생불가, 인생 자체도 아찔 지경에 이른 이가 있다. 이 사람만큼 대를 이어 긴 세월 동안 최고 권좌에서 화려한 삶을 산 사람이 또 있을까. 그러나 지금은 권한정지에 무려 96% 백성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비운의 마마이시다. 맞다. 구중심처에서 ‘혼밥’ 드시며 피눈물 흘리고 계시는 그 분!
궁금하다, 뭘 하고 계실까? 14년 전, 노 아무개 씨도 같은 처지에 이르렀지만 등산을 하고 책을 읽고 있다는 일상을 공개했었다. 그런데 이분, 운동이나 독서 같은 거 그리 즐기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가족도 없는데 얼마나 심심할까? ‘길라임’ 나오는 드라마도 끝난 지 오랜데. 내가 이 분과 통화를 할 수 있다면 난 적극적으로 권할 것이다.
그분과의 가상 통화:
“내 맘대로 안 되는 것도 있고, 남 속이면 큰일난다 가르쳐주는 게 골프예요”
나 “골프 하세요. 골프요!! 특효약입니다. 괴로운 거 잊을 수 있구요. 향후 재밌는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그 “빈 채도 안 잡아 봤고, 내 나이가 있는데….”
나 “누군 뭐, 태어날 때부터 골프채를 손에 쥡니까. 이게요, 걸을 수 있을 때부터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가능해 애나 노인 공히 할 수 있어 좋아요.”
그 “돈이 많이 든다며요?”
나 “에이, 월급 빵빵하시던데. 부족하면 기업체 회장들 불러…. 아니, 죄송!”
그 “나 농담할 기분 아녜요. 그나저나 골프가 왜 좋은 거예요? 하면요, 태반주사보다 더 기운 나고 백옥주사보다 더 예뻐지나요?”
나 “그럼요. 블루하우스의 블루가 뭡니까? 우울하단 뜻도 있잖아요. 넓고 파란 그린 그라스를 밟으면요, 우선 기분이 확~ 산뜻해질 겁니다.”
그 “또요?”
나 “관심 가지시는구나. 이런 저런 사람 4인이 함께 움직이니 여러 이야기도 들을 수 있구요. 나랑은 다른 환경서 살았을 캐디와도 말도 섞고, 새들이랑 청설모와도 함께 룰루랄라 하니 얼마나 재밌겠어요! 근데요, 작은 공을 아주 가까운 구멍에도 못 넣는 수가 있어요. 이때 ‘아, 세상에는 내 맘대로 안 되는 것도 있구나!’라는 심오한 철학도 깨달을 수 있다니까요.”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그분 소속의 그 당도 사실 골프장에서 맺은 3당 합당 덕을 톡톡히 봤다는 말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무튼 골프 하면 큰 돈 잃지 않아, 기업도 잘 지켜, 정치 잘하게 된다는 이유를 통화에서 다 말했다. 골프가 그러지 않던가. 잡념 가게 해줘, 남 배려하는 매너 알게 해줘, 남 속이면 큰일 난다는 거 일깨워주니 이런 스승이 어디 또 있냐구?!
(정리 = 김금영 기자)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장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