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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더 스크랩’ & ‘퍼폼2016’] 사진-퍼포먼스 작가들의 대안적 예술시장

새로운 시장 플랫폼 실험하며 활로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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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7호 윤하나⁄ 2017.01.06 18:07:48

▲'더 스크랩'의 쇼룸(전시장)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문구 '사진을 사는(파는) 경험'은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신선한 의미로 다가왔다. (사진 = 윤하나 기자)

  

현대미술의 흐름은 다양한 장르 유입과 혼용의 권장이라고 하지만, 한국의 미술 시장에서는 그다지 이 흐름이 반영되지 않는 모양새다. 여전히 평면 회화 작품의 거래가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다원성을 바탕으로 한 비물질적 매체들은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현실이다. 그중 사진과 퍼포먼스 매체를 중심으로 시장 돌파구를 실험한 행사들이 지난 연말 연이어 열리며 미술계의 주목을 끌었다.

 

▲'더 스크랩'이 열린 건물의 외관. 비어있는 건물을 단기임대했다. (사진 = 윤하나 기자)

 

더 스크랩 - “사진 사는(파는) 경험이 중요한 이유

20161227~29

 

사진은 너무 친숙하기에 오히려 소외받은 매체가 아닐까. 사진 전시를 찾아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막상 예술 작품을 소장한다면서 사진을 떠올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국공립 미술관 소장품 목록에서도 사진 작품의 비율이 현저히 낮다고 하니, 비단 잠재적 컬렉터라고 할 수 있는 관람객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현실 속에 지난 12월말 실험적 형식의 독특한 사진 판매장이 서울 동대문구 성북천변의 한 건물에서 사흘간 열렸다. 더 스크랩은 사진작가 103()의 사진 1020점을 전시하고 판매한 행사다.

 

▲2층과 3층에 걸쳐 3개의 쇼룸(전시장)에 1000여 점의 사진이 전시됐다. 사진은 모두 동일한 크기와 프린트 방식으로 제작돼 작가나 작품의 설명 없이 번호로만 표시돼 소비자에게 선택된다. (사진 = 윤하나 기자)

 

더 스크랩은 3일이란 짧은 시간동안 운영된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우선 1층엔 구매 창구를 마련하고 2-3층에는 쇼룸(show room)이라 불리는 전시장으로 구성해 공간을 분리했다. 전시장에 놓인 1000여 점의 사진 작품들은 작가 이름이나 작품 제목 없이 오로지 번호로만 구분된다초국적 가구기업인 이케아의 대형매장을 연상시키는 쇼룸(전시장)-오더 데스크(구매창구) 형태로, 쇼룸에서 작품을 충분히 감상한 후 주문서에 번호를 기입하면 구매 데스크에서 교환할 수 있는 형태다. 모든 사진 판매 수익금은 103()의 참여 작가에게 균등하게 나눠진다.

 

더 스크랩은 동대문구 창신동에 위치한 신생공간 지금여기를 공동운영 중인 사진작가 김익현과 홍진훤이 기획팀을 꾸렸다. 행사의 마지막 날 더 스크랩을 방문해 기획자 중 한 명인 홍진훤 씨에게서 이 행사 기획 이유를 들어봤다.

 

▲1층 출입문 옆에 자리한 구매 데스크. 원하는 사진 번호를 기입한 주문서를 통해 사진을 구매하면, 드디어 사진 작가의 정보(이름, 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 등)와 작품 제목 등이 적힌 종이와 함께 '스크랩'이라고 적힌 비닐에 포장된다. 소비자가 직접 완성한 사진작품 스크랩북이다. (사진 = 윤하나 기자)

 

그는 사진 산 경험을 해본 사람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생존의 문제도 있지만 우리(작가들)의 사진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수용되고 어떤 방식으로 보이는지 우리도 경험이 없으니 모른다. ‘팔리는 사진을 만들자가 아니라 대중들이 어떤 이미지를 선호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사진이 안 되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안 되는 것인지 검증한 적도 없으니 검증을 시도해보자는 게 계기였다”고 밝혔다.

 

취재차 방문한 마지막 날(1229) 오전부터 이미 전시장 안이 북적일 정도로, 더 스크랩을 찾는 방문객이 많았다. “우리도 이런 실험이 처음이기에 이렇게 성공적일지 몰랐다. 20대 여성층이 가장 참여도가 높았다. 어제는 고등학생들이 단체로 오거나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찾아와 구매하기도 했다. 첫날엔 우리가 주로 홍보한 트위터, 페이스북을 보고 (방문객이) 찾아왔다면, 이후부턴 입소문을 통해 방문객이 찾아왔다.” 더 스크랩 측은 3일간 총 1546명이 방문해 사진 5315장이 판매됐음을 SNS를 통해 공개했다.

