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아. 사람 이름같지만 ‘송도 현대 아울렛’의 머릿글자를 딴 신조어다. 인천, 경기 지역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송현아에 다녀왔다"는 내용의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송도점 매장의 특징은 야외와 실내의 조화다. 한 건물이 다른 건물을 둘러싸는 ‘계란형 구조’로 돼 있어 햇볕과 그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통풍이 잘 되고 매장 면적이 넓어 쾌적함을 주는 것도 장점이다. 도심의 밀폐된 백화점 공간 같은 답답함은 느끼기 어렵다.
절반 실내, 절반 야외에서 여유있는 식사를
1층을 가로지르는 통로 중앙으로는 노천카페 및 식당이 자리 잡고 있다. ‘가든테라스’라 불리는 이곳은 너른 중앙통로 양옆으로 의자와 테이블이 배열돼 있다. 서양의 노천 카페 같은 형태지만, 파라솔이나 차양막이 필요없이, 2층 건물이 차양 역할을 해 시원한 그림자를 드리워준다. 곳곳에는 화분이 놓여 있어 인공시설 안으로 자연을 끌어당기기 위해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매장 구성도 다양해 커피, 주류, 코스 요리, 디저트 등을 한 거리에 모아 놓았다. 야외인 듯 야외 아닌 공간에서 바깥 공기를 마시면서도 건물이 만들어주는 인공적인 그늘 아래서 느긋하게 식음료를 즐길 수 있게 해 놓았다.
실험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자연 반, 인공 반의 환경을 가장 쾌적하게 여긴다고 한다. 100% 자연은 무섭고, 100% 인공은 삭막하고 답답하기 때문이다. 송현아가 쾌적하면서도 여유있게 느껴지는 이유다.
접근을 차단하는 최고급 명품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적 브랜드를 적절히 배치한 것도 '자연 반, 인공 반'의 발상과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1층 가든테라스 가장자리로는 페라가모, 돌체&가바나, 아르마니 등 최고급 명품 코너가 있다. 일부 매장은 입장 인원을 조절하므로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입장권을 얻을 수 있다. 동시에 나이키, 유니클로 등 대중성 있는 브랜드도 다양하게 입점해 있어 부자도, 서민도 스스럼없이 섞일 수 있다.
자연과 가까운 송도점
유통업계의 화두는 자연이다. 폐쇄된 공간이 아닌 열린 공간, 하늘과 숲을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것이다. 과거 서울 한복판의 백화점 매장, 즉 바깥을 쳐다볼 수 있는 창문도 달지 않은 밀폐 공간에서, 상품으로 가득 찬 공간에서 현기증을 동반한 짜릿함을 느끼던 시대는 지났다. 거의 모든 물건이 부족했던 시대에는 '꽉 찬 물건'이 환상이었지만, 기본적으로 물건이 넘치는 21세기엔 꽉 찬 물건은 스트레스가 되기 쉽다.
송도점 3층에는 지붕이 뚫린 공원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유럽 유명 정원을 모티브로 했다는 ‘하늘정원’이다. 하늘정원은 판매 매장 없이 나무, 풀, 독특한 디자인의 목조 벤치 등만으로 꾸며진 개방형 공간이다. 다른 층들과 달리, 3층을 한 바퀴 돌려면 반드시 하늘정원을 지나게끔 되어 있다. 콘크리트 바닥이 아닌 나무 바닥을 걷고 바깥공기를 쐬면 쇼핑에서 오는 피곤함도 잠시 씻겨나가는 느낌이다.
채광에도 신경썼다. 중앙의 건물 지붕 일부는 유리로 만들어 2층은 물론 1층까지 햇빛이 들어온다. 1층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출입구 역시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야외로 노출시켰다. 또 지하 1층의 유리벽은 땅 위의 채광을 지하로 끌어당긴다.
