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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행근 중국부자 칼럼] ‘가난이라는 암’에 걸린 ‘헬차이나’의 빈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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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1호 송행근 (중국 경제문화학자)⁄ 2017.02.06 09:51:24

(CNB저널 = 송행근 (중국 경제문화학자)) 2016년 중국엔 자산 1억 위안(약 170억 원) 이상의 부자가 9만 명에 육박했다. “사회주의를 보려면 유럽으로, 자본주의를 보려면 중국으로”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쏴쏴(빠르게, 刷刷)’하게 증가하는 부자들은 개혁개방의 빛이자 승자이다. 하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가난한 인민들은 개혁개방의 어두운 그림자이다. 그리고 시진핑 정부가 직면한 당면과제이다. 

현재 중국은 상위 1% 가정이 전국 자산의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다. 상위계층 10%와 하위 10%의 소득차는 23배까지 벌어졌다. 소득격차의 심화는 계층의 분화를 넘어 계층의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그리고 계층의 양극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빈부의 세습화로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헬차이나’를 상징하는 신조어들은 무엇이 있을까? 첫째, 핀얼다이(貧二代)다. 핀얼다이는 중국의 가난을 물려받은 젊은 세대를 일컫는다. 중국판 흙수저이다. 충얼다이(窮二代)라고도 한다. 이들의 핵심은 개혁개방 30년 동안 상류층에 오르지 못한 농민과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나온 일용 근로자인 농민공의 2세들이다. 

핀얼다이라는 용어는 2009년에 중국 대학생과 네티즌 사이에서 유행되기 시작했다. 특히 취업을 앞둔 가난한 집안의 대학생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다. 취업할 때 이력서에 ‘가정 경제 상황’이란 항목이 있다. 그들은 빈칸으로 남겨야 했다. 부모의 ‘꽌시’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 핀얼다이를 판정하는 18가지 기준이 화제가 되었다. 예를 들면 “처음에는 운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자각을 한다”, “부자의 첩이 될지라도 가난한 집에 시집가고 싶지 않다”, “부자가 밉고 부패관료를 증오한다”, “아버지의 비교에서 항상 패배한다. 공부를 잘하는 것이 좋은 아버지를 둔 것만 못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개천에서 용 나고, 
중국에선 잉어가 용이 됐었는데…

핀얼다이는 대다수 가난한 인민들의 대명사이다. 나아가 빈부의 세습화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헬차이나의 민낯이다. 중국에는 ‘잉어가 용이 된다’(鯉魚跳龍門)는 속담이 있다. ‘개천에서 용 난다’와 같은 의미이다. 대부분 핀얼다이는 평생 ‘용이 될 수 없다’는 자괴감에 빠져있다. 그의 부모들은 더욱 좌절하고 옛날을 그리워한다. 개혁개방 이전에 인민들은 누구나 평등했고 모두 똑같이 가난했기 때문이다.  

▲중국 광저우의 고층빌딩에 포위당한 빈민촌. 중국 자본주의의 아픈 모습이다. 사진 = 위키피디아

둘째, 농민공(農民工)이다. 농민공은 농촌에 호적을 두고서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해 노동자의 일을 하는 농민을 지칭한다. 개혁개방 이후 세계의 제조공장 역할을 해 온 중국은 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수많은 외국 기업들을 유치했다. 농민공이 생겨나게 된 이유다. 

중국은 값싼 농민공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지금의 세계 2위 경제대국을 만들었다. 그리고 수많은 부자들을 탄생시켰다. 중국에서 부자들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은 베이징, 상하이, 광동 등이다. 하지만 농민공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도 베이징, 상하이, 광동 등이다. 

2015년 기준으로 중국 농민공 수는 2억 7747만 명에 이른다. 그 중에서 호구(주민등록)가 있는 고향 지역을 떠나 타 지역으로 가서 일하는 농민공은 1억 6884만 명이다. 고향 지역의 도시나 읍에서 일하는 농민공은 1억 863만 명이다. 이들의 월 소득은 3천 위안(51만원)에 불과하다. 이들은 화려한 불빛이 이글거리는 도시에 살지만 그곳에 호적이 없다. 고향에는 땅이 없다.   

