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유억윤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한국 시간으로 4월 3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랜초미라지 미션힐스 컨트리클럽 다이나쇼어코스(파 72, 6763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지켜내며 노 보기의 버디 4개를 기록하는 깔끔한 4언더파(68타) 최종합계 14언더파(274타)의 성적을 낸 유소연 선수. 미국의 렉시 톰슨(22)과 연장전을 치른 끝에 우승 상금 40만 5000달러의(약 4억 5000만 원) 주인공이 됐다.
올해 초인 2017년 1월 2일 발표된 LPGA 2017년 첫 세계 랭킹에서 5.73포인트로 9위에 이름을 올렸던 유소연은 차근차근 포인트를 쌓아나갔다. 무관이었지만 4개 대회에서 연속적으로 포인트를 쌓으면서 세계랭킹 3위로 도약했고, 그 여세를 몰아 시즌 첫 승을 메이저대회인 ANA인스피레이션 대회에서 거뒀다.
우승 직후 발표된 4월 첫째 주 LPGA에서 평점 8.46을 받아 지난주보다 한 계단 상승한 2위에 랭크됐다. 76주 연속 세계 1위를 지킨 뉴질랜드의 리디아 고(9.47)와의 간격은 1.01의 근소한 차로, 단숨에 세계랭킹 1위를 넘볼 수 있는 위치까지 치고 올라왔다.
유소연 선수가 첫 라운드를 공동 2위로 마치면서 “내 시간이 올 것이라 믿는다”고 자신 있는 어조로 말을 했다. 꾸준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유소연 선수가 2014년 캐나다 오픈 우승을 마지막으로 준우승 6번이 최고의 성적이었다.
하지만 2016년 후반부에 들어오면서 최근 7개 대회에서 준우승을 세 차례 차지하는 등 모든 경기에서 7위 이내의 성적을 냈다. 59개 대회 연속 컷 통과는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나는 것으로 보인다.그동안 꾸준함의 대명사였던 그녀가 드디어 절정의 경기력을 보이기 시작했고, 좋은 성적을 계속 내면서 때를 기다려온 것에 대한 보상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 랭킹 1위를 향한 액셀러레이터
이제 유소연은 미국 프로여자 골프(LPGA) 투어에서 3년 만에 값진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안으면서 세계 랭킹 1위를 향한 액셀러레이터를 밟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유소연의 경기 내용에서 주목되는 것은 그야말로 물이 오른 절정의 아이언 샷 감을 자신있게 구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소연의 그린 적중률 1위(83.89%)가 이것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이 열렸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우승한 유소연이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사진 = 연합뉴스
물론 이번 유소연의 우승에는 행운도 뒤따랐던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4라운드 중반까지도 3타차 단독 선두로 앞서가던 렉시 톰슨이 12번 홀을 마친 후 경기 위원으로부터 전날 3라운드에서 퍼팅 마크를 정확하게 하지 않은 것에 대해 4벌타를 부과했다.
순식간에 리더보드에 톰슨의 순위가 추락했다가 다시 재기의 회생을 해서 연장전까지 가는 드라마를 썼지만, 연장 첫 홀 유소연의 그림 같은 아이언샷에 이어진 버디로 우승컵을 빼앗겼다. 렉시 톰슨에게는 불행한 일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유소연에게는 절정의 샷 감각에 날개가 달리는 멋진 드라마를 쓴 경기로 남았다. LPGA에서 승승장구하는 유소연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을 기대하며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정리 = 김금영 기자)
유억윤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