녹색의 식물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도 곳곳에 흔적을 보인다. 1층 통로는 대부분 벽돌 길이지만 군데군데 잔디를 조성했다. 2층 중앙통로에는 크고 작은 화분을 두었고 지하 1층에는 원예용품과 커피 전문점이 결합한 원예형 카페가 자리 잡았다. 지하 1층 식당가인 프리미엄 마켓과 3층 식당가의 노천 좌석 주변에는 사람 키의 두 배만한 나무 화분이 배치돼 '반 야외, 반 실내'에서 식사하는 맛을 더한다.
"동심이 곧 자연"
어른이 인공이라면, 동심은 자연이런가? 동심을 겨냥한 공간도 눈에 띈다. 가족 단위 쇼핑객의 발걸음을 붙잡으려는 시도다.
1층에는 아이들이 타는 기차 모양의 놀이기구가 보인다. 또 한쪽에는 매 정각마다 30분간 음악과 함께 바닥에서 물이 나오는 ‘음악분수’가 있다. 한 아이는 물을 맞으면서도 얼른 오라는 엄마의 성화를 뿌리친다.
3층에 위치한 ‘플레이그라운드’라는 놀이터 바닥에는 폭신한 우레탄 재질이 깔려 아이들을 보호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회전목마도 준비돼 있다. 아직 크지는 않지만 나무가 심어져 있고, 놀이터 중앙에는 모래놀이를 할 수 있도록 작은 모래사장이 조성돼 있다. 3층의 아동·유아 매장에는 제품 매장뿐 아니라,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인 ‘애플키즈클럽’도 있다.
"쉬었다 가세요"
고객을 위한 휴식 공간도 넉넉한 편이다. 플레이그라운드 한쪽 휴게실에는 테이블과 의자 곳곳마다 전기 콘센트가 마련돼 있다. 유리벽 밖으로 하늘정원의 나무들이 보인다. 애연가를 위한 실내 흡연실이 따로 설치돼 있기도 하다.
뚫린 공간이 오히려 악재로?
반면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곳도 있다. 3층 놀이터 ‘플레이그라운드’ 바로 옆에는 또 따른 고층빌딩 공사가 한창이다. 혹시라도 모를 공사터에서의 추락물을 막겠다는 그물망이 한 겹으로 설치돼 있지만, 놀이터 한 쪽의 극히 일부만을 커버해 불안감은 여전하다. 아이들이 몰리는 회전목마 바로 옆이어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될 만하다.
야외 반, 실내 반이라는 뚫린 공간의 장점은, 미세먼지와 같은 악천후 때는 악재로 작용한다. 미세먼지로 시민들이 야외활동을 자제하면, 통로와 천장을 넓게 뚫어 소통에 신경 쓴 '송현아'의 경우 타격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도 있다. 잘 설계된 공간도, '사회의 공기'가 더러워지면 무의미해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뚜벅이족’도 가능한 아울렛 쇼핑
지하 1층은 식품관 이상의 공간이다. ‘프리미엄마켓’에서는 식료품 쇼핑과 식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통로 곳곳에 자유롭게 앉을 수 있는 좌석과 테이블이 있고, 고객들은 식사를 하거나 잠깐 쉬어간다. 45개의 패션 브랜드와 가전, 가구, 드론 등 18개의 라이프스타일 매장이 곁들여져, 식품관 이상의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자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대형 서점이 들어와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뚝 떨어진 위치에 있어서, 자가용이 없으면 접근이 힘들었던 기존의 아울렛들과는 달리, '송현아'의 장점은 편리한 접근성에도 있다. 인천1호선 테크노파크역과 곧바로 연결돼 있어 수도권 지하철을 이용해 쉽게 방문할 수 있다. 테크노파크역 2번 출구가 바로 송현아 지하 1층 매장으로 연결된다.
온 김에 다른 곳도 가볼까
송도점 주변 명소를 둘러보는 것도 추천할만 하다. 도로 하나를 사이로 송도점과 마주보고 있는 트리플스트리트는 4월 27일에 개장한 복합쇼핑센터다. ‘걷고싶은 거리’를 표방한 쇼핑 공간이다. 개장 한 달간 100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쇼핑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트리플스트리트를 조금 벗어나면 송도 센트럴파크도 걷기 좋은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