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 근무하는 디자이너 출신의 저자 박현택이 시공을 초월해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는 대상들을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바라본 책이다. 2013년 출간됐던 이 책은 기존 내용을 충실히 유지하면서 글자와 도판들을 더 효과적으로 배치한 개정판이다.
저자 박현택은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디자인이 시각적 수식에만 머물고 있는 현실에 회의를 느끼고, 디자인에 대해 돌아보며 ‘꾸밈의 기술’이 아니라 ‘삶의 태도’로서 디자인을 생각했다. 이 책 역시 그런 관점으로부터 비롯된다.
저자는 박물관의 오래된 물건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딱히 오래된 것만이 가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 새로운 것이 많이 등장하는 세상이니 오래된 것이나 지속적인 것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려 한다. 그리고 그러한 대상을 통해 좋은 디자인을 좇기에 앞서 좋은 삶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고 밝힌다.
‘오래된 디자인’은 박물관 전시장에 있는 ‘주먹도끼’ ‘요강’ ‘청자병’ ‘세한도’ 등에서부터 우리 선배들의 일상품인 ‘등잔’ ‘절구’ 등까지 다양한 사물들을 살핀다. 그리고 예술이 위대하다 해도 결코 삶에 앞설 수 없다는 자세로, 단순히 보기만 좋은 외양을 찬양하기보다는 물건에 담긴 삶의 진실을 들춰낸다. 이를 통해 전문적인 디자인 지식이나 기술적 세련이 아닌 치열한 삶의 태도와 사람들의 신실한 생각들이 결국 품격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임을 주장한다.
박현택 지음 / 1만 5000원 / 안그라픽스 펴냄 / 312쪽
김연수 breezeme@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