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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셉트 없는 게 콘셉트” 순수예술 작가 15명이 모여 꾸린 전시

키스갤러리서 5월 10~20일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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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3-534호 김금영⁄ 2017.04.27 15:38:21

▲15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콘셉트 없는 콘셉트'전 포스터.

흔히 전시가 이뤄질 땐 대표 콘셉트가 있다. 그런데 아예 대놓고 “우리는 콘셉트가 없는 게 콘셉트”라고 나선 전시가 있다. 중구난방 흩어져 주제의식이 없다는 비판을 각오한 걸까?


키스갤러리가 ‘콘셉트 없는 콘셉트’전을 5월 10~20일 연다. 이번 전시엔 곽주연, 김보경, 김한울, 류재형, 손태민, 심지예, 양경렬, 오지은, 이채연, 이혜전, 장해미, 정윤영, 주기범, 한미숙, 크리스티나 누녜즈까지 총 15명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 설치, 입체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김한울, '입구에 서서'. 캔버스에 흙, 아크릴 채색, 90.9 x 72.7cm. 2016.

이들은 ‘콘셉트’에 담긴 뜻에 질문을 던진다. 일반적으로 콘셉트는 우리말로 ‘개념’을 뜻하는 단어다. 그런데 예술 분야나 패션, 건축, 방송 등 일상에서 접하는 수많은 영역에서 흔히 쓰일 때는 조금 다른 뉘앙스를 풍긴다는 것. 이때 콘셉트는 ‘단순 개념’을 벗어나 대체로 ‘작품이나 제품, 공연, 행사 등에서 드러내려고 하는 주된 생각’을 지칭하게 된다는 것이 이들의 말이다. 때에 따라서는 어떤 사고방식이나 구상, 기성 개념에 없는 새로운 관점을 뜻하기도 한다. 따라서 콘셉트는 다른 것들과의 차이를 나타내는 말로 쓰이게 된다.


이쯤 되면 콘셉트는 전시의 성격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테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그 콘셉트를 버렸다. 여기엔 ‘우열 없는 자유로움’을 지향하고자 한 작가들의 의도가 담겼다. 자유는 일반적으로 구속이나 속박 없이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제도권 내 정해진 프레임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완전한 자유라는 것이 존재할지는 의문이다.


▲심지예, '제의적 변주곡'. 전례색에 변화, 렌티큘러 필름, 59.5 x 48.3cm. 2015.

그리고 이들은 이 자유라는 의미가 전시 분야로 넘어왔을 때 전시의 콘셉트 또한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틀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좋은 작품이란 어떤 것이고, 열등한 작품은 어떤 것인지 전시를 선보이기 전에도 틀을 만들어버린다는 것. 또한 이미 콘셉트에 맞춰 전시를 볼 준비를 마치고 온 관람객은 자유의지가 아닌, 이미 틀에 갇힌 시각으로 전시를 감상할 수도 있는 위험성도 지적한다.


전시에 참여하는 정윤영 작가는 “미술 작품은 창작자와 관람자의 감도에 따라 주관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우리가 기교와 기술의 우열은 가릴 수 있지만, 예술성까지도 깊은 생각 없이 우열을 가리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콘셉트 없는 콘셉트 전시가 마련됐다”며 “15명의 작가는 모두 독특한 개성과 매력을 지녔다. 특히 창조성이 부각되는 미술 작품에서 다른 것과 구별되는 고유한 특성은 매우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혜전, '나 그리고 너와 너'. 캔버스에 오일, 45 x 53cm. 2016.

이번 전시는 키스 갤러리에 전시 요청을 한 선배 작가 양경렬이 주축이 됐고, 그 외 14명의 작가들은 주제를 파괴한 형식에 매력을 느껴 기획에 동참했다. 참여 작가들의 국적, 출신, 나이, 성별, 학벌, 경력 등 모든 조건은 제각각이다. 20대 신진 작가에서부터 40대 중견 작가까지, 베네수엘라 국적의 작가부터 포항 출신 작가까지 있고, 팔색조 같이 다양한 매력을 가진 이야기들이 뒤죽박죽, 각양각색으로 어우러져 있다. 작가들의 고유한 개성이 묻어있는 독백 같은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버무려진 하나의 작품이 전시장에서 조화를 이룬다.


정윤영 작가는 “대다수의 전시들은 기획 단계에서 보통 주제나 제목 등에 사활을 건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그러한 전시 풍조에 대한 역발상으로 콘셉트를 없애면서 모든 작품을 수평적으로 나열했다. 그것은 관람객이 색안경을 벗은 채 작품 자체만으로 봐주길 바라는 작가들의 적극적인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고정된 것이 없는 유동적인 전시 방식을 통해 우리가 수직적인 작품의 가치 평가 방식에 얼마나 익숙했었는지, 또한 그 평가 방식이 적절했었는가에 대해 다시 한 번쯤 생각해보며 세계관을 좀 더 확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콘셉트라는 것이 지닌 고정성과 프레임 안에서만 이해해야할 것 같은 압박감을 털어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작품을 접했으면 한다. 우리는 선입견 없이 첫 대화를 이어갈 준비를 마쳤다”고 덧붙였다.


▲정윤영, '식물'. 면 바탕에 유화, 수채, 과슈, 비단 꼴라쥬, 53 x 46cm.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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