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식 골프만사] 땅福·손德 있어요? 골퍼의 2복2덕
(CNB저널 = 강명식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우리가 골프를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심신의 단련, 골프 기량의 향상, 인간관계 발전 등이 있겠고, 스코어에 민감한 골퍼의 경우 규정 타수보다 적은 타수로 18홀을 끝내는 언더파라운드도 그 이유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행복추구’라고 하겠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골프 역시 즐기는 모든 사람이 심리적 만족을 얻어 행복해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골프에서 행복하려면 어찌 해야 할까? 단순한 질문 같지만 ‘나’의 골프가 행복해지기란 그리 쉽지 않다. 실제로 골퍼가 자신의 많은 라운드를 돌이켜보면 행복했던 경우가 그리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불쾌한 라운드가 더 기억에 남을 수도 있다. 불쾌함의 원인이 동반자, 자신의 기량, 잘못된 골프 문화, 골프 환경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바꿀 수 있는 것이야 힘이 들더라도 개선해보겠지만, 최후에 운(運)마저 없다면 이는 최악이다.
우리네 골프가 ‘운칠기삼(運七技三)’이니 운을 무시할 수 없다. 골프의 운(運)은 ‘2복 2덕’으로 인복(人福), 천복(天福), 지덕(地德), 수덕(手德)이 있다. 인복이 없는 사람은 좋은 동반자 만나기 어렵고, 설혹 만났다 하더라도 그 선수가 부상으로 화를 입을 수 있으니 박복하달 수밖에 없다. 인복은 상대적인 것이라 자신을 돌이켜보면 그 해답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천복이 아주 중요한데 이것이 없는 골퍼는 날씨가 화창했다가도 첫 홀에서 드라이버를 잡으면 소나기가 오기 시작한다. 이런 이들은 대개 우중전에 강하다. 어쩌다 화창한 날씨였다가도 갑자기 바람이 초속 50m로 불고 황사가 심해 공이 안 보인다. 이렇게 천복이 없는 골퍼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이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그 다음으로 지덕을 들 수 있다. 요즘 들어 뜨는 운이다. 특히 수도권의 골퍼들에게 지덕은 아주 중요하다. 집에서 한 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골프장에 세 시간이 걸려도 도착하지 못하는 골퍼는 지덕이 없는 골퍼다. 이런 골퍼는 항상 골프가 우선이 아니라 안전이 우선이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골프인지라
어처구니없는 실수에도 웃을 수 있어
마지막으로 수덕(손덕)이 있다. 내기를 하는 골퍼들에게는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운이라 하겠다. 드라이버는 토핑으로 바로 앞에 떨어졌고, 세컨샷 역시 뒤땅, 핀까지 200m 남은 상황. 자포자기한 상태로 3번 우드로 친 세 번째 삿이 토핑임에도 구르고 굴러 홀인 되는 경우가 바로 수덕이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또한 가위바위나 뽑기로 정한 게임에서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해 매 홀 전(錢)이 들어오는 행운이 있다. 이런 이들은 가끔 한 번에 공을 집어넣는 신공을 보여주기도 한다. 파3에서의 이런 신공을 ‘홀인원’이라 하며 잔치를 벌인다.
▲6월 8일 열린 ‘2017 더 골프쇼’에서 한 관람객이 퍼팅을 해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궤변이지만 어찌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골프란 것이 주말 골퍼나 일반 아마추어에게는 기량보다 운이 더 좌우할 때가 많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친 공이 굴러 이글을 하거나 홀인원을 하는 행운을 잡을 수도 있다. 홀인원은 골프에서 최고의 행운 중 하나다. 이런 행운으로 홀인원을 한다면 아무리 형편없는 스코어를 기록했더라도 즐겁다. 다른 스포츠와 다르게 기량이 떨어져도 뜻하지 않은 행운이 올 수 있는 스포츠가 바로 골프다.
스윙이 우스꽝스러워도 싱글 수준의 골퍼도 있고 또한 스윙이 프로골퍼 같은데도 100개를 넘게 치는 골퍼도 있다. 스코어와 기량에 연연하지 말고 골프를 즐겨 행복한 골프를 하자.
(정리 = 김금영 기자)
강명식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babsigy@cnbnews.com