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정부의 예술창작 지원금을 받을 문화예술가나 단체를 심사하는 심의위원이 추첨으로 선발된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같은 예술계에 대한 정치적 검열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는 올해부터 문예진흥기금 지원 대상을 정하기 위한 분야별 심의위원회를 구성할 때 1천명 가까운 후보군 풀에서 무작위 추첨을 거쳐 심의위원을 선발하는 방식을 도입했다고 14일 밝혔다.
문예위는 지난해 말부터 62개 문화예술단체로부터 공개적으로 추천받은 후보들에 기존 심의위원으로 활동해온 후보들을 합쳐 문학, 시각예술, 연극·뮤지컬, 무용, 음악, 전통예술, 문화복지, 문화일반 등 8개 분야에 총 945명의 심의위원 후보군 풀을 구성했다.
지원 사업별 심의위원회를 구성할 때마다 이 후보군 풀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필요한 심의위원 인원의 5배수로 후보를 뽑은 뒤 예술지원 소위원회 협의를 거쳐 이 중 가능한 사람을 심의위원으로 최종 섭외하는 방식이다.
이전까지는 문예위 내부에서 비공개로 정한 심의위원들을 위촉하는 방식으로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정치적 간섭과 공정성 논란에 쉽게 휘말렸다.
하지만 앞으로는 무작위 추첨 방식을 거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특정 인사를 심의위원에 내정하기가 어렵게 됐다.
문예위 관계자는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문화예술계 의견을 반영해 후보군 풀을 계속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문예위는 또한 지원심의 자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원심의 옴부즈맨' 제도도 새로 도입했다.
지금까지는 지원 심사에서 탈락하면 일방적 통보로 모든 절차가 끝났지만, 앞으로는 심사 결과에 불복할 경우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면 별도의 위원회에서 불공정 여부를 조사해 시정권고를 한다.
문예위는 이 같은 새로운 지원심의 운영방식을 지난달 진행한 올해 첫 문예진흥기금 지원 사업 공모 심의부터 적용했다.
이를 통해 지역대표공연예술제지원, 기간문학단체활동지원, 시각예술창작산실 비평지원, 관현악지속연주지원 등 16개 사업에 대한 지원 신청 3199건 가운데 선정한 745건(총 194억 원)의 지원 대상을 지난주 발표했다.
문예위는 문화예술 창작 지원, 인력 양성 등을 위해 매년 2000억 원 이상의 문예진흥기금을 집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