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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서울을 바꾸는 예술 포럼] 틈새 지역에서 예술로 생존하는 문화기획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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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5-516호(신년) 윤하나⁄ 2016.12.23 18:20:17

▲양천구 아파트마을 사이로 키 작은 동네 목2동에서 활동하는 '플러스마이너스1도씨'는 '모기동 마을 축제'를 매년 10월 연다. (사진 = 서울문화재단)

 

최근 몇 년간 특히 서울 곳곳에서 문화기획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제는 공연장, 미술관, 극장에서 벗어나 뜻밖의 동네나 장소에서도 다양한 문화 행사를 발견할 수 있다. 이에 서울문화재단은 1221서울을 바꾸는 예술 포럼을 열고 지역으로 침투해 자생적인 문화토양을 만든 문화기획자 12명을 초대했다. 이날 전국 곳곳에서 활동 중인 현직 문화기획자들을 비롯해 미래의 문화기획자를 꿈꾸는 학생들의 뜨거운 참여 열기를 통해 문화기획을 향한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청년, 상업, 마을, 도시공간 총 4개의 세션으로 나눠 진행된 이날 12명의 발표 사례를 간략히 소개한다.

 

▲청년 세션 참가 단체 3팀의 활동 사진. 왼쪽부터 '성북신나', '동네형들', '작은 따옴표'. (사진 = 서울문화재단)

 

청년 앞길 구만리? 구만리라니 차라리 신난다

이생망’. 이번 생은 망했다는 의미로, 요즘 청년세대에서 유행하는 말이다. 비관적이고 자조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청년들은 이에 좌절해 주저앉지 않았다. 정릉에서 활동하는 청년협동조합 성북신나의 오창민 대표는 이날 자신이 발표하는 사례들이 누군가를 괴롭히는 성공사례로 받아들여지지 않길 바란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연히 성북구에 모여든 성북신나는 지난 3년 동안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며, 색다른 성북지도 만들기, 철거를 앞둔 서울의 최고령 아파트인 스카이아파트를 기억하는 굿바이 스카이아파트전 등의 기획을 소개했다

 

수유의 문화예술커뮤니티 동네형들’(대표 박도빈)의 근로계약은 각자 원하는 바를 직접 작성하고 커뮤니티와 협약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근로 계약만료일은 내가 행복하지 않는 날까지라거나 이성과의 만남 시 조기 퇴근 가능규정 등이 바로 그 예시다. 쉽게 버려지는 홍보물을 익숙한 담뱃갑 모양으로 제작하거나, 동네 중국집에서 포럼을 열고 동네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놀이터 예술 활동 등 스스로 먼저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지역에 다가가는 솔직함이 돋보였다.

 

신림에서 2개의 마을 공간을 운영 중인 작은 따옴표(장서영 대표)’는 친환경 페스티벌 프로젝트 아트래쉬(Artrash)’를 기획해 작년 한 해 여러 기관이 수여한 상을 받았다. 아트래쉬는 버스킹 공연에서 기타가방을 놓고 돈을 받는 방식을 차용해 축제 입구에 쓰레기통을 두고 돈 대신 거리의 쓰레기를 입장료로 받는 프로젝트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모든 국가기관 행사에서 시행될 예정이라고 하니 곳곳에서 작은 따옴표의 프로젝트를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나인로드(9Road)'는 이태원 우사단로 인근에서 공간을 운영하며 소셜 다이닝 퇴마사(퇴근 후 마주 보는 사이) 모임을 기획하고 있다. (사진 = 서울문화재단)

 

상업 스토리텔링, 축제기획, 지역자원 동원 등 문화기획 툴 활용한 창업의 예 

서촌 토박이 설재우 지역문화기획가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지역민이 소외되는 마을을 지키고자 자영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설 기획자는 사라질 위기의 동네 오락실을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해 옥인오락실로 복원한 사례를 소개하며, “자신을 만들어 준 오래된 가치를 하찮게 여기지 않고 기여하려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발표를 마쳤다.

