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골프만사] 기죽지 않고 끝까지 나만의 샷 찾기
(CNB저널 = 손영미 골프 칼럼니스트) 6월 4일. 롯데 칸타타 제주 오픈 라운드가 주말을 뜨겁게 달궜다. 김지현(26·롯데)이 한국여자골프(KLPGA) 투어 FR 라운드 마지막 18번 홀에서 최종 라운드 5언더파 67타를 쳐서 우승의 쾌거를 이뤄냈다. 역전의 행운은 우승을 문 앞에 둔 김현수의 볼이 해저드로 빠지는 실수에 따른 보기에서 비롯됐다. 김지현은 이를 틈타 1타 차로 올라서며 3년 10개월 만에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김지현은 관중석에서 마지막 승부를 가리는 김예진의 이글 샷 기회를 지켜봤다. 김예진의 이글이 무너지고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김지현은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김지현은 우승 소감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아버지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며 60대의 노장 캐디 아버지의 응원이 우승의 원동력이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같은 시간대 우정힐스에서는 한국 오픈 명승부를 가리는 한국프로골프회(KPGA) 코오롱 한국오픈 선수권 대회가 열렸다. 장이근(24)이 김기환(26·볼빅)을 꺾고 7언더파 동타를 이뤄 연장 승부를 벌인 끝에 합계 7언더파 277타로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더구나 장이근 프로는 우승 상금 3억 원과 함께 부상으로 상위 입상자 두 명에게 주어지는 유럽투어 출전권(잉글랜드 로열 버그데일에서 열리는 디 오픈)까지 받게 됐다. 더 없이 영광스러운 우승 모습이었다.
두 역전의 전사의 활약으로 주말이 더 감동적이었다. 장이근 프로와 김지현 프로의 공통점은 끝까지 자신의 샷을 놓치지 않고 마지막까지 플레이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역전을 노린 김지현 프로와 마찬가지로, 장이근 프로는 허인회 프로가 약 80cm 거리의 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승부를 뒤엎을 역전의 기회를 맞았다. 우승권에서 벗어나 있었던 장이근이 16~18번 홀에서 연속 버디로 추격하는 집념을 보이며 역전의 승부를 이뤄냈다.
자신의 샷 놓치지 않고 집념의 플레이 보여준 김지현·장이근
무더운 햇살 아래 투혼을 보여준 두 선수.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결과로 일궈낸 우승 트로피는 무엇보다 팬들에게 격한 감동을 준다. 전문 교습가가 말하는 수많은 어록 중 샷 스윙의 대가가 주로 강조하는 말이 있다.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다.” 다시금 이 말의 교훈을 생각하게 해주는 두 경기였다.
▲주말을 달콤하게 달궈준 역전의 전사 김지현(왼쪽)과 장이근. 사진 = 연합뉴스
산과 들이 내뿜는 연둣빛이 끝없이 필드로 손짓하는 계절이다. 더구나 골프 비기너들에게 새털 뭉게구름까지 보이는 푸르른 초여름 하늘은 더 없는 축복의 날이다. 그 멋진 날 우리는 매번 필드를 나가면서도 자신의 잘못된 스윙을 사전에 바로잡아 집중된 시간을 할애할 여유를 갖지 못한다. 다만 당일 라운드 중에 딱 한 번 후회하고 만다.
마음 따로 몸 따로 움직이는 자신의 둔감한 몸 때문에 잔뜩 스트레스만 받다가 원포인트 레슨을 받아서라도 스윙을 다져 다시 필드에 나오리라 다짐한다. 그러다가도 일상으로 돌아오면 또 잊어버리고 일과를 보내기 일쑤다. 그렇게 하루하루 또 미루다 결국 필드 일정이 잡힌 당일 다시 한 달 전 라운드 후 내던져 둔 클럽을 그대로 둘러메고 나오기 일쑤다.
우리가 골프를 연마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필드 위에서 나답게 나의 몸을 주체적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자유롭게 원하는 대로 즐기고 싶은 마음에서다. 프로 선수들이 끊임없이 맹연습하는 이유도 설령 필드 위에서 길을 잃어도 현명하게 잃기 위함이다. 그 부단한 연습이 고도의 길을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6월의 작열하는 뜨거운 태양 빛 아래 푸른 그린 위에서 기죽지 않고 가장 나다운 집념의 플레이를 해보자.
(정리 = 김금영 기자)
손영미 골프 칼럼니스트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