 

저널리즘부터 이미지를 만드는 시도까지 사진 스펙트럼의 끝에서 끝까지를 담고 싶었다는 그에게 더 스크랩의 추후 계획을 묻자 앞으로 계속할 생각이 있다. 똑같은 형태가 아니라 어떻게든 발전시켜서 계속 새롭게 해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퍼폼2016'이 열린 탈영역 우주국의 외관. 멀리 2층에 보이는 물고기 조각은 강재원 작가의 설치작품 '라운지'다. (사진 = 윤하나 기자)

 

퍼폼 2016 “기존 공연 페스티벌과 차별점은 다원성

20161229~31

 

1231일, 기자는 우연히 박준범 작가의 노짬뽕!’ 퍼포먼스 공연에 참석했고, 결과적으로 박 작가를 비롯해 처음 보는 30명의 관객과 맛있는 짜장면을 함께 먹고 작가 굿즈인 짜장면-단무지 그릇까지 챙겨왔다. 과연 이게 퍼포먼스일까 묻는다면, 종잡을 수 없이 위트 넘치는 퍼포먼스부터 각 예술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적인 퍼포먼스까지 한 자리에 모은 더 퍼폼을 소개한다.

 

마포에 위치한 탈영역 우정국에서는 퍼포먼스와 참여예술 기반의 젊은 시각예술작가들의 예술시장 퍼폼2016(이하 퍼폼)’이 새해를 앞두고 3일간 열렸다. 1층에 마련된 공연장은 공연이 열리기 직전 개방되고, 그 전까지 관객은 2층에 마련된 독특한 라운지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퍼포먼스 참여 작가들의 굿즈가 전시-판매되는가 하면 따뜻한 음료와 음식을 판매하는 부스도 마련됐다. 여기에 관객과 음식을 함께 만들어 나눠먹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감윤경 작가의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됐다.

     

▲박준범 작가의 퍼포먼스 '노짬뽕!'은 공연 중간에 모든 관객에게 짜장면과 단무지를 배달한다. 작가와 함께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들으며 짜장면을 먹은 뒤, 다 먹은 그릇(이자 작가의 오브제)을 비닐에 담아 챙겨갈 수 있다. (사진 = 윤하나 기자)


퍼폼은 행사기간에 앞서 텀블벅 후원을 통해 일정 수 이상의 관객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공연 및 도록 예매와 참여 작가 굿즈 판매도 진행했다. 퍼폼의 도록은 퍼포먼스 행사라는 취지에 맞춰 그저 보기만 하는 도록이 아니라 행위가 더해질 수 있는 게임카드 형태로 제작됐다. 참여 작가들과 퍼포먼스의 소개, 이미지를 담고 있지만 동시에 카드게임으로도 응용할 수 있다. 퍼폼의 기획자이기도 한 참여 작가 김영수의 오프닝 퍼포먼스 술렁술렁 가위바위보에서 관객과 함께 하는 카드 게임에 활용되기도 했다.

 

각자 기획자, 작가로 활동하는 김미교, 김웅현, 김영수가 퍼폼2016을 기획했다. 퍼포먼스 아트가 전시 오프닝이나 교육 프로그램의 일부로만 여겨지는 현실에서, “퍼포먼스 작가들의 작품을 온전히 보여줄 플랫폼이 없었다고 퍼폼 기획계기를 설명했다.

   

▲2층에 마련된 퍼포먼스 참여 작가들의 굿즈 전시장. (사진 = 윤하나 기자)

 

김미교 기획자는 퍼폼이 추구한 기존의 공연예술 축제와의 차별성에 대해 다양한 기반의 창작자들이 다양한 형태의 퍼포먼스와 오브제를 선보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티켓판매를 넘어 관객이 퍼폼을 무엇으로 경험하게 될지 생각해봤다. 우리가 주안점을 둔 곳은 바로 다원성이다. 다원예술에서 퍼포먼스적 성향을 보이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거래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며, 공연과 전시를 입체적인 구성으로 엮어보려 했다. 1층과 2층의 공간은 공연과 전시로 분리됐지만, 1층 공연을 기다리며 2층에 머물게 되는 관객들은 두 공간을 순환적으로 오가며 거기서 접하는 여러 작품들과 경험 자체를 퍼폼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2015굿-부터 최근까지 곳곳에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한시적인 미술시장에 대한 물음에 관해 김 기획자는 “‘굿-언리미티드 에디션을 비롯해 예술계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예술경영지원센터와 같은 국가기관에서도 이런 실험적-대안적 예술시장들에 관심 갖고 지원하고 있다(‘우리동네 아트페어사업). 이는 예술가의 생존과 연결되는 작품의 판매에 대한 본질적 질문과 다양한 답변을 보여주는 현상들이라며 퍼폼을 기획하며 참여 작가들과 함께 작품의 무엇을 관객이 얻어가게 할 것인지, 이것이 어떤 기준에서 금전적인 가치로 변환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잡아가는 과정이었다고 덧붙였다.


▲퍼폼2016의 프로그램 시간표. (사진 = 퍼폼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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