 

청년장사꾼이란 회사를 운영하며 용산의 열정도야시장을 기획한 김연석 공동대표는 문화와 상업을 활용한 지역 생존법에 대해 발표했다. 문화기획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영리사업에서 동네문화를 활용한 자신의 사례를 소개했다. 상권이 없던 동네에 축제를 벌이거나 마을 모임을 만들고 시장을 여는 등 문화 콘텐츠를 끌어들이며 상업행위를 벌여 지역이 활성화된 결과를 통해 문화적 가치를 경제적으로 풀어내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황윤호 나인로드(9Road) 공동대표는 이태원에서 공간을 운영하며 직장인모임 퇴마사와 소셜 다이닝 등을 기획했다. 퇴근 후 마주보는 사이라는 뜻의 퇴마사 모임은 퇴근 후 운동회, 김장, 소풍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3년차로 접어든 나인로드는 안정적인 공간 운영을 위해 이태원 특성을 살려 초기부터 게스트하우스를 겸하고 있다. “공간이든 사람이든 시간이 쌓여야 역사가 되고 그게 곧 특징이 된다는 선배 경험자의 조언을 인용하며 발표를 마쳤다.

 

▲은평구 '예술수색단'은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수색역 인근의 마을 투어를 진행한다. (사진 = 서울문화재단)

 

마을 마을예술은 예술가 동원보다 직접 삶의 문제에 다가가야 

신현실 공연예술단체 '아트브릿지' 대표는 창신동에서 다양한 예술교육사업과 공연 제작을 하고 있다. 1년에 수백편의 연극이 올라오는 대학로의 옆 동네지만 주민들의 여가생활엔 문화가 없었다고 한다. 특히 지역 아동센터가 많은 이곳에 마을예술창작소 '뭐든지예술학교'를 운영하며 공연을 통해 마을예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창신동에 적을 뒀던 박수근 화백의 이야기를 공연으로 올리기도 했다.

 

양천구 목2동 아파트를 사이에 둔 부동산 골목이 어느새 예술 공방이 모인 색다른 동네로 변모했다. '플러스마이너스1도씨'의 김지영 대표는 각종 지원공모 사업에서 자유롭고자 이곳에서 카페 공간 '모기동문화발전소'를 운영하며 목2동 주민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작은 골목 축제를 열거나, 마을 목욕탕을 빌려 '씨티게임프로트' 전시를 진행하는 등 지난 6년 간 지역의 잠재성에 주목해 활동해오며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은평구의 '예술수색단' 정현식 대표는 20년 가까이 재개발 중인 수색동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장기간 지연된 재개발로 비어있던 시장 점포에 전시를 여는 임대중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지역 내 다양한 기획을 진행했다. 정 대표는 전시 말미에 한 지역주민으로부터 감 4개와 5만 원을 받았는데, 마치 오만가지 감사를 받은 기분이었다고 소회하며, 예술이 마을을 대상화하거나 마을이 예술을 대상화하는 것 모두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옥상낙원 DRP'는 부동산, 권력, 노동, 경쟁의 집합체인 동대문에서 파라다이스의 조건을 고민한다. (사진 = 서울문화재단)

 

도시공간 아무것도 아닌 공간을 장소로 만드는 힘, 문화 

홍성재 '공공공간' 대표는 저성장 시대에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의 가치를 강조한다. 창신동의 의류원단 쓰레기로 방석을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원단 낭비를 줄이기 위해 패턴을 짜맞춰 디자인한 셔츠와 앞치마를 판매한다. 이뿐만 아니라 기회비용의 가치에 주목한 주문생산 플랫폼을 기획해 대기업과 협력하기도 했다.

 

앞구르기를 하며 무대 가운데로 등장한 동대문 '옥상낙원 DRP'의 김현승 공동대표는 즐기는 것이야말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란 걸 증명했다. 24시간 살아 움직이는 동대문 시장의 버려진 옥상 공간을 임대해 사람이 모여 쉬고 놀 수 있는 낙원을 만들었다. 어렵게만 들리는 생존을 위해 무거운 가치를 내거는 것보다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자발적으로 즐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1967년 지어진 동네 목욕탕 행화탕을 축제가 열리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아현 '축제행성'의 서상혁 대표가 이날 마지막으로 발표했다. 재개발로 사라지기 전까지만 운영되는 시한부 공간이지만, 서 대표는 인간의 삶처럼 유한하기 때문에 지금의 행위가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50년간 행화탕을 이용해온 동네 주민들은 이곳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 즐거운 추억으로 작별할 수 있게 됐다.


▲행화탕의 축제 사진. 골조를 그대로 드러낸 천장과 타일이 이곳이 오래된 목욕탕이었음을 말해준다. (사진 = 서울문화재단)

▲12월 21일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열린 '서울을 바꾸는 예술 포럼'의 현장. 지역 문화기획자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려는 참석자들의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사진 =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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