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골프 세상만사] 골프공과 정자의 홀인원 확률
(CNB저널 =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장) 이런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머리 올리러 가서 홀인원 하는 것. 그러나 세계 골프 500년 역사상 몇 차례밖에 없는 일이어서 해외 토픽감이 되는 것이지, 수시로 생기지는 않는다. 백돌이건, 보기플레이어건, 싱글(로우 핸디캐퍼)이건, PGA 톱 선수이건 모두 꿈꾸는 것이 홀인원이거늘~!
에피소드 1.
한 친구가 생애 첫 라운드 중이다. 샷은 물론이고 우선 룰을 아는 것만도 정신이 없다. 이윽고 파3홀에 이르렀다. 그다지 길지 않았다.
동반친구1 “온그린, 다시 말해 한 번 쳐서 공을 저 짧은 잔디 지역, 또 다시 말해 퍼팅하는 곳 위에 올리면 우리가 널 골프천재라 부르겠다.”
그 초짜 친구의 일발 샷이 그린 위에 안착을 했다. 그것도 핀에 1미터 정도로 가까이 붙자 동반친구2 “우와!! 오케이~ 컨시드이다”고 해줬다.
초짜 “오케이는 잘했다는 칭찬으로 알겠는데, 컨 어쩌구는??” 동반친구2 “퍼팅을 안 해도 들어간 것으로 쳐주겠단 말이다.”초짜 “야호! 저걸 들어간 것으로 해준다니 내가 홀인원을 했네!”
일동 “또잉~”
에피소드 2.
맹구가 태어나서 처음 골프 라운드에 나갔는데, 그만 홀인원을 하고 말았다. 동반자들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자 맹구가 점잖게 말했다. “골프 거 참 쉽구나. 너희들은 한 번 나올 때 홀인원을 몇 번씩 하니?!” 일동 “또잉~”
위 에피소드 1은 실화(實話), 에피소드 2는 실화(失話), 웃자고 만든 이야기. 물론 실력과 관계없이 1회의 홀인원 확률은 대략 5만~10만 분의 1이라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한 골퍼가 한 라운드에 두 번 홀인원을 할 확률은 무려 1억 6200만분의 1로 아주 뚝 떨어지고 만다. 이게 인간이 되는 확률과 비슷해 흥미롭다. 섹스 1회 시 사정하는 정자 수가 1억에서 3억 마리 수준이니, 그 평균과 라운드 당 2회의 홀인원 확률이 거의 일치한다.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대충 재미로 때린 공이 두 번씩이나 홀로 바로 들어가는 일이 종종 나오고, 허튼 정자를 성의 없이 그저 재미로 방사했건만, 그 안에서도 인간이 나오니 세상일은 실력보다 운이 더 작용하는 모양.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식상한 인사 말고
직종-취미 맞춤형 인사로 센스 발휘
올해 2017년은 시작이 얼마 안 돼 아직 집계가 없지만 작년엔 전 세계서 이 진기한 홀인원이 두 번 나왔다. 그런데 두 번 모두 ‘특별한 사연’이 있어 더욱 화제다. 둘 다 골프천국 미국에서 있었던 일인데, 한 사람은 마흔살 백돌이로 홀인원 한 공 2개를 다음 홀서 치다가 물에 퐁당~, 숲속으로 쏙~ 잃어버렸다. 다른 한 사람은 70대 중반 할매 골퍼인데, 두 번 모두 드라이버로 티샷한 것이 홀인원으로 연결됐다.
▲한 골퍼가 골프를 즐기는 모습.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위키피디아
양력 음력 정초이면 주고받는 인사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이다. 뜻이야 좋지만 지극히 추상적이고 막연한 덕담 기원이다. 그 사람에게 맞는 구체적 인사를 해야지 않을까 싶다. 서로 으르렁대는 부부에겐 “올핸 꼭 갈라서시기 바랍니다!”, 북악산 자락 청기와집에 유폐돼 있는 분에게는 “탄핵 기각 되소서!”, 장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잔돈 받지 않고 가는 바보 같은 손님들만 맞길!”, 도박사들에게는 “상대를 엄청 약 올리도록 꼭 한 끗 차이로 이기길!” 등의 케이스별 구체적 제시가 있어야겠다는 말이다.
새해 바뀐 지 좀 지나긴 했지만 그래도 덕담 인사를 드리고 싶다. “1억 6000만분의 1의 정자 경쟁률 뚫고 인간 되셨으니, 다시 1억 6000만분의 1의 확률로 달성할 수 있는 1라운드 2회 홀인원 하소서!!”
(정리 = 김금영 기자)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장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