농민공의 가장 큰 고통은 거주이전의 제한이다. 거주이전의 제한을 받다보니 농촌에 거주하는 자녀들을 도시에 데리고 와서 같이 살기가 쉽지 않다. 아이들의 학교교육에 문제가 생긴다. 의료보험 등 사회보험의 혜택을 받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어쩔 수 없이 아이들과 헤어져 살 수밖에 없다. 고향에는 홀로 남겨진 유수아동(留守兒童), 즉 자식들만 부모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생이별을 감당해야만 하는 슬픈 이산가족이 농민공의 현주소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 때에도 쉽게 고향에 가지 못한다. 돌아갈 돈이 없고, 고향에 다녀오면 몇 달을 숨만 쉬어야 한다. 따라서 하루 빨리 돈 벌어 고향에 있는 자식들을 만나기 위해 대부분 빈민촌에 거주한다. 팥소 없는 찐빵인 만터우와 싸구려 야채 반찬으로 끼니를 때우며 하루를 근근이 버틴다. 

셋째, 이쭈족(蟻族)은 보통 ‘개미족’ 이라고 부른다. 중국의 88만원 세대라고 불린다. 중국에서 1980년대에 태어난 바링허우 가운데 학력은 높지만 취업난으로 인하여 도시에서 빈곤한 삶을 사는 이들을 말한다. 지능은 높지만 힘이 없어 집단으로 모여 사는 모습이 개미와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개미족 중 70%는 농촌 출신, 대도시 출신은 7% 미만이다. 대학을 졸업한 지 5년이 안 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시골에 호적을 둔 채 도회지로 올라와 빈궁한 생활을 하는 농민공은, 명절이 와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해 ‘시골에 남은 아이들’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 = 위키피디아

이쭈족은 농민, 농민공, 해고노동자와 함께 중국의 4대 소외계층으로 꼽힌다. 베이징·상하이·광저우·시안·충칭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약 100만 명에 이른다. 베이징에만 최소 10만 명이 거주한다. 이쭈족은 대부분 보험영업사원·판매원·식당종업원 등의 임시직에 종사한다. 연간소득은 대략 5만 위안(약 853만원)에 못 미친다. 싼 값에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대도시 변두리의 낙후된 지역에 모여 사는데 베이징의 빈민촌인 탕자링(唐家嶺)은 대표적인 개미촌으로 꼽힌다. 대체로 쪽방이라 불리는 작은 방에 2~4명이 함께 거주한다. 한국 돈으로 한 달에 10만원 이내의 생활비로 생활한다. 

돈없어 개미처럼 모여사는 ‘이쭈족’과 
1평도 안 되는 ‘워쥐’가 보여주는 헬차이나  

넷째, 워쥐(蝸居)는 ‘달팽이집’이라고 한다. 사는 집이 ‘달팽이집만큼 작다’는 의미이다. 정말 비좁은 집에 살며 내일을 꿈꾸는 중국 도시 노동자들의 삶을 일컫는다. 2011년 7월 신문망은 난징시 류예루의 한 아파트 내의 달팽이 집 실태를 보도했다. 이 집은 160㎡(약 48평)의 일반 아파트를 나무판자를 이용해 17개 방으로 나눴다. 가장 작은 방은 2~3㎡(1평 미만)다. 가전제품은 17명의 방주인들이 공동으로 사용한다. 폭이 1m도 되지 않는 복도에는 쓰레기와 먼지들이 가득하다. 이곳의 월세는 400위안(6만 8000원)이다. 창문이 있는 방은 500위안(8만 5000원)으로 더 비싸다. 

대부분 인민들은 G2가 된 경제대국 중국을 ‘헬차이나’라고 인식한다. 그 인식은 ‘치옹아이(窮癌)’라는 인터넷 신조어에서 극명하다. 글자대로 해석하면 ‘가난암’이라는 뜻이다. 돈이 없어 자신의 구매욕망을 만족시키려면 반년을 기다려야 하는 현상을 말한다. 중국에 부자들이 빠르게 양산되는 것은 환영할만하다. 하지만 핀얼다이와 농민공 그리고 개미족 등으로 상징되는 대다수 청년들의 가난은 세습화되고 있다. 80년대 이후 태어난 청년층은 4억여 명에 이른다. 태어나면서부터 차별과 기회의 불평등이 세습화되는 시진핑의 중국, 해법은 무엇인